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T이사회가 차기 대표 최종후보로 구현모 현 대표를 확정했다가 이를 백지화하면서 정부가 소유분산기업 인사에 부적절한 개입을 하고 있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소유분산기업의 사유화를 막기 위한 장치는 필요하지만 정부가 '주인 행세'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KT이사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차기 대표 후보자를 공개 경쟁을 원칙으로 공모하겠다고 밝혔다. KT이사회는 "현재까지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도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운영했다"면서도 "이번 결정으로 공개 경쟁 방식 적용, 사외이사 중심의 심사, 심사 결과 공개 등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을 보다 강화한 바, KT 대표이사 후보 선임 과정을 정기 주주총회 소집 공고 전까지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KT이사회 내 지배구조위원회는 10일부터 20일까지 지원자 접수를 받고, 이후 압축된 후보자를 28일 공개할 예정이다. KT 이사회는 내달 7일 면접심사를 통해 최종후보자 1인을 확정한다. 구현모 대표는 이번 공모에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KT이사회는 투명성·공정성·객관성을 내세웠지만 언론과 KT 내부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부당한 인사 개입을 의심하고 있다. KT이사회는 지난해 12월 16일 구 대표의 연임이 적격하다는 심사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날 구 대표는 스스로 복수 후보 경선을 역제안했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구 대표의  '셀프 연임'을 우려하며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후 구 대표는 경선을 거쳐 지난해 12월 28일 최종 후보로 선정됐지만 국민연금은 공정한 절차에 의해 경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공개적인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회사를 포함해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돼야 한다"며 "소위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작동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지난달 6일 KT의 대표 선정 과정을 '밀실 담합'이라고 비판했으며, 지난달 30일 세미나를 열고 KT 등 소유분산기업의 경영진 연임 절차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구 대표의 연임에 반대해 온 KT새노조는 지난 6일 논평에서 "최근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이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의도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장 연임 절차에 문제가 있다면 이사회 사무국을 수사해 심사과정이 적법했는지, 허위 공시 등이 없었는지 조사하면 될 일이다. 이런 법적인 조치 없이 정치권 인사들이 말로 비리의혹을 제기하며 개입하는 것은 국민기업을 정권 전리품 취급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임을 정치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한국일보는 사설 <KT 차기 대표 백지화… 결국 정부가 주인인가>에서 "이사회 결정을 두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KT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뜻이 결국 관철된 것인데, 여기엔 정부의 ‘보이지 않는 힘’이 반영됐다는 게 정설"이라며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KT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KT 이사회는 이날 '사회적 요구를 반영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상 국민연금을 앞에 내세운 정부의 요구를 반영했다고 보는 게 맞다"며 윤 대통령의 발언 직후부터 벌어지는 '일련의 움직임'에 주목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거센 관치 인사 논란에도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엔 관료 출신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안착했다. 다음 타깃은 내년 3월이 임기인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라는 얘기까지 심심찮게 나돈다"며 "소유분산기업에서 셀프 연임 등 기존 최고경영자의 사유화를 막을 장치는 분명 필요하지만, 정부가 주인 행세를 하며 마음대로 개입하는 게 용인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전자신문은 사설 <누더기된 KT 수장 찾기>에서 "경위가 어찌됐든 KT이사회는 이전 결정을 무효화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KT이사회가 차기 CEO 선임을 공정하고 독자적으로 할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주지하다시피 KT는 과거 공기업이었지만 민영화돼 정부 주식은 한 주도 없는 민간기업이다. 혹시라도 KT CEO 선임에 현 정부가 은밀하게 개입한다면 월권이고, 이전 정부의 불공정을 반복하는 일"이라고 짚었다. 

전자신문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중수 KT 사장이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사퇴한 사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이석채 KT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의 고강도 수사를 받던 중 사퇴한 사례 등을 거론했다. 

한편, 구 대표는 매입한 상품권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했다는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에서 벌금 1천만 원이 선고됐다. 9일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구 대표가 친형의 회사를 인수한 H그룹에 '보은성 투자'를 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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