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EBS 경영진이 유시춘 EBS 이사장이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감사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EBS 경영진은 유 이사장에 대한 감사 결과가 엄격한 증빙이 아니라 '추정'에 근거해 도출되었다며 '처분 유보' '재감사'를 요청했다.
7일 미디어스는 지난달 EBS(사장 김유열) 경영진이 작성한 '감사결과 조치요구 사항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입수했다. 검찰도 EBS 압수수색을 통해 감사 결과와 경영진 이의신청서를 확보했다.

EBS 감사실(감사 최기화)은 지난달 12일 경영진에 "이사장이 사적용도에 집행한 업무추진비 총 1698만 4천 원을 회수를 포함해 적의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EBS 경영진은 "감사규정 및 판례상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감사조치가 이행될 수 있는 바,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의신청서를 접수했다.
EBS 경영진은 ▲업무추진비 사적용도 집행에 관한 엄격한 증빙이 이뤄지지 않은 점 ▲KBS 강규형 전 이사(현 EBS 이사) 업무추진비 유용 사건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 ▲EBS 내부 지침이 이사에게 적용되는지 불분명한 점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점 등을 들었다.
EBS 경영진은 우선 "현재 감사결과 조치 요구서에서는 엄격한 증빙 없이 추정으로 업무추진비의 목적 외 사용을 단정하고 있다"며 "정당하다고 판단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자체 업무추지비 집행에 관한 규칙과 대법원 판례상, 업무추진비는 직무 관련 통상 경비로 범위가 넓고, '목적 외 사용'이나 '횡령' 여부 판단에는 엄격한 증빙이 요구되는데 EBS 감사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EBS 경영진은 이사회 경비 집행 지침 제8조상 업무추진비는 ▲교육‧학술‧언론·문화·체육·예술 등 관련 분야 관계자 면담, 회의, 간담회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교육단체 등 유관기관 관계자 면담, 회의, 간담회 ▲이사진의 업무수행에 필요한 정보 수집, 여론 청취 등 대외 협력 활동 ▲소속 직원 및 부서에 대한 격려 및 지원 ▲내방객에 대한 의례적인 기념품, 식사 제공 ▲위 내용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직무 관련성을 소명할 수 있는 경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적용도 입증 명확하지 않아"
EBS 경영진은 "처분요구서에서 '사적용도 집행'이라고 되어 있는 부분 중 입증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다수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EBS 경영진은 "형사 사건 결과가 확정되기 전에 회수 조치를 취했다가 실제 확정된 금액이 회수금보다 적을 경우 법률적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감사실)처분요구서에 의하면 ‘사적사용’이 분명함을 증거에 의해 밝히지 못했고, '사적사용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물품 구입' 등 추정에 근거하거나 '소명을 하지 못했음'을 근거로 '사적사용'을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EBS 경영진은 ▲반찬·식재료 ▲정육점 ▲포장·배달 음식 ▲식사 후 포장 ▲1인 식사·음료 ▲온라인 서비스 ▲유기농·친환경 식품 매장 ▲농수산 특산물 매장 ▲과일·빵 매장 ▲교통비 등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부정사용이라는 감사 결과에 대해 반박했다.
반찬·식재료 구입에 대해 EBS 경영진은 "직원 의견 청취 등에서 이사회 사무국 직원들이 개인 집필실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음에도 식재료 등을 대접한 적이 없다고 단정했다"고 했다.
정육점 고기 구입에 대해 EBS 경영진은 ▲3년 전 사안으로 상대방을 확정하기 어렵다 ▲'국립공원관계자'의 경우 국가·유관기관 관계자 면담으로 목적 불문 업무추진비 사용 대상이다 ▲이외 참석자로 지목된 직원이 '이사장 집필실에서 고기는 구워먹은 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외 이유로 집필실에서 식사를 했는지에 대한 입증이 불분명하다고 강조했다.

EBS 경영진은 포장·배달 음식 구입의 경우 이사회 사무국 직원 등이 유 이사장 집필실에서 배달 식사를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으나 감사실이 배달 주문 일체를 사적용도 집행으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식사 후 일부 포장에 대해서는 감사실이 직원 식사인데 굳이 포장만 별도로 빼 사적용도라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서비스 구매는 뉴미디어 '아웃스탠딩' 결제를 말한다. EBS 경영진은 "이사진 업무수행에 필요한 정보 수집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사안을 사적 용도로 간주한다면 EBS 임직원이 언론기관으로서 뉴미디어 서비스 등을 위해 진행하는 업무가 전부 사적 이용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했다.
유기농·친환경 식품 구매는 EBS 프로그램 '한국의 둘레길'과 개연성이 있다는 게 EBS 경영진의 설명이다. 유기농·친환경 식품 구매는 2021년 6월경 '한국의 둘레길' 자문회의 등에서 이뤄졌을 개연성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EBS 경영진은 '한국의 둘레길' 제작계획서가 2021년 8월경에 등록되었다며 그 이전부터 제작 준비가 이뤄지고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교통비는 서명숙 올레 이사장과 함께한 '올레 둘레길 답사'에 쓰인 비용이다. EBS 경영진은 "'올레 둘레길 답사'가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감사사항은 매우 주관적으로 판단된다며 "'올레 둘레길'은 제주도의 대표적 관광 문화 중 하나로 여행 관련 프로그램을 자주 제작하는 EBS 특성상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될 수도 있다. 충분한 추가적 입증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농수산 특산물 매장 사용에 관해 EBS 경영진은 "해당 사안은 조사 기준 3년 내지 1년 전에 이뤄진 집행에 대한 확인 조사로, 오로지 기억에만 의존해 소명된 점이 있다"며 "따라서 집행 목적이 기억의 오류로 '출연자 식사'에서 '출연자 설명절 선물'로 바뀌는 사안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음에도, 소명의 신뢰성에 의문이 든다는 이유로 환수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과일·빵 구매에 대해서는 '소속 직원 및 부서 격려' 사안을 사적용도로 간주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혐의 나올 경우 법적 문제 발생"
EBS 경영진은 검찰이 강규형 전 KBS 이사 업무추진비 사적사용 혐의에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을 근거로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EBS 경영진은 "KBS의 경우 지난 2017년, 감사원 감사를 토대로 2015년 9월~2017년 8월까지 업무추진비 1700만 원을 사적으로 쓴 혐의로 강OO 이사가 고발된 사례가 있다"며 "그런데 2024년 1월 10일 경 서울중앙지검은 강OO 이사를 기소유예 처분하였으며, 특히 1700만 원 중 300만 원을 사적 이용으로 보았고 1300만 원에 대해서는 사적으로 쓴 증거가 없다고 무혐의 처분했다"고 했다.
이어 EBS 경영진은 "만약 유 이사장에 대해 전액 환수조치를 실시한 후에, 위와 같이 대부분의 금액이 증거가 없다는 검찰이나 법원의 판단이 나올 경우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EBS 경영진은 "현재 유 이사장 업무추진비 사용 관련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수사권을 가진 검찰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EBS 추정으로 업무추진비 사적 이용을 추단한 후, 환수조치에 나설 경우 향후 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특히 환수금액과 실제 인정 금액 간 차이가 크거나 혹은 사적 이용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이사장에 대한 명예훼손 등 형사 문제도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EBS 경영진은 "본 사안에 대해 처분 요구를 유보하거나, 외부 법률전문가가 참여해 재감사를 시행할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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