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서울신문이 대주주 요구로 호반건설 비판 기사를 삭제한 것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차라리 붓을 놓는 게 한국 민주언론 체계를 지키는 데 그나마 도움 된다”고 규탄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황수정 편집국장은 16일 편집국 부장단 회의에서 “호반건설 그룹 대해부 기사를 내리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곽태헌 사장, 호반건설 검증보도 TF팀 대표, 편집국장 등 6인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호반건설 그룹 대해부 기사는 30여 건으로, 호반건설은 지난해 말부터 기사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 (사진=미디어스)

언론노조는 17일 <118년 ‘서울신문’에 먹칠하지 마라> 성명에서 “서울신문 편집국장은 기사를 지우기로 한 것을 두고 ‘편집권 부분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며 “기사를 지우기로 했는데 ‘편집권’이 아니면 대체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 속 ‘편집권’을 펼치고 또박또박 읽어줘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편집권을 잃은 무리가 스스로를 공익을 추구하는 공영 신문, 공익 정론지라고 일컬을 수 있나”라면서 “소가 짖겠다. 가슴에 손을 얹고 ‘편집권 침해’와 ‘상생을 위한 판단’ 사이 동떨어진 거리를 곰곰 재어 보기 바란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홈페이지 회사소개에서 “공익을 추구하는 공영신문-바른 보도로 미래를 밝히고 공공이익을 추구하는 공익정론지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신문 비전. (사진=서울신문 회사소개 화면 갈무리)

황수정 편집국장은 지난해 10월 편집국장 후보 토론회에서 “편집권은 걱정하지 말라”며 “구성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기구는 만들지 않겠다. 내가 판단하고 책임지고 막겠다”고 밝혔다. 또한 황 편집국장은 지난해 12월 “‘호반건설 그룹 대해부’ 카테고리를 삭제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미디어스 질문에 “그게 중요한가. 기사는 다 살아있다”고 답한 바 있다.

언론노조는 “(황수정 국장은) 편집국장이 될 무렵 약속을 깊이 되새겨야 할 터”라면서 “스스로 언론인이라 여긴다면, 우리가 ‘공정 보도를 가로막는 권력과 자본의 횡포에 맞서 편집·편성권 쟁취를 위한 민주 언론 수호 투쟁에 나서자’고 언론노조 제1 강령에 새긴 까닭 또한 짚어 보라”고 했다.

언론노조는 “<호반건설, 8조 그룹지배권 ‘꼼수 승계’> 보도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작업 중이거나 존재하지 않는 기사’라고 알리는 건 독자 우롱”이라면서 “<’내부 거래’ 아들 회사, 단 10년 만에 매출 94배 키워 그룹 장악> 보도가 있어야 할 자리에 ‘언론사의 요청으로 삭제된 기사입니다’라는 알림이 떠도 좋겠느냐고 독자께 묻지도 않았으니 짬짜미다. 이럴 바에야 서둘러 붓을 놓는 게 한국 민주 언론 체계를 지키는 데 그나마 도움이 되겠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 <’내부 거래’ 아들 회사, 단 10년 만에 매출 94배 키워 그룹 장악> 보도가 삭제돼 찾아볼 수 없다 (사진=서울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언론노조는 “호반은 광주방송 대주주일 때에도 자회사 KBC플러스를 내세워 토지주택공사 아파트 용지 입찰에 서른세 차례나 나서게 했다”며 “이런 흐름을 서울신문으로 이어낼 생각이라면 하루빨리 접는 게 좋겠다. 언론노조가 달리 까닭이 있어 미디어와 산업 자본 사이에 벽을 높이 세우자는 ‘미산 분리’를 제안했겠는가”라고 했다.

(관련기사 ▶ 서울신문서 '호반건설 그룹 대해부' 카테고리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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