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1일 열린 MBC 창사 60주년 기념식에서 <친애하는 나의 도시> 3부작이 ‘제34회 전국 MBC TV 계열사 작품 경연대회’ 대상을 수상했다. <친애하는 나의 도시>는 최선영 광주MBC PD, 남현철 여수MBC PD, 양정헌 MBC경남 PD가 공동제작한 다큐로 광주, 순천, 진주를 사랑하는 청년 세 명이 게스트와 함께 자기가 사는 도시를 여행하며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최선영 광주MBC PD는 이날 수상소감에 지역방송의 어려움을 담았다. 지난 16일 광주MBC에서 최선영 PD를 만나 <친애하는 나의 도시> 제작기와 함께 지역방송 상황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최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1일 'MBC 창사 60주년 기념식'에서 제34회 전국MBC TV 계열사 작품 경영대회 대상을 수상한 최선영 광주MBC PD (사진제공=MBC)

<친애하는 나의 도시>로 ‘제34회 전국 MBC TV 계열사 작품 경연대회’ 대상을 수상하셨잖아요. MBC 창사 60주년 기념식 수상이라 뜻깊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상은 받으면 다 기쁜 것 같아요. <친애하는 나의 도시>는 광주MBC 여수MBC MBC경남이 같이 한 작업이어서 개인적으로는 부담이 컸어요. 이걸 시작하자고 했는데 결과가 좋아야 안심이 되잖아요. 이런 방식은 처음 시도한 거라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렵게 같이 한 분들한테 미안하기 때문에 부담이 컸는데 상을 받게 되니 그런 부담감이 없어지더라고요.”

처음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은?

“이번이 <친애하는 나의 도시>가 처음 받은 상은 아니고 그전에 다른 상들도 받았었어요. 그래서 많이 놀라지는 않았어요.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안심이 되더라고요.”

세 지역 계열사가 어떻게 공동제작하게 되었나요?

“지역 방송사가 많이 어려워요. 지상파 TV만 있었을 때는 제작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포맷은 점점 발전하잖아요. 카메라 서너 대로 촬영하던 게 요즘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되면서 60대 이상씩 사용하기도 하고. 자본의 규모 때문에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하니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그 와중에 미디어 환경이 완전히 재편됐잖아요. OTT나 유튜브로 계속 시청자분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에 당연히 지상파 방송사들은 예전에 비하면 어려울 수밖에 없죠.

그러다 보니 지역에서 제작하는 게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일정 프로그램들을 만들 수는 있는데, 그 이상의 것을 하려고 하면 당연히 사람과 돈이 필요하죠. 그런데 일단 지역사는 젊은 사원들이 거의 없었어요. 지역민들도 눈높이가 많이 달라지셨잖아요. 재밌는 콘텐츠가 많은데 지역사가 그런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외면한다는 논리도 많죠.

의미 있지만, 안 보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많이 볼 수 있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데 상황이 너무 안 좋은 거예요. 근데 지역사가 그동안 관성적으로 해왔던 게 공동 제작이었어요. 그걸 조금 바꿔서 이용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컬 여행 프로젝트 <친애하는 나의 도시> [광주MBCx여수MBCxMBC경남 공동제작]

다른 계열사에 제안했을 때 반응은 어땠나요?

“같이 연출한 여수MBC의 남현철 PD와 경남MBC의 양정헌 PD 같은 경우, 저보다 연차가 낮은 친구들이었거든요. 이들도 저와 똑같이 굉장히 갈증이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한번 같이 해볼래라고 얘기했을 때 선뜻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보다 쉽게 진행은 됐었어요.”

<친애하는 나의도시>가 어떤 다큐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친애하는 나의 도시>는 지역 청년들이 어떻게 지역을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예요. 지역을 사랑하는 청년들이 지역에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해서 본인들이 사랑하는 도시를 다른 지역에서 온 게스트들에게 소개하는 형식이에요.

지역을 다루는 방법은 아주 많아요. 근데 서울에 있는 방송사에서 다루는 걸 보면, 예를 들어 전주 하면 비빔밥 맛있는 곳이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지 않아요.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 얘기는 하나도 안 나와요. 다른 한편으로 지역은 사건 사고로 보도되죠. 그래서 지역은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거나, 아니면 고민 없이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으로만 그려집니다.

같이 제작한 PD들도 지역 청년들이잖아요. 우리가 사는 얘기를 다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거예요. 서울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뤄보면 어떨까, 이 사람들은 지역에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을까가 궁금했기 때문에 그런 기획을 하게 됐어요.”

공동 제작의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기존 공동 제작 시스템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리면, 그전에는 저희 계열사가 16개가 있다고 하면 그 16개 사에서 제작비와 PD를 배정해요. 그런데 문제는 그냥 기계적으로 나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소금 관련 시리즈물을 제작한다고 하면, 소금에 대해서 16개 계열사가 각자 알아서 제작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16편을 하나의 시리즈로 붙여놨을 때 다 제각각이에요. 요즘같이 시청자분들의 눈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PD의 개성도 좋지만 강력한 콘셉트와 포맷을 유지하고 평균적으로 퀄리티가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해요.

<친애하는 나의 도시>는 특이한 게 뭐냐면, 포맷이나 공동 제작 방식을 실험해보기 위한 테스트 베드(test bed) 같은 프로그램이라는 거예요. 여수MBC 남현철 PD가 도시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는 콘셉트만 가지고 ‘그러면 저는 이렇게 해볼게요’ 하고 본인이 알아서 진행하는 게 기존 방식이에요. 그런데 저희는 그렇게 하지 말자고 했어요.

공동 제작을 제대로 해보려면 스튜디오 드래곤 같이 창작 집단이 모이는 방식으로 제작을 해야 해요. 그런 방식으로 3명의 PD가 같이 모여서, 제대로 된 공동 제작을 해보자고 합의를 한 거예요. 그래서 기획 회의부터 촬영, 편집, 포스트 프로덕션 색보정과 음향 넣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같이 했어요.”

로컬 여행 프로젝트 <친애하는 나의 도시>를 공동 연출한 최선영 광주MBC PD (사진=이영광 기자)

광주‧순천‧진주 세 도시에 대한 얘기인데, 지역 선정기준이 있었나요?

“관광도시로 안 다뤄진 데를 하자는 거였죠. 그러니까 전주는 많이 다뤄졌잖아요. 제주도도 이미 너무 많이 관광으로 소비가 됐기 때문에 그런 곳 말고, 잘 안 알려진 곳을 해보자고 했어요. 또 사실 사람들이 거주지 외 다른 지역은 잘 모르잖아요. 지역에 대해서 지역민의 시각으로, 지역 PD들의 시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는 게 기획의도였기 때문에 첫째로는 우리 스스로가 제일 잘 아는 도시, 그다음 두 번째로는 관광지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도시를 선정했어요. 즉 ‘왜 이 도시를 했지?’라는 느낌의 도시들을 해보자고 해서 이 세 군데가 나오게 된 거예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내용적인 면에서는 제가 사랑하는 도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굉장히 행복했는데, 아무래도 제작 방식에서 공동 제작에 대한 생각들은 조금 더 복잡해졌죠. 지역사는 점점 더 생존이 힘들어지고 프로그램 자체를 제작하기가 쉽지 않아지고 있죠. 이런 종류의 공동 제작 방식을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어요.

작은 성공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사실 한번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계속 시리즈가 나와야 되고, 이런 방식의 공동 제작이 지속돼야 하잖아요. 사실 저희 셋 다 다른 프로그램을 동시에 제작하면서 틈을 내서 <친애하는 나의 도시>를 제작한 거고, 마지막에는 너무 지쳤거든요. 한 프로젝트를 마치면 다른 큰 방송사는 기획할 시간을 주고 쉬었다가 다음 프로젝트를 하도록 로테이션해 주는지 잘 모르겠는데, 지역사는 그렇지 않거든요. 저희는 다른 걸 해야 해요. 사실상 흐름이 끊긴 거예요.

이 제작 방식이 지속되려면 저희가 다시 다른 프로젝트를 함께하든지, 다른 PD들이 합류해서 하든지 아니면 후배들이 비슷한 프로젝트를 하든지 해서 연결을 시켜줘야 노하우라는 게 사라지지 않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게 지금 끊겨 있는 상태여서,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훨씬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수상소감에 지역방송의 어려움을 담으셨더라고요. “OTT 등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장 먼저 제작비가 삭감되는 등 지역사가 많이 열악하다”고 하셨던데 얼마나 열악한가요?

“굉장히 열악하죠. 예전에는 편성만 채워도 광고가 들어왔지만, 이제는 제작비가 없으면 방송사에서 제작을 못 하게 해요. 할 수가 없어요. 그러면 제작 지원을 받아야 돼요. 정부에서 하는 거나 아니면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주는 협찬 등 외부 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회사 입장에서는 적자가 계속되면 편성을 줄여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사실 방송이라는 게 인건비가 엄청 많이 드는 제품이잖아요.

제품이라고 따지면, 제조업의 경우 펜을 만든다 치면 많이 찍을수록 수익이 나는 거잖아요. 근데 저희는 콘텐츠에 드는 비용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게 엄청나게 히트하지 않으면 콘텐츠 팔아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그러면 제작비를 투여하지만 수익이 많이 나는 게 아니니, 그럼 제작비를 줄이는 게 회사 입장에서는 더 이득인 거예요. 그러다 보니 지금 저희뿐만이 아니라 튼튼한 모 회사가 있지 않은 한 지역사는 대체로 열악하거든요. 경영진은 적자가 가속화될수록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를 줄여야겠다고 판단해요. 때문에 지역사에서는 자본과 인력을 충분하게 제공해서 만드는 프로그램들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로컬 여행 프로젝트 <친애하는 나의 도시> [광주MBCx여수MBCxMBC경남 공동제작]

수상소감에서 “공영방송인 MBC를 바로 세울 수 있는지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던데, PD님이 생각하는 MBC를 바로 세울 본질은 뭔가요?

“우리나라는 모든 게 서울에 집중돼 있잖아요. 방송도 마찬가지고 언론이라고 하는 것도 거의 대부분 서울로 집중돼 있죠. 사실 MBC 같은 경우 서울에서 시작된 방송사가 아니고 부산에서 시작됐어요. 로컬 방송이 저희의 전신인 거예요. 근데 점점 서울에 모든 게 집중되면서 지역에서 나오는 목소리들이 반영이 안 되는 거예요. 이게 언론만의 문제는 아니겠죠.

사실 MBC의 본질은 지역성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역성이라고 해서 지리적인 지역을 얘기하는 건 아니에요. 지역 MBC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서로 긴밀해요. 로컬에 누가 있는지를 서로 아는데, 다른 방송국이 가지지 못하는 강점이지요. 그러니까 필요한 일이 있으면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그 정도로는 친밀하다고 생각해요. 이게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잖아요. 민방 같은 경우에는 그런 시스템은 또 아니니까요.

이런 강점들이 어떻게 공적으로 발전이 될 수 있냐면, 예를 들면 광주의 5.18을 가장 가까이에서 수시로 취재할 수 있는 건 광주MBC예요. 관련 이슈가 있을 때 서울 MBC에서 요청이 있으면 광주MBC에서 소스를 올려보낼 수 있거든요. 만약에 어느 지역이든 급하고 중요한 이슈가 터졌을 때 그쪽 지역민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인력이 어디에 있을까를 생각하면 그 지역에 있는 MBC 방송사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네트워킹의 힘이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MBC가 가진 네트워킹의 힘은 단순히 지역 MBC를 위한 얘기가 아니라,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효과적으로 다른 지역에 퍼질 수 있는 네트워킹 체제를 굉장히 잘 갖추고 있는 거라 생각하는 거예요. 근데 그 네트워킹 체제가 지금은 다 죽어 있어요.”

왜 그렇게 됐을까요?

“일단은 교류가 많이 없었고, 그다음 내부적으로 이 네트워킹의 강점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하는 거죠. 저는 좀 답답한 게, 회사들이 위기라 하면 상식적으로 우리가 가진 강점이 뭔지 먼저 봐야 되잖아요. 근데 네트워킹이란 강점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많이 안 되더라고요. 서울 MBC도 네트워킹에 대한 관심이 지역사만큼 있지 않고요. 왜냐하면 거기는 재정적으로 훨씬 더 상황이 낫고 굳건하기 때문에요.

사실 공영성 관련해서는 지역 MBC에 좋은 사례들이 상당히 많아요. 최근 기념식 때 포항 MBC에서 저희와 같이 상을 받았는데,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다큐멘터리예요. 포스코라고 하는 공장이 그 도시를 움직이는데 거기에서 파생되는 문제점들이 있잖아요. 근데 이게 자본에 묶여 있기 때문에 쉽게 비판하기가 어려워요. 그걸 포항 기자가 한 거예요.

근데 포항 문제들에 서울이 관심 있을까요? 당연히 관심이 없죠. 그런데 현실은 포항에서 길어 올린 이 목소리를 다른 지역에서도 알아야지 그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잖아요. 그 지역 사회의 문제로만 치부하지 않고요. 네트워킹 시스템이 살아있다면 좋은 콘텐츠나 보도들을 서울 MBC뿐만이 아니라 타지역으로도 전파하면서 힘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지역에 고립되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전국적인 의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광주MBC 같은 경우에도 5.18 관련해서 그 당시에는 보도를 안 했기 때문에 부끄럽게 불탔지만, 그 이후 끊임없이 속죄의 의미로 다큐멘터리 제작을 해왔어요.

이런 지역의 이슈들이 소리 없이 묻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모든 것이 서울로 굴절되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아니라, 서울도 하나의 지역이란 인식이 필요해요. 어느 지역이든 중요한 문제들을 전국적으로 의제화하고 공론의 장을 만드는 데 있어서 이런 네트워킹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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