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10일 광주 방문 일정을 두고 이용섭 광주시장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1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전두환 씨가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또한 윤 후보 SNS 계정에 반려견이 사과를 받는 사진이 게시되자, ‘국민을 조롱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 후보는 비판이 거세지자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난 후 광주를 찾아 제대로 사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 후보는) 광주시민은 물론이고 국민들 가슴에 불을 질러 놓은 것”이라며 “그런데도 ‘광주는 반대해도 나는 간다’는 식으로 경선을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광주를 방문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쇼’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서 그렇게 얘기한 것이다. 다행히 경선을 앞두고 방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사진=광주광역시)

이용섭 시장은 윤 후보가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중요한 것은 (윤 후보가) 민주시민들이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역사의식을 보여주고,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반성을 해야 한다”며 “그리고 역사왜곡에 대해서 책임 있는 조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책임 있는 조치가 무엇을 의미하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 시장은 윤 후보가 광주시민과 국민들에게 세 가지를 약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섭 시장은 윤 후보가 ▲5.18 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포함시키는 노력 ▲5.18 진상규명에 앞장서겠다는 노력 ▲역사 왜곡에 대한 당차원의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장은 “윤 후보가 광주 방문에 앞서 사과 성명을 발표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어떤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5월 민주항쟁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약속하고 광주를 방문한다면 광주가 (윤 후보 방문을) 반대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일부 시민단체가 윤 후보에게 ‘썩은 사과’ 전달을 예고하는 등 충돌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이 시장은 “윤 후보가 진정성 있는 사과 성명을 낸다면 그런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윤 후보가) 의례적 사과나 정치적 행보로 광주를 방문한다 해도, 광주시민들은 지혜롭고 현명하다”고 했다.

이 시장은 오히려 자작극 사태를 우려했다. 이 시장은 “과거 5.18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극우 성향 단체들이 금남로와 5.18 묘역 일대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했었다”며 “당시 시민들은 자제했지만, 어떤 정치인들은 비판받고 탄압받는 모습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노리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 돌출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이 지방선거 재선을 노리기 위해 5.18의 아픔을 정치판으로 끌어드리고 있다’는 윤석열 캠프 측의 주장에 대해 이 시장은 ‘광주시장으로서 할 얘기를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시장은 “국민의힘 후보라서 비판하는 것이 아니고 5월 역사를 왜곡하고 폄훼하는 것에 대한 분노”라며 “만약 민주당 후보가 비슷한 발언을 했다면 시민들은 지금보다 강도 높은 비판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9일 광주 시민단체들은 광주광역시 동구에서 윤 후보의 광주 방문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와 참여자치21 등 100여 개의 광주 시민단체들은 “진정성 없는 사과 방문으로 5.18과 광주를 더럽히지 말라”며 “윤 후보의 광주 방문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위한 것이 아닌 5.18과 광주를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고도로 기획된 정치 이벤트”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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