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은 대기업·부자 감세와 규제철폐로 요약된다. 고물가 등 민생경제 위기 상황을 '낙수효과'로 돌파하겠다는 방향에 대해 서민들의 삶이 배제됐다는 언론 비판이 적지 않다. 적극적인 부자감세와 재정 건전성은 모순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6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가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언론이 가장 주목한 내용은 대기업과 부자에 대한 감세정책이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이명박 정부 수준인 22%로 내리고, 과표구간을 단순화한다. 기업의 사내 유보금에 세금을 물리는 제도를 없애고,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 수익에도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한국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각종 공제에 의해 이미 20% 안팎 수준에 달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김지원 레드윗 대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어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등 주택보유세를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종부세 과세 기준은 공시가격 11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높아진다. 현 시세 기준으로 약 18~19억 원의 주택을 한 채 소유한 사람은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손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주택 부자에 대한 추가 감세가 예상된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국가 재정기조를 '건전재정'으로 전면 전환한다고 밝혔다.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으로 공공부문 개혁이 제시됐다. 공공기관 업무·인력 조정, 국유재산 활용, 민간투자 활성화 등이다.

경제정책 방향에 주52시간제 개편, 기업 CEO 형사처벌 완화 추진, 상속세 납부 유예, 중대재해처벌법 손질 등 친기업 방안이 포함됐다. 민생안정 방안으로 유류세 인하 연장, 월세 세액공제율 상향, 주택 대출 상환 소득공제 한도 확대, 5G 맞춤형 요금제 출시 유도 등이 거론됐다.

17일 경향신문은 사설 <민생이 위기인데 대기업·부자 감세로 경제 살린다는 정부>에서 "정부는 이런 조치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고 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 등에서는 법인세를 인상하고 있다"며 "정부의 부유층 친화 정책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중략)서민주거안정 대책은 없고, 정권 입맛에 따라 종부세를 조정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는 꼴"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새 정부 경제정책이 발표되자 실패로 끝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낙수효과’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의 재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이런 정책으로는 경제·사회적 불평등·양극화를 해소하기는커녕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중략) 윤 대통령은 '국민·정치권의 협력과 동참'을 요청했지만 협력·동참이 가능한 정책을 내놓는 것이 먼저"라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사설 <‘세금 깎고 규제 풀어 성장’ MB시대 돌아간 경제정책>에서 "오래전 서랍에 넣어둔 것을, 경제 여건의 변화를 무시하고 다시 꺼내 온 것 같다"며 "이런 노골적인 ‘친기업’ 지원책들이 실제 민간투자를 얼마나 활성화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한겨레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더욱 심화된 양극화 현상, 세계경제 블록화, 국제사회 기후위기 대응 강화에 따른 계획 등도 새 정부 경제정책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한겨레는 또 윤석열 정부의 재정건전성 기조를 지적했다. 한겨레는 "감세 혜택은 대기업과 자산가에게 집중된다. 이로 인해 세수가 적잖이 감소하는데 아무런 대안 없이 건정재정을 확립하겠다니 미덥지 않다"며 "눈앞에 닥친 고물가와 글로벌 긴축 상황도 재정의 적극적인 구실을 요구할 텐데,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尹 정부, MB 실패 유념해 경제전쟁 이끌어야>에서 "법인세 인하는 공감할 만하다. 문제는 이명박(MB) 정부 때도 이 카드를 썼다는 것"이라며 "법인세를 지금처럼 3% 포인트 내려 기업 부담을 27조 원 덜어 줬다. 그럼에도 투자는 인하 시점 4년 전후로 되레 10조 원 줄었고, 고용은 제자리였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이런 실패 사례를 극복하지 못하면 감세로 경제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추경호 경제드림팀'의 구상은 어그러지게 된다"며 "낙수효과를 유인해 내지 못하면 '기업만 좋은 일 시켰다'는 부자 감세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새 정부 경제정책, '부자감세' 넘어 선순환 이뤄야>에서 "정부는 일련의 감세 정책 배경으로 '경제 운용 중심을 정부에서 민간·기업·시장으로 전환'(법인세 감세) '주거 안정'(부동산 보유세 감세) '금융 혁신'(주식 양도세 유예) 등을 들었지만 대부분 대기업과 부자 계층에 혜택이 집중돼 논란이 예상된다"며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재정 기조를 전환하면서도 주요 세원을 대거 감축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우려도 상당하다"고 썼다.

매일경제신문사가 발간한 책 'MB 노믹스 액션 플랜' 표지 갈무리(교보문고)

한편,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언론에서도 유사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는 17일 사설 <민간 주도 성장은 맞는 방향, 실행력이 관건>에서 "감세 정책과 건전재정 기조가 상충할 가능성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법인세·부동산세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 초고액 주식보유자 외 국내 상장 주식 양도세 폐지, 증권거래세 인하 등 대선 공약이 대부분 현실화됐다. 혜택 대부분이 대기업과 부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세금을 깎아준다는 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며 "인구 고령화와 복지재정 소요 등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증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정부가 이번에 약속한 중장기 재정 전략인 ‘재정 비전 2050’을 수립할 때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점에서 증세도 균형 있게 고민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새 경제정책 방향 맞지만 감세 일색에 실효성 미흡은 문제>에서 "재정건전화 방안에 배치되는 게 아니냐는 시비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는 법인세 외에도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감세 정책과 재정건전성 방침이 충돌하는 부분에 대해 야당과 국민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서민들의 고물가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대책은 감세 정책과 비교해 미미하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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