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월간조선 출신 김성동 부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던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가 1차 출근 저지 이후 김 부사장에게 연락을 취해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 부사장은 3번 시도 끝에 정상적으로 출근하고 있다.  

EBS지부는 김성동 부사장과의 만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출근길을 허락한 박유준 EBS지부장은 “부사장이라는 EBS에서 어찌 보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없는 이 사람으로 인해 재정적자 상황, 그리고 김유열 사장과의 싸움 동력을 분산시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BS 사옥 (EBS)
EBS 사옥 (EBS)

10일 미디어스 취재를 종합하면, 박유준 EBS지부장이 지난 6일 저녁 김성동 부사장과 용산 모처에서 만남을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용산은 김 부사장의 거주지다. 이 자리에서 ‘공개 질의서’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간 것으로 알려졌다. EBS지부는 8일 김 부사장에게 공개 질의서를 전달하고, 김 부사장이 답변을 약속하자 출근길을 열었다.

지난 3일 EBS지부 조합원, 언론노조 지·본부장 등 90여 명이 첫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섰다. 김 부사장은 이날 오전 8시 10분께 출근을 시도했다. 김 부사장은 EBS 사옥 앞에서 20분가량 구성원과 대치 끝에 차를 타고 인근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김 부사장은 약 한 시간 뒤인 9시 30분 다시 출근을 시도했으나 재차 저지당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예정된 부사장 취임식도 취소됐다. EBS는 추후 보도자료를 내고 김 부사장의 임명 소식 알렸다.

이날 박 EBS지부장은 구성원들에게 “1차 출근 저지 투쟁은 성공했다”며 “앞으로도 EBS를 지켜내자”고 말했다. 출근 저지 투쟁에 동참한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KBS 장악 문건에 KBS를 어떻게 장악해야 되느냐, 우파 인사를 간부로 등용해 조직을 장악해야 하고 언론노조 KBS본부를 반전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KBS가 시작이었고 EBS에서도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8일 박유준 언론노조 EBS지부장이 3차 출근을 시도하는 김성동 부사장에게 공개 질의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8일 박유준 언론노조 EBS지부장이 3차 출근을 시도하는 김성동 부사장에게 공개 질의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김 부사장은 7일 2차 출근 시도에 나섰으나 EBS지부에게 가로막혀 4분 만에 발걸음 돌렸다. 박 EBS지부장은 김 부사장의 길을 가로막으며 “EBS를 장악하러 온 것인가”라며 “구성원들은 김성동 씨의 과거 이력을 봤을 때 교육공영방송에 전혀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부사장은 “전혀 아니다. 부사장이 무슨 힘이 있어 장악하겠나”라면서 “정치 편향성 걱정을 많이 하는데, 그런 걸 드러내지도 않을 것이고, 드러낸다고 해서 EBS 구조에서 통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염려 안 해도 된다”면서 “비오는데 고생하지 말고, 비 안 올 때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하고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3차 출근 시도는 성공했다. EBS지부는 8일 김 부사장에게 ‘정치 편향성’ ‘경영 상황’ 등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전달했으며 김 부사장이 9일까지 답변하겠다고 약속하자 약 3분 만에 길을 터줬다.

EBS지부는 질의서에서 ▲EBS가 특정 이념이나 정치 성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게 바람직한가 ▲본인이 쓴 기사들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가 ▲김유열 사장이 임명한 것이 맞나 ▲윤석열 대통령 등 정부·여당 인사와 특정 관계가 있나 ▲박민 KBS 사장, 김백 YTN 사장, 김유열 EBS 사장과 같이 임명동의제를 폐지할 계획이 있나 ▲구체적으로 EBS 부사장의 업무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 등을 물었다.

박 지부장은 김 부사장에게 질의서를 전달하면서 “여전히 김성동 씨를 부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지만, 구성원들 모두 EBS 정상화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매일 아침 이렇게 막아낼 수도 없다"며 "EBS 정상화에 대한 더 큰 투쟁의 동력을 모으기 위해 일단 김 부사장을 EBS 안으로 들여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 EBS지부장은 사내 집회에서 “부사장이라는 EBS에서 어찌 보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없는 이 사람으로 인해 재정적자 상황, 그리고 김유열 사장과의 싸움 동력을 분산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김성동 씨를 끝까지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이 2016년 월간조선 시절 작성한 기사 <HWPL 이만희 대표 인터뷰-내가 지구촌 전쟁종식과 세계평화운동에 뛰어든 이유>는 신천지 홍보 논란을 일으켰다. HWPL(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은 신천지의 외곽 위장단체로 알려졌다. 또 그는 2022년 칼럼 <'자유'의 가치를 아는 대통령>에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장 하늘에는 무지개가 떠올랐다. 저는 무지개를 보는 설렘으로 새로운 시작을 맞고 있다"고 적어 ‘윤비어천가’라는 비판이 일었다.

​8일 언론노조 EBS지부가 김성동 부사장의 출근길을 터주고 있다.(사진=미디어스)​
​8일 언론노조 EBS지부가 김성동 부사장의 출근길을 터주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이튿날 김 부사장은 노조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신천지 추종자가 아니다 ▲새로 출발하는 정부에 기대를 표현한 것이다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거나 강요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부사장으로서 사전에 부여받은 임무는 없다 ▲EBS 경영 개선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EBS지부는 성명서를 내어 “재정적자와 단협해지로 인한 위기상황에서 부사장 임명자가 EBS장악이나 정치 편향적인 의도 없이 EBS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문제해결도 가능할 거라 판단했다”며 “여전히 김성동 씨를 부사장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공개 질의서 답변의 진정성을 믿어보려고 한다. 답변의 내용과 달리 조금이라도 EBS에 해를 가하거나 편향의 속내를 드러낸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준 지부장은 ‘3일 출근저지 투쟁 이후 김성동 부사장과 만남 또는 통화한 사실이 있냐’라는 미디어스 질문에 “그런 얘기들을 회사에서도 물어보고 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면서 “2번째 출근 저지 날에 김 부사장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김 부사장의 임명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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