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단행한 외교안보라인 교체에 대해 "회전문" "국민 우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피의자로 입건되어도 모자랄 사람을 국방부 장관에 앉히겠다는 게 제정신이냐”고 따져 물었다.

윤 대통령은 12일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 ‘입틀막 경호’의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에 지명하고 임명 7개월 만에 국가안보실장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 참석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 참석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윤 대통령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국가안보실장에 임명하고 후임에 김용현 경호처장을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신 실장은 지난해 10월 국방부 장관에 임명된 뒤 9개월여 만에 자리를 옮기게 됐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김용현 후보자에 대해 “수도방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등 군의 요직을 두루 섭렵한 국방·안보 분야 전문가로, 우리 정부 초대 경호처장으로 군 통수권자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어 국방부 장관으로서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신원식 실장에 대해 “현 국방장관으로서 당면한 안보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한 치의 안보 공백 없이 대통령을 보좌하여 국가안보를 책임질 적임자”라고 말했다. 장호진 현 국가안보실장은 임명 7개월여 만에 신설된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가인권위원장에 공안검사 출신 안창호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지명됐다. 이번 인사로 외교·안보 정책이 안보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후보자는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경호경비팀장을 맡으며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주도했다. 김 후보자는 육사 38기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40기)보다 선배이고, 신 실장(37기)보다는 후배다. 김 후보자 경호처장 재직 시절, 대통령 경호처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던 강성희 진보당 의원, 카이스트 졸업생의 입을 틀어 막고 끌어내 ‘입틀막 경호’ 비판의 중심에 섰다. 또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8월 이 전 장관과 김 후보자가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원식 안보실장은 과거 ▲문재인 모가지를 따는 것은 시간 문제 ▲문재인이라는 악마를 탄생시킨 초대 악마인 노무현 ▲5.16은 혁명 ▲12.12 쿠데타는 나라를 구하려고 나온 것 ▲이완용은 매국노였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 등의 막말로 논란을 빚었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홍범도 흉상 철거를 옹호하기도 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13일 사설 <부적격자 돌려막기’ 인사, 원하는 게 ‘입틀막’인가>에서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의 핵심 연루자를 국방부 장관에 임명한 건 채 상병 사건마저 ‘입틀막’하겠다는 의도 외엔 해석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군 통수권자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김 후보자에 대한 정 실장의 평가를 거론하며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각별한 신임을 받는 것으로 전해져왔고, 이에 부합하듯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는 이들의 입을 틀어막으며 과잉 경호 논란을 빚기도 했다. 흡사 전두환 정권 시절 장세동 경호실장의 국가안전기획부장 ‘영전’에 비견될 만하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무엇보다 김 후보자는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 출발점인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 연루돼 있다”며 “수사받아야 할 이를 되레 국방 수장에 임명한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국가안보실장으로 연쇄 이동한 신원식 장관 역시 부적절하기는 매한가지”라며 “미국 대선 이후 섬세한 정세 관리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올해 초 임명된 ‘미국통’ 외교관 출신 장호진 실장은 특보로 밀려났다. 게다가 신 실장은 친일 식민사관이 문제된 바 있는데, 윤 대통령의 ‘자해적’ 대일 외교 가속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부적격자 돌려막기’로 압축되는 이번 인사는, 결국 채 상병 사건을 ‘철통 방어’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이제 윤 대통령 눈에 국민들은 전혀 안 보이나”라고 반문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논란의 강경 인사들, 외교안보 라인에 전진 배치>에서 “윤 대통령이 여름 휴가기간 장고 끝에 내놓은 외교안보라인 개편인 이번 인사를 국정쇄신 메시지로 보기엔 미흡하다”면서 “김 후보자는 여러 차례 정치적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당장 야당은 이른바 ‘입틀막’ 경호 문제뿐만 아니라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문제적 인사’로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논란의 측근들 ‘돌려막기’가 국정일신 의지로 읽힐지도 의문”이라며 “윤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인사 난맥으로 인해 국정기반이 약화되길 반복했다. 게다가 안보실장과 국방부 장관은 8~10개월 만에 교체됐는데, 잦은 인사로 외교안보 정책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중러 등에 강경한 인사들의 배치로 외교 영역이 축소된다면 국익 측면에서도 실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7개월 만에 안보실장 전격 교체, 외교 난맥 책임 물은 건가>에서 “'안보 컨트롤타워’인 안보실장 인사는 윤 정부 출범 2년3개월 만에 네 번째”라며 “평균 재임 기간이 9개월도 채 안 된다. 누가 봐도 안보실장 경질로 볼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향신문은 ‘외교보다는 안보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대통령실의 입장에 대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년 반 동안 진행 중이고, 미·중관계는 여전히 갈등 요인을 안고 있다. 중동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고, 남북관계는 모든 소통 채널이 단절된 채 긴장이 고조되어 있는데, 어느 때보다 외교적인 명민함이 필요하면 필요했지, 평생 전쟁만 생각해온 인사를 중용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도 돌기 전 ‘4기 안보실장’ 체제로 개편한 경위와 잇단 외교 난맥의 실상에 대해 국민들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12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회전문 인사의 극치이자 인사 만행”이라며 “(김 후보자는)김규현 변호사가 공개한 녹취록을 통해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의 배후’로 지목됐다. 수사 외압의 피의자로 입건되어도 모자랄 사람을 국방부 장관에 앉히겠다니 제정신이냐”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외교안보라인 인사에서 술 냄새가 난다”며 “이쯤 되면 인사가 아니라 ‘폭탄돌리기’ 수준이다. 서로 믿을 수 있는 ‘극우 친일 밀정 뉴라이트’ 범주에서만 인사를 찾다 보니, ‘카드빚 돌려막기’ 수준의 인사 참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을 향해 “국정운영을 할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내려놓길 권한다. 국민과 여론 눈치 보지 말고, 편하게 술이라도 드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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