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무늬만 프리랜서' '위장도급' 등 노동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김낙곤 광주MBC 사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MBC(사장 안형준)가 20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보고한 'MBC 관계사 임원 사전협의결과'에 따르면, 김낙곤 광주MBC 사장 재선임이 확실시된다. 김 사장은 광주MBC 기자 출신으로 취재부장, 보도국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 2021년 3월 광주MBC 사장에 취임했다. 

지난 16일 노동인권단체 '엔딩크레딧'이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지역MBC 사장 선임을 촉구하는 모습 (사진=엔딩크레딧)
지난 16일 노동인권단체 '엔딩크레딧'이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지역MBC 사장 선임을 촉구하는 모습 (사진=엔딩크레딧)

김 사장은 근로계약서 미작성 혐의를 받고 있다. 김동우(가명) 광주MBC 아나운서는 지난 2016년 4월 광주MBC 채용절차를 거쳐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일했다. 2021년 프로그램 폐지·개편으로 하차 통보를 받으면서 노동자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진정을 제기했다. 노동위원회와 노동청이 김 아나운서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했다. 

하지만 광주MBC는 김 아나운서와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았다. 광주노동청은 지난해 8월 광주MBC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광주MBC는 근로계약서 작성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나 김 아나운서 7년 경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광주MBC가 제시한 근로계약서에서 김 아나운서의 입사일은 '근로계약 작성시'로 명시됐다. 

또한 광주MBC는 광범위한 직무를 '무늬만 프리랜서' '위장도급' 형태로 고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광주MBC가 노동청 조사과정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정규직 75명, 프리랜서 55명, 파견·도급 30명 등으로 비정규직·프리랜서가 구성원의 절반을 넘었다.  

광주지검은 지난달 김 사장에 대한 세 번째 보완수사를 노동청에 요구했다. 임기만료를 앞둔 김 사장을 고려해 검찰이 고의적으로 수사를 지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김 사장의 연임으로 광주MBC 사장 기소여부에 다시 관심이 쏠리게 됐다. 

노동인권단체들은 지역MBC 사장 선임 기준인 '방송 공정성 구현'은 비정규직 문제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며 광주MBC 사장을 제대로 뽑아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노동인권단체 '엔딩크레딧' 이대로 대표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MBC가 지역사·관계사 선임에 있어 방송 공정성 등 언론으로의 기능을 충실히 하는 사장보다 조금이나마 기업의 이익을 보게 하는 사장들로 선임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김 사장이 연임에 도전하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는지, MBC본사는 이를 철저하게 검증했는지가 공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김 사장은 비정규직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MBC는 김 사장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어떻게 경영계획서에 담았는지 밝혀야 한다"며 "김 사장 본인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 연임했다는 것은 본인이 엎어버린 물잔의 물을 닦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이 대표는 "만약 김 사장이 문제 해결을 거론하지 않고 오로지 연임에 욕심을 부린 것이라면 MBC가 인사검증에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뒤따를 것"이라며 "연임으로 인해 개인으로서 조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MBC 타이틀을 걸고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MBC, 광주MBC, 방문진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MBC 전경 (사진=엔딩크레딧)
광주MBC 전경 (사진=엔딩크레딧)

김 사장을 비롯한 지역MBC 15사 사장 명단은 ▲대구MBC 황외진(현 MBC씨앤아이 사장) ▲대전MBC 진종재(현 MBC 감사국장) ▲전주MBC 정희찬(현 MBC 제작기술국장) ▲MBC경남 이우환(재선임) ▲춘천MBC 최헌영(현 춘천MBC 비즈센터장 ▲MBC충북 이태문(전 MBC충북 특임국장 ▲제주MBC 정용식 (현 MBC 뉴스영상국장) ▲울산MBC 유해진(현 MBC 심의위원) ▲MBC강원영동 한정우(재선임) ▲목포MBC 김순규(현 목포MBC 디지털제작국장) ▲여수MBC 이호인(재선임) ▲안동MBC 채환규(현 MBC 콘텐츠협력팀 국장) ▲원주MBC 전병덕(현 MBC 심의위원) ▲포항MBC 이승용(현 MBC 선임기자) 등이다. 이들은 내달 각 사 주주총회를 거쳐 사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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