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일부 고위 검사들이 수사활동에 사용해야 하는 특정업무경비를 회식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를 쪼개 장어집, 참치집 등에서 회식비로 쓴 것이다. 검찰 직원 음악동호회 회식에까지 특정업무경비가 사용됐다. 

25일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은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특정업무경비 유용 사례를 발표했다. 공동취재단에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뉴스타파,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등 시민단체·언론이 참여하고 있다.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열린 검찰 특정업무경비 유용 발표 기자회견에서 유용 사례 자료들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열린 검찰 특정업무경비 유용 발표 기자회견에서 유용 사례 자료들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르면 특정업무경비는 수사·감사·예산·조사 등 특정 업무수행에 소요되는 실경비 충당을 위해 지급되는 세금이다. 특수활동비가 기밀유지가 필요한 수사활동에 사용하는 경비라면 특정업무경비는 기밀수사를 제외한 수사활동에 사용하는 경비다. 기획재정부 지침은 특정업무경비를 목적에 맞도록 투명하게 사용해야 하며 업무추진비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한 해 사용하는 특정업무경비는 2023년 기준 466억 원 규모다. 

공동취재단 검증 결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과 대전지검 천안지청, 청주지검 충주지청 등 3곳에서 특정업무경비 유용 사례가 확인됐다. 수사에 쓰여야 할 특정업무경비가 검사들의 술값, 밥값으로 사용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검찰은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 카드영수증을 공개하면서 음식점 상호와 결제시간 등을 가리고 공개했는데, 검증이 가능했던 일부의 자료에서 부정사용 사례가 드러났다. 

지난해 2월 6일 고양지청장은 경기도 파주의 한 장어요리집에서 전입 검사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회식비는 85만 2천 원. 지청장을 비롯한 검사들은 장어 특대 4개(40만 원), 쏘가리 매운탕 3개(30만 원), 장어 특 한 마리 추가(5만 원), 소주·맥주 총 13병 등을 먹었다. 결제는 두 번에 나눠 진행됐다. 45만 2천 원은 지청장 업무추진비에서, 40만 원은 특정업무경비에서 처리됐다. 두 카드 영수증의 테이블번호가 일치해 한 자리에 있었던 회식비를 나눠서 결제한 것으로 확인된다. 

고양지청은 이날 같은 식당에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를 동시에 지출한 내역이 3건 더 발견됐다. 다만 해당 지출건은 결제시간과 테이블번호 등이 먹칠이 돼 있어 동일 식사자리에서 사용된 것인지 증빙이 불가했다. 

공동취재단은 "비싼 회식을 하고 일부는 특정업무경비로 사용한 것"이라며 "업무추진비 용도로 쓰는 것이 금지된 특정업무경비를 간담회 회식비로 사용한 부분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안지청이 공동취재단에 공개한 2023년 1월 10일자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 카드 영수증. 왼쪽이 업무추진비로 지출된 영수증, 오른쪽이 특정업무경비로 지출된 영수증. 곳곳에 먹칠이 되어 있다. 
천안지청이 공동취재단에 공개한 2023년 1월 10일자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 카드 영수증. 왼쪽이 업무추진비로 지출된 영수증, 오른쪽이 특정업무경비로 지출된 영수증. 곳곳에 먹칠이 되어 있다. 

천안지청은 지난해 2월 7일 청사 앞 고깃집에서 전입검사 만찬간담회를 진행했다. 고기세트 3개, 눈꽃살 2개, 황제살 2개, 안창살 2개, 소주 10병, 맥주 24병 등을 먹어 52만 8900원이 나왔다. 이 중 30만 원은 지청장 업무추진비로, 22만 8900원은 특정업무경비로 쓰였다. 

천안지청장은 지난해 1월 10일 음악동호회 회원으로 있는 검찰 직원들과 천안시 소재의 한 참치집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5만 5천 원짜리 디너 정식 10개(55만 원), 주류반입 비용 3만 원, 소주·맥주 10병 등 총 65만 원이 나왔다. 40만 원은 지청장 업무추진비에서, 25만 원은 특정업무경비에서 나갔다. 천안지청의 경우에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가 지출된 건들이 더 나왔다. 다만 결제시각, 테이블 번호 등이 가려져 있어 증빙이 되지 않았다. 

충주지청장은 지난 2021년 10월 15일 한 프렌차이즈 초밥뷔페에서 민원팀 오찬 간담회 명목으로 업무추진비 20만 원을 결제했다. 그런데 같은 날 특정업무경비로도 30만 원이 결제됐다. 두 카드결제 시각을 확인한 결과, 특정업무경비 결제 14초 후에 업무추진비 결제가 이뤄졌다. 

충주지청은 지난해 3월 15일 청사로부터 약 8km 떨어진 쏘가리매운탕·장어전문 음식점에서도 거의 동시에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를 사용했다. '청주지검 관내 월례회의 간담회' 명목으로 38만 3천 원이 업무추진비로 결제된 뒤 23초 후 특정업무경비로 24만 3천 원이 결제됐다. 

(자료=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
(자료=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

공동취재단은 "이번에 찾아낸 것은 빙산의 일각도 안 되는 것이다.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 카드영수증 중 상당수는 휘발되어 판독이 불가능하고, 그나마 일부라도 판독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 판결문 취지를 무시하고 음식점 상호, 결제시간 등의 정보를 가리고 복사했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심각한 유용사례들이 드러난 것을 보면 특수활동비뿐만 아니라 특정업무경비 관련해서도 예산 오·남용이 만연해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공동취재단은 "감사원이 나서서 검찰의 특정업무경비 실태에 대해 전면적인 감사를 해야 하고, 업무상 배임과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가 드러난 건에 대해서는 수사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검찰이 스스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특별검사의 수사범위에 특정업무경비 유용도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현재까지 특정업무경비 증빙자료를 모두 공개한 검찰청은 전국 67곳 중 21곳에 불과하다. 정보공개 소송 종료 후 8개월의 자료 수령 시간이 지났음에도 자료공개가 지체되고 있다. 공동취재단이 정보공개청구한 특정업무경비 증빙자료의 범위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다. 대검찰청은 2018년 9월까지의 자료,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9월까지의 자료만 공개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