[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사과 내용을 설명해달라고 질문한 박석호 부산일보 기자를 향해 "무례하다"며 태도를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지역기자단은 언론 활동을 약화시킬 수 있는 발언이라며 홍 수석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기자협회 부산일보지회는 "언론은 권력의 동반자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실에 홍 수석 교체를 요구했다.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윤종군 의원은 "대통령이 어떤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과한 것인지 기자가 묻자 대통령은 답변을 못했다"고 질의했다. 이에 홍 수석은 "기자가 대통령에 대해 무례했다"며 "대통령이 사과했는데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 '뭘 잘못했는데' 이런 태도는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일 대통령실 지역기자단은 입장문을 내어 "홍 수석의 사과와 해명, 대통령실의 책임 있는 입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역기자단은 "홍 수석은 박석호 기자의 질문을 자의적으로 해석했을 뿐 아니라 언론의 역할과 기자의 사회적 책임을 부정했다"며 "태도를 시정해야 한다는 것은 기자들에 대한 '눈치 주기', 지역기자단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규탄한다"고 했다.
지역기자단은 "기자의 역할은 본래 대통령과 국가 기관이 제대로 일하는지 감시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이 같은 '대언론 대응'으로 피해를 받는 기자가 없어야 한다. 언론 활동을 약화시킬 수 있는 모든 발언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같은 날 한국기자협회 부산일보지회는 성명에서 "대통령실의 독선적이고 억압적인 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홍 수석의 교체를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부산일보지회는 "홍 수석은 기자의 질문을 두고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는 망언을 내뱉었다"며 "기자가 국민을 대신해 정당한 질문을 던졌을 때 이를 무례하다고 규정하는 대통령실의 태도는 언론의 본질을 왜곡하고, 언론을 통제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부산일보지회는 "언론은 결코 권력의 동반자가 아니다"라며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필요하다면 불편한 진실을 던져 권력이 올바른 길을 가게끔 견제하는 존재"라고 했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대담과 질의응답에서 윤 대통령은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부인하거나 답변을 피했다. 보수언론에서도 '김건희 변호인'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박석호 부산일보 기자는 "흔히 사과를 할 때 꼭 갖춰야 할 요건이 몇 가지 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떤 부분에 대해 사과할지 명확하게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질의했다.
박석호 기자는 "명태균 씨 관련해 여러 일이 생긴 이유가 '휴대폰을 바꾸지 못해서'라든지, 사람 관계에 모질지 못해서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렇다면 사과를 하지 않아도 될 일인데 시끄러우니까 사과하는 것 아니냐고 오해될 수 있다. 국민들이 과연 대통령이 무엇에 대해 사과를 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다"고 질문했다.

윤 대통령은 "워낙 많은 얘기들이, 저도 뭐 제 아내와 관련한 기사를 꼼꼼하게 볼 시간이 없다. '이런 것들이 많이 있구나'라는 것만 알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의혹이)사실과 다른 것들도 많다. 그렇다고 제가 대통령이 되어서 기자회견 하는 마당에 팩트를 갖고 다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걸 다 '맞습니다' 할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만약 어떤 점에서 (사실관계를)딱 집어서 (질의)한다면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사과를 드리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얘기를 하고(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잘못 알려진 것도 굉장히 많다"며 "자기들끼리 뭐라고 얘기하는 데 우리하고는 얘기한 적 없는 걸 갖고 했다고 그러는 것이라든지, 또는 민주당에서 언론에 (윤석열·명태균 육성파일)공개를 했는데 무슨 짜깁기가 됐느니, 소리를 집어넣었느니, 그걸 갖고 대통령이 맞네 아니네 다퉈야 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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