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T 지배구조개선TF가 대주주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냐는 내부 비판이 제기된다. 17일 출범한 지배구조개선TF에 국민연금·현대자동차·신한은행 등 대주주의 참여 여부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차기 대표 선임과 관련한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해 경영공백 사태가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KT는 이날 '뉴 거버넌스 구축 TF' 외부전문가 5인을 선정하고 명단을 발표했다. TF는 KT 대표이사·이사 선임 절차 등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하게 된다. 선정된 외부 전문가는 ▲김준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겸 한국공기업학회 회장 ▲선우석호 전 홍익대 명예교수(전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주형환 세종대학교 석좌교수(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앨리샤 오가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조교수(기업지배구조협회 정회원) 등이다. 

KT 사옥 (사진=연합뉴스)

KT는 지배구조개선TF 구성을 위해 지분율 1% 이상 국내·외 주요주주 17곳에 전문가 추천을 요청했다. 7곳의 주주가 전문가 9인을 추천했고, KT는 이 중 5인을 선정했다. KT는 사회적 명망, 이사회 역할에 대한 이해도, ESG 경영에 대한 전문성 등을 고려해 5명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KT는 TF 구성에 참여한 주주가 어디인지 밝히지 않았다. KT 관계자는 17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참여주주를 밝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각 주주들이 밝히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부득이 누가 참석했고, 누가 누구를 추천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등 대주주 참여 여부에 대한 질문에도 KT 관계자는 "지금은 그 점에 대해 밝힐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도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저희가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노코멘트'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노코멘트' 사유를 묻자 국민연금 관계자는 "저희뿐 아니라 다른 대주주도 다 공개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같은 이유라고 보면 되겠다"고 답했다.

이에 KT새노조는 지배구조개선TF가 시작부터 불투명하게 구성·운영돼 경영공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미영 KT새노조 위원장은 "회사가 불안한데 더 불안하게 만들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하는데 7개 주주밖에 참여를 안 했고, 어떤 주주가 누구를 추천했지도 모른다"며 "정당성이 있다면 공개를 했을 텐데 공개를 안 하지 않냐"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만약 대주주가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TF 결론에 대주주가 또 문제를 삼을 수 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KT가)정말로 참여해야 할 대주주가 TF에 참여를 하지 않아서, '앙꼬 없는 찐빵'이라서 공개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 참여했으면 '했다', 안 했으면 '안 했다'고 하면 될 일"이라며 "오히려 지금까지 나왔던 의혹을 해결하지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박종욱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를 지속시키기 위한 시간끌기 전략이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했다. 김 위원장은 "KT가 TF 구성에 있어 비상하게 (주주들에게)'참여해달라' 노력하고 설득했는지 의심된다"며 "현재 사외이사 4명이 남아있는데, 그 4명이 책임 있게 (대표이사를 선임)하면 되는 것이다. 엉망인 성적표를 들고 이렇게 시간을 끌 것 같으면 차라리 대표를 뽑아 힘 있게 운영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28일 KT 이사회에서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이 확정되자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공개 비판에 나섰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돼야 한다"며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작동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구 전 대표의 연임이 무산되고 공개모집 절차가 시작됐다.   

공모 결과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이 차기 대표로 내정됐다. 국민의힘은 대거 지원한 여권·보수진영 인사들이 모두 낙마하자 "그들만의 리그"라고 KT를 비난했다. 

윤 내정자는 주주총회를 나흘 앞둔 지난달 27일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다"며 돌연 사퇴했다. 검찰은 현대차가 2021년 구 전 대표 형의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 당시 현대차 부사장인 윤 내정자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주주총회를 통해 박종욱 대행 체제가 들어섰다. 박 대행이 신속히 차기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물러나야 한다는 게 KT새노조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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