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여당이 강성 당원에 의존한 결과 정책·비전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주간경향의 '김어준 권력' 기사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신청을 하거나 일부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일보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은 16일 칼럼 <김어준 권력과 민주 시민의 길>에서 주간경향 기사를 비판한 ‘김어준 총공격: 조선과 경향이 하나 된 이유’라는 제목의 딴지일보 글과 “소위 제도 언론 기자들, 부화뇌동 국회의원님, 자존감 좀 가지시라. 김어준 진행자 뭐가 겁나 떼거리로 이러시나”라는 최민희 민주당 의원의 SNS 글을 말머리로 삼았다.

김 실장은 “‘우리 편 건드리면 적’이라는 기계적 신념이 깔려 있다. 문제는 기성 언론과 유튜브 관계가 아니다. 팬덤 정치를 이용하던 민주당은 정견과 정책 없는 정당이 될 판”이라고 지적했다.
주간경향은 ‘팬덤 권력’ 기획 보도에서 유튜브 구독자 223만 명을 보유한 김어준 씨가 미디어 권력으로 성장했다며 그의 영향력이 여당 전당대회와 경선 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전했다. 주간경향은 민주당 의원 3분의 2가량이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한번 이상 출연했다고 분석하면서 민주당 보좌진, 정치평론가, 민주당 소속 광역 의원 등의 발언을 인용, “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민주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짚었다.
김 실장은 민주당이 언론중재위에 정정∙반론보도를 신청했지만 주간경향 기사 내용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223만 민주당 지지 성향 구독자를 거느린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 특히 당내 선거에 얼마나 결정적인지 모두가 안다. 민주당만의 현상도 아니다. 구독자 123만 유튜버 전한길 씨의 지원으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선된 것은 유튜브의 정당 접수로 기록될 만하다”고 했다.
김 실장은 “애초에 강성 목소리를 키우고 스피커에게 권력을 준 게 민주당이다. 수년에 걸쳐 제도화했다”면서 ▲2015년 민주당의 온라인 입당 허용 ▲전당대표 권리당원 비중 확대 ▲국회의장단 후보자·원내대표 선출에 권리당원 표 반영 등을 가리켰다.
김 실장은 “지역∙정당활동에 별로 관여하지 않으면서 정치인 팬심으로 움직이는 당원의 권한을 키운 결과 팬덤에 부응한 정치인이 주류-지도부로 진입하기 쉬워졌다”면서 “뉴스공장 단골 출연자인 정청래 대표가 대의원 득표 열세를 뒤집고 당대표가 된 게 우연이 아니며, 이재명 대통령보다 더 세게 검찰개혁∙사법개혁을 밀어붙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당에선 적대적 발언으로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권력을 잡는 정치인이 계속 나올 것”이라며 “김 씨 같은 인플루언서는 필터링한 정보와 음모론으로 지지층의 확증편향을 강화시키고 적대적 진영을 지탱할 것이다. ‘문파’였던 강성 팬덤이 ‘개딸’로 대체된 후 문재인 전 대통령마저 ‘수박’으로 공격당한 일도 재연될 것이고, 국가적으로 중요한 증세 의제나, 강성 지지층의 핵심이 아닌 청년과 여성 정책은 뒤로 밀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실장은 “참여하는 당원, 직접 민주주의란 말은 매혹적”이라면서 “그러나 민주적 참여는 상대 진영과 수박을 욕하는 것 이상의 헌신을 요구한다. 정당은 당원들에게 숙의와 토론, 교육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당원은 내 시간과 관심을 쪼개 사실을 파악하고 내 지역의 문제와 해결책을 숙고해야 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투표를 해야 한다. 각성한 시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하겠다면 최소한 ‘김어준 권력’ 비판 기사는 읽어봐야 한다”며 “비판은 '적의 공격'으로 여겨 악플부터 달고 보는 무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엇갈리는 사실을 비교해 스스로 판단하고 때로 내 생각이 잘못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유튜브 시청보다 재미없고 어려운 것, 그것이 민주 시민으로 가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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