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지역민방에서 주말 뉴스가 사라지고 지역 민영방송 9개사 중 4개사가 AI 앵커를 도입했다. 방송광고 매출 하락에 따른 비용절감을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지역민방이 대주주의 사업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은 지난 24일 종합감사에서 “지역 민영방송 9개사 중 4개사가 AI 앵커를 도입했다는데, 생방송으로 하는 게 아니라 사전에 제작된 AI 뉴스를 틀고 있다”며 “주말 뉴스를 아예 폐지한 곳도 있다. 전주방송과 울산방송은 토요일 뉴스를 없앴고, 청주방송은 일요일만 AI뉴스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렇게 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돈 때문”이라며 “주말 토요일 뉴스를 없애 데스크 1명, 취재 기자 1명, 카메라 기자 1등 8명 정도가 근무를 안 하면 150~200만 원을 하루에 아낄 수 있다. 그 정도로 지역 민영방송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뉴스가 없는 주말에 재난이 발생하면 그 지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면서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AI가 현장 취재기자를 연결해 즉시 질문하고 방송할 수 있나, 주민들에게 신속히 대피하라고 말할 수 있나.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노조가 주말 뉴스를 부활시켜달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UBC울산방송 대주주 삼라마이더스그룹(SM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UBC울산방송 대주주 삼라마이더스그룹(SM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면서 이정헌 의원은 UBC 울산방송 대주주인 SM그룹 우오현 회장을 가리켰다. 이 의원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지 않은 채 끊임없이 울산방송을 비롯한 계열사들을 지시하고 압박하고, 울산방송 사장 등을 동원해 이권 관련 사업을 밀어붙이도록 지시한다”면서 욕설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서 우 회장은 “울산방송 사장한테도 내가 전화를 해놨는데 민방협회라는 게 있다”며 “SBS부터 시작해서 광주방송, 울산방송, 부산방송, 대구방송 이런 모임이 있어서 우리가 도움을 요청하면 무조건 지들 것 같이 일을 해줘야 해”라며 “'감천동 치’도 내가 울산방송 OOO사장한테 얘기를 해놨으니까. 좀 브레이크가 걸 말을 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울산방송 회장이 왜 '부산 감천동'과 민방협회에 대해 얘기를 할까, 민방협회는 각 사 오너들이 회의를 하면서 민원을 서로에게 부탁한다”며 “SM그룹은 2017년 경남기업을 인수하고, 부산 감청동에 380세대 경남 아너스빌 시그니처를 짓는다. 지난 9월 27일 분양을 시작했는데, 이와 관련해 부산방송 쪽에 부탁을 하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정치권도 관심을 갖지 않는 상황에서 지역 민영방송이 서로 짬짜미를 하면 어느 누구도 손댈 수 없는 것”이라며 “지역의 토호 세력이 언론사를 업으면 무슨 일을 저질러도 기사도 나지 않고, 방송을 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이 추가로 공개한 녹취록에서 우 회장이 울산방송 직원들에게 욕설을 하며 억압적으로 지시를 하는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녹취에서 우 회장은 “니가 뭐여 이 XX야. 니가 본부장이야 이 개XX야? 책임자가 이 염X을 하고 다녀 이 X놈의 XX야” “내가 사기로 XX놈들 다 잡아넣으려니까 개XX들. 나쁜 놈의 XX들 말이여” “왜 자네 마음대로 그러고 다녀. 되도 않는 X신 짓거리를 하고. 자네 안 돼. 자네 다른 데 알아봐” 등의 발언을 했다. 

지난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이정헌 민주당 의원이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사진=국회방송 갈무리)
지난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이정헌 민주당 의원이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사진=국회방송 갈무리)

SM그룹은 ▲대기업 지분 소유 위반 ▲소유·경영 분리 약속 위반 ▲울산방송 자산 빼가기 ▲부당한 비용 절감 등의 지적을 받아왔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019년 SM그룹 지주사격인 삼라를 UBC 울산방송 최대출자자(30%)로 승인할 당시 SM그룹의 자산 총액은 10조 원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SM그룹은 2021년 대기업 그룹으로 지정되면서 방송법 위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SM그룹의 자산 총액은 17조 1천억 원이다. 

SM그룹은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대주주 변경 승인 이후 UBC 울산방송 사내유보금 150억 원을 서울 수유리 부동산 매입에 사용한 바 있으며 SM그룹 계열사가 UBC 울산방송 자회사 ‘UBC 플러스’의 아파트 분양 대금 155억 원을 빌리기도 했다. 

이 의원은 “우 회장을 비롯한 최측근들이 울산방송 이사를 맡고 있다”면서 “울산방송 사장은 (우 회장이)중요한 자문을 해준다고 했는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4차례의 시정명령만 할 뿐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민방 전체에 해당하는 문제”라며 “언론사주의 사적 이해를 위해 방송사를 동원하거나 방송사의 자산을 활용하는 도덕적 해의를 막아야 하지만, 최근 방통위의 행태를 보면 오히려 부추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해 SBS 재허가 과정에서 방통위는 대주주가 약속했던 소유경영 분리 이행 부분을 제외시켰다”며 “그 이후 SBS 대주주인 태영건설이 경영위기에 빠졌고, 대주주 경영권 방어를 위해 SBS 방송 재원들이 지주회사로 이전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정헌 의원은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에게 “지금 민영방송을 비롯한 민영방송 오너들의 범행에 대해서 반드시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전수조사를 실시해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김 직무대행은 “실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 중이라서 사실을 못 알려드리는 부분이 있다. 방통위가 정상화될 때까지라도 조사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과방위는 지난 25일 두 차례의 국회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한 우오현 회장에 대해 여야 간사 합의로 고발을 의결했다. 우 회장은 지난 7일, 24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모두 불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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