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TBS 교육방송 전환'은 영상콘텐츠 제공이 주력 사업인 '서울런'을 지상파 라디오를 통해 방송하겠다는 내용으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TBS 유튜브나 TV채널을 통해 '서울런'을 구현할 계획이라면 서울시 조례 개정 없이 가능하다. TBS로부터 '시사·보도기능을 박탈하겠다'는 의도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더욱이 '서울런'은 180억 원의 세금을 들여 사교육업체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번 선거에서 시의회가 51%만 돼도 좋겠다"
오 시장은 지난달 중순 언론 인터뷰를 통해 TBS 기능 전환에 대한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교통방송의 본질적인 기능 전환을 고민할 때가 됐다. (서울시의회에서)다수 의석이 확보되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으며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서울시장으로서 이루지 못해 아쉬운 점'으로 TBS 기능 전환을 꼽았다.
오 시장은 "시민들을 위한 방송을 만들기 위해 기능을 교통에서 교육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현재 110석 중 국민의힘이 6석에 불과한 시의회 의석 구조로는 조례 개정이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식물 시장이다. 이번 선거에서 시의회가 51%만 돼도 좋겠다"고 말했다. 6·1 지방선거 결과 국민의힘은 서울시의회 의석 68%를 차지하게 됐다.
오 시장의 '서울런' 언급은 지난달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나왔다. 오 시장은 "'서울런'이라고 저소득층 자제들 무료로 인터넷강의 듣는 프로그램도 시작했고 굉장히 효과가 좋다. 또 평생교육이 굉장히 중요해진다"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인생 2모작 3모작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나. 그런 분들을 위해 평생교육시스템을 가동하는데 인터넷과 방송이 융합되면 굉장히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같은 날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과 인터뷰에서 TBS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지금 '서울런'이라고 해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사교육을 가지고 강남의 소위 '일타강사'분들 강의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아주 잘 작동되고 있다"며 "이런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 빈곤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터넷 방송과 교육방송 등의 시스템이 융합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상파 라디오에서 '일타 강사' 인강
저소득층, 학교 밖 청소년, 다문화 가정 청소년 등 취약계층 학생들이 '서울런' 회원으로 가입하면 8개 사교육업체(메가스터디·대성마이맥·이투스 등) 중 한 곳을 선택해 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서울런' 회원이 아닌 일반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는 '오픈 강의'이다. 시민교육·창의융합·진로직업·문화예술·취업·자격증·입시 등 다양한 영상이 있다.
문제는 '서울런'은 음성 콘텐츠가 아닌 영상 콘텐츠라는 점이다. 지난달 19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오 시장이 인터넷 기반의 '서울런'을 교육방송과 연결하면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말하자 김성회 씽크와이소장은 "TBS가 기본적으로는 라디오 주파수를 공중파(지상파)로 갖고 있다. 유튜브, TV채널도 있지만 케이블로 방송이 되는 거라 라디오 채널이라는 성격이 교육방송과 맞는지를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 시장은 "그러니까 제가 드리는 말씀은 라디오 방송뿐만 아니라(인터넷 연결이 되면 효과가 좋을 것)"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 역시 '서울런' 사업이 라디오 방송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최근 '스마트 교육'이 자리를 잡고 있다. AI, VR, AR, MR, 온라인 공개수업, 디지털 교과서, 메타버스 등의 기술이 교육에 접목되고 있다. 교육 영상을 제공할 수 있는 TBS TV는 등록제로 운영되는 케이블TV의 채널이며 유튜브 채널은 법인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사적 채널이다. TBS TV와 유튜브에 '서울런' 사업을 접목시키는 것은 조례 개정을 통한 기능 전환과 관련이 없다는 얘기다.
1990년 특수목적 방송으로 설립된 지상파 라디오 사업자 TBS는 '교통과 기상 정보를 포함한 방송 전반'을 허가 받았다. 지난 2020년 TBS가 방통위로부터 받은 허가증에도 '교통과 기상을 중심으로 한 방송사항 전반'이 기능으로 명시됐다.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TBS의 기능은 '방송을 통한 교통 및 생활정보 제공', '지역 관련 정보제공 등 방송사업 전반', '시민의 동등한 미디어 참여와 소통 활성화 지원' 등으로 규정돼 있다.

서울시의회가 TBS 조례를 변경한다고 해도 2024년 12월까지 교통방송 TBS의 재허가 효력은 유지된다. 서울시 조례와 방송법에 근거한 방통위 허가가 충돌하게 되는데 '법률우위의 원칙'에 따라 지방의회의 조례는 개별법을 앞설 수 없다.
3일 방통위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서울시의회가 조례를 개정해 TBS의 기능을 교육방송으로 전환할 경우 방통위의 기존 허가 효력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기존 허가 기간과 별도로 변경 허가 등 여러 사안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조례 개정만으로 TBS의 기능이 곧바로 전환되느냐'는 질문에 방통위 관계자는 "조례 개정만으로 가능하지 않고, 방통위 허가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TBS 양대노조와 직능단체들은 오 시장의 교육방송 전환 방침을 '선 넘은 시사·보도 기능 박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언론인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언론사의 존립을 외부에서 규정짓는 행태는 과거 군사정부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언론탄압"이라며 "속내는 TBS의 시사·보도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아서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방송 전환과 시사·보도 박탈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다. 실례로 편성규제를 받는 EBS는 교육방송의 중립성을 이유로 교육 분야에 한정해 보도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EBS 보도 기능 확대는 방통위가 제동을 걸었다. 보도를 포함한 방송 전반에 대해 허가를 받은 TBS가 교육방송으로 전환하게 되면 시사·보도 기능에 대한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여주기식 예산 낭비의 표본
지난 4월 좋은교사운동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서울런'의 2022년 예산은 165억 원이다. 이 중 온라인 콘텐츠 지원사업에 75억 원, 멘토링 사업에 55억 원이 배정됐다. 이 외에 서울시는 13억 원가량을 홍보비로 사용했다.
이들 단체의 분석 결과 2021년 '서울런' 가입자 수는 9069명으로 전체 대상자 11만 4829명의 7.9%에 불과했다. 가입자 44.6%는 초등교육, 29.5%는 고등교육을 수강했다. 2021년 '서울런' 이용자들의 평균 진도율은 49.5%였다. 2021년 가입 회원의 재신청 비율은 50~65% 수준이었다. '서울런'은 멘토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대학생 멘토 수는 589명, 1인 당 멘티 수는 2.7명이었다. 대학생 멘토 1인당 월 수당액은 평균 17만 8400원으로 나타났다.

두 단체는 "사교육업체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무료 강좌임에도 단지 7.9% 정도만 가입해 사용한다는 것은 예산 낭비다. 진도율과 재가입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아 무료라 시작했지만 실제 학습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시는 우수 대학생을 선별하여 멘토 멘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했지만 대학생들의 월 과외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당에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할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서울런' 10회 이상 이용자 수, 가입자 중 진도율별 인원, 평균 학습시간, 층위별 학습시간 등의 정보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단체는 "해당 정보들의 부재는 프로그램 운영 후 피드백이 부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서울시는 그저 무료 온라인 수업 콘텐츠를 제공하면 성적이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단체는 '서울런' 사업을 "보여주기식 예산 낭비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서울런' 사업은 많은 예산을 들여 사교육업체의 배를 불려주고, 그 효과의 검증이 가능하지 않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사업"이라며 "더군다나 유사한 사이트가 존재하고, 교육청에서도 유사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중복 사업에 집행되는 예산을 굳이 써야 하는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했다.
한편, 영상 조회수를 확인할 수 있는 '서울런' 오픈 강의 목록을 보면 대다수의 영상이 1자리~3자리 조회수를 보이고 있다. '서울런'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3일 기준 6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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