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인터넷매체 비하 논란에 이어 자신이 '메이저 언론'으로 거론한 KBS의 검찰 관련 보도를 비난하는 등 뒤틀린 언론관을 보이고 있다.

9일 윤석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최근 KBS의 '이재명 표적수사' 의혹보도를 '범죄자를 동원한 억지보도'로 규정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가 또 무리수를 두었다"며 "지난 4·7 보궐선거 때는 '생태탕 의혹 보도'로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여권의 흠집내기 공세에 편승하더니,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또 다시 공영방송임을 망각하고 억지보도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대변인은 "뉴스버스의 악의적 보도에 근거해 범여권이 윤석열 후보에 대한 정치공세에 열을 올릴 때, KBS는 검찰이 이재명 경기지사를 표적 수사했다는 범죄자의 주장을 여과없이 기사화했다"며 "윤석열 후보에겐 나쁜 검찰의 이미지를 덧씌우고, 이재명 후보에겐 검찰이 타깃으로 삼은 양 보도를 빙자해 정치적 프레임 씌우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공영방송이 이재명 일병 구하기에 범죄자까지 끌어들이는 행태를 지켜보며 국민들은 KBS 수신료 폐지운동이 왜 정당한지 보다 확실하게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8일 윤 전 총장은 뉴스버스 '고발사주 의혹' 보도가 '정치 공작'이라며 "인터넷 매체, 재소자, 국회의원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사람을 통해 문제를 제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윤 전 총장은 "처음부터 독자도 많은 KBS나 MBC에서 바로 시작하든지"라고 했다.

윤 전 총장에 따르면 KBS, MBC는 메이저 언론이다. 언론 보도를 사실 관계가 아니라 규모로 평가했다. 또한 불거진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에 대한 해명 대신, 메신저 공격에 치중하고 있다.

7일 KBS는 검찰이 2017년 당시 수사 대상자를 상대로 이재명 성남시장의 비위행위를 진술하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KBS는 구치소 수감 상태인 취재원과 지난 3월부터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취재를 이어왔다고 밝혔다. KBS는 서신과 관련자료 3천여쪽 등을 별도의 법률자문단을 꾸려 분석한 뒤 '이재명 표적수사' 의혹을 보도했다.

법률자문단은 검찰의 행위를 '별건 수사', '과잉·먼지털기식 수사'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KBS는 검찰이 과거 무혐의 결론을 낸 취재원의 사건을 재수사를 통해 다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했다. 또 취재원은 검찰이 자신의 어머니와 배우자를 수사 대상에 올려 압박했다고 KBS에 말했다.

뉴스버스 '고발사주 의혹' 보도와 발맞춰 KBS 보도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심에 대해 이재석 KBS 기자는 8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수감자 취재는 오래걸린다. 3월부터 취재했다"고 잘라 말했다.

KBS 보도의 취재원이 조직폭력배 출신 인물이라는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취재원은 자신이 최소 2010년부터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조폭이라면 관련 기소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반문하고 있다.

뉴스버스 9월 2일 <[단독] 윤석열 검찰, 총선 코앞 유시민·최강욱·황희석 등 국민의힘에 고발 사주>, KBS '뉴스9' 9월 7일 <[단독]검찰, 2018년 이재명 거론 강압 수사 의혹>

뉴스버스가 밝힌 취재 경위에 따르면 '윤석열 검찰 고발사주' 의혹 취재는 지난 7월부터 시작됐다. 뉴스버스 전혁수 기자는 제보자A 씨와 평소 알고 지내던 관계다. 전 기자는 지난 6월 식사자리에서 처음으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A씨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고발장)를 보게 됐다. 하지만 전 기자는 검찰에서 넘어온 것이라는 점을 입증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후 7월 21일 A씨로부터 텔레그램 대화 일부를 전달받은 전 기자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시와 함께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 제보자의 '실명 판결문'이 메시지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전 기자는 법조인 검색과 탐문취재 등을 통해 손준성 검사와 그의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경력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캠프의 '정치공작' 주장은 보도 직후 여당 대선후보들이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거나, 텔레그램 발신인은 조작이 가능하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고발사주 의혹'의 통로로 지목된 김웅 의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오락가락' 해명을 내놔 보수진영에서마저 의혹만 키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손준성 검사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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