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당 해체' 발언으로 국민의힘 대선 경선 '막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윤 전 총장이 주술·미신, '고발사주' 등 자신과 관련한 의혹을 타 후보가 언급한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의힘 해체를 주장하면서 경선이 최소한의 품격마저 상실했다는 보수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3일 제주도 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홍준표·유승민 등 경쟁 후보들을 겨냥해 "같은 당 후보를 민주당 프레임으로 공격하는데, 정말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게 낮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도 윤 전 총장은 "그분들이 제대로 했으면 정권이 넘어갔겠나",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박살 났겠나", "월급쟁이 공직생활을 한 사람한테 도덕 검증, 윤리 검증 잣대를 들이댄다는 게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 "당이 한심하다" 등 격앙된 발언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14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경기도당 주요당직자 간담회'에 참석, 당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홍준표 의원은 "못된 버르장머리 고치지 않고는 앞으로 정치 계속하기 어렵겠다"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벼락출세하더니 눈에 뵈는 게 없나"라고 비판했다.

15일 동아일보는 사설 <"정신머리" "버르장머리" 최소한의 품격도 외면한 野경선>에서 "다른 후보들이 윤 후보를 공격하는 주된 소재는 '고발 사주' 의혹과 손바닥에 왕(王)자를 적은 것에서 비롯된 주술 논란"이라며 "주술 논란은 윤 후보 본인이 자초한 것이고, 고발 사주 의혹 역시 윤 후보가 검찰총장이던 시절 벌어진 일인 만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 문제를 거론한다고 해서 윤 후보가 자신이 속한 정당을 없애야 한다고 말한 것은 도를 넘었다"며 "정당의 주체는 몇몇 정치인이 아니라 당원이라는 민주주의의 원리조차 망각한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쏘아 붙였다.

또 동아일보는 "손발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주택청약 통장을 모르면 거의 치매 환자", "나와바리" 등 윤 전 총장의 발언 논란을 언급하며 "윤 후보는 정치인의 말은 자신의 품격을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윤 후보는 다른 후보 탓을 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대선 주자에게 걸맞는 정책과 언어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홍 후보와 유 후보 역시 윤 후보를 같은 당의 동료로 인정한다면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삼가고 절제된 표현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동아일보는 앞서 지난 9일 사설에서 "앞으로도 이런 막장 공방이 계속된다면 국민의힘 수권 능력에 대한 의문은 커져만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같은 날 국민일보는 사설 <국민의힘 ‘막말 경선’ 국민은 신물난다>에서 "차선을 선택하는 게 선거라고 하지만 이번 대선은 너무 심하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며 "하루하루가 힘든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정책 제시는 뒷전으로 하고 상대방을 비하하는 거친 말을 쏟아내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썼다.

국민일보는 "막말을 제어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선거 분위기가 고조된다면 원색적인 육두문자를 상대방에게 쏟아낼지도 모른다"며 "우선 당 지도부가 중심을 잡고 막말이 나오지 않도록 제도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 10월 15일 <“정신머리” “버르장머리” 최소한의 품격도 외면한 野경선>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국민의힘 대선 주자 간 감정싸움이 차마 눈 뜨고 못 볼 지경"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역시 윤 전 총장 '당 해체' 발언에 주목했다. 경향신문은 "그는 장모·부인 논란에 고발사주 의혹 등에 휘말려 있다. 그래놓고 자신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당의 풍토까지 거론하며 해체 운운하다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며 "이런 인식을 갖고 대통령이 된다면 국회와 야당을 어떻게 대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고 질타했다.

한겨레는 기사 <"정신머리" "버르장머리" "뵈는게 없나"…윤석열발 진흙탕 싸움>에서 "경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높아진 검증 강도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윤 전 총장의 모습이 '초보 정치인' 이미지를 부각하고, 자질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겨레에 "대통령은 극도로 공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자리인데, 감정적 대응이 반복되면 국민의 입장에서는 '권력을 사유화 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게 된다"며 "본인 시각에서 '문제없다'고 판단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됐다고 할 때까지 몸을 낮춰 설명을 하는 것이 대통령 후보로서 기본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이 대선 경선 4강 구도가 확정된 이후 추켜세우고 있는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14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후보 검증은 정치의 기본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원 전 지사는 "분명한 실언이다. 당원을 모욕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당의 최우선 목표는 정권교체다.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를 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초기 후보들 간 기싸움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논란에 선을 그으면서도 "공격에 반응하는 것이었다면 그 화살을 당 해체로 돌리는 것은 개연성이 떨어져 의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윤 전 총장은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당이 더 쇄신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너 인마, 그런 것도 못 밝힐거면 검사 때려치워'라는 말이 때려치우라는 건가. 잘하라는 거지"라며 "옛날에도 어느 대선후보 한 분이 자유한국당 해체해야 한다고 한 것도 있는데, 저는 제대로 하자 이거다"라고 했다. 논란을 해명하면서도 2017년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유 전 의원을 저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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