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망언’에 대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힌 지 하루도 안 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여러 차례 ‘사과’ 사진을 올려 파문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착잡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22일 자정께 윤 전 총장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사과’ 사진들이 올라왔다. 윤 전 총장의 반려견 계정인 ‘토리스타그램’에 인도 사과를 토리에게 주는 사진이 게재됐다. 해당 게시글에 "오늘 또 아빠가 나무에서 인도사과를 따왔나봐요. 토리는 아빠 닮아서 인도사과 좋아해요"라는 문구가 있었다.

21일 저녁 윤 전 총장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사과’ 사진이 게시됐다. 윤 전 총장은 나무에 끈으로 사과를 달아놓은 사진을 올리고 “석열이형이 어렸을 적에 아버지는 퇴근길에 사과를 사오셨대요. 그러고는 몰래 마당에 있는 나무에 사과를 실로 묶어두었답니다”라며 “냉큼 일어나 팬티 바람으로 사과를 따서 아삭아삭 베어먹었어요”라고 적었다. 20일 오후에는 윤 전 총장이 돌잡이 때 사과를 잡았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현재 ‘사과’ 관련 게시글은 모두 삭제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이날 오전 개인 페이스북에 “아침에 일어나 보니 뭐 이런 상식을 초월하는... 착잡하다...”는 짧은 말을 남겼다.

정치권은 격앙된 분위기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윤 전 총장이 울며 겨자먹기로 한 전두환 찬양을 사과하기 전에 본인의 반려견 인스타그램의 개에게 사과를 건네는 사진을 올렸다 지웠다"며 "역사 무지를 넘어 스스로 윤두환이 되어 광주 정신을 우롱하고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심 후보는 "윤 후보는 인성 컷오프부터 통과하는 게 우선"이라며 "인성 컷오프부터 통과해야할 수준의 후보에게 대선 경선후보 자리조차 가당키나 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당내 경선 후보들도 나섰다. 홍준표 의원 대선 캠프 대변인은 22일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의 ‘전두환 실언’은 호남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줬을 뿐 아니라 우리 당이 지난 십수 년간 호남의 마음을 얻기 위해 들인 노력을 순식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엄중한 발언이었다”면서 "가뜩이나 엎드려 절받은 국민의 뒤통수를 쳤다. 이것이 ‘사과는 개나 줘’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냐”고 일갈했다.

유승민 캠프의 권성주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오싹하고 무섭다는 반응이 순식간에 퍼지자 약 1시간 만에 사진은 삭제됐다"며 "그러나 사진을 삭제한다고 이미 드러낸 본심은 국민들 뇌리에서 삭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에서 억지 사과하고 뒤로 조롱한 기괴한 후보에게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은 없다"고 비판했다.

원희룡 캠프의 신보라 대변인은 "사과마저 희화화하는 윤 전 총장 캠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돌이킬 수 없는 후폭풍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윤석열 캠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사과’ 사진과 관련해 “약간의 재미를 가미한 것”이라고 밝혔다. 권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개인의 인스타그램이라는 것이 너무 무겁고 딱딱하면 재미가 없다”며 “공식 입장은 본인 페이스북과 어제 기자회견에서 유감 표명을 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해명했다. 권 의원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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