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대형 기자] 방송인 김어준 씨를 두고 여권 내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곽상언 의원이 경향신문 기사를 인용해 김 씨를 공개 저격하자 최민희 의원이 대신 반격에 나섰고 '친명' 유튜버들은 "김 씨는 단순한 방송 진행자를 넘어 권력자가 됐다"고 한 마디 보탰다.
경향신문은 7일 <김어준 방송 나온 국회의원 119명···강유정·김민석·정청래 '상위권' [팬덤 권력]> 기사에서 "주간경향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겸손은힘들다> 출연진을 집계했다. 지난 1년간 (뉴스공장에) 한 번도 출연하지 않은 (민주당) 의원은 65명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곽 의원은 8일 SNS에 "그 65명 중 한 명의 의원이 저 곽상언"이라며 "유튜브 권력이 정치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저는 그분들께 머리를 조아리며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적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 의원은 "과거에는 언론사들이 정치 권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공천에 관여하고 후보 결정에 개입했다"며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조선일보는 민주당의 경선에서 손을 떼라'며 분명한 입장을 밝혔는데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짚었다.
최민희 의원은 같은 날 SNS에 "소위 제도언론 기자들, 부화뇌동 국회의원님, 자존감 좀 가지시라. TBS에서 강제퇴출된 김어준 진행자가 뭐가 겁나 떼거리로 이러느냐"며 "민주당 의원이 KBS, 조선일보, 채널A 나가는 건 달콤하고 김어준의 뉴스공장 나가는 건 떫다? 부끄럽지 아니한가?"라고 했다. 최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 최 의원은 9일 SNS에 "정치 권력이 조선일보에 휘둘린 역사가 길다. 조선일보 대척점이 '한겨레·경향'이 아닌 '김어준 겸손을 힘들다 뉴스공장'인 것부터 분석해야 한다"며 "뉴스공장 223만 구독의 '집단지성'은 외면하고 왜 비난부터 하느냐"고 썼다.
"김어준은 신성불가침...사실과 다른 내용 있어도 비판 못 해"
경향신문은 6일 <"김어준 생각이 민주당 교리"···정당 기능마저 넘긴 집권여당 [팬덤 권력]> 기사에서 "한때 당 외곽 지지 세력으로 분류됐던 그의 영향력은 전당대회와 경선 구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민주당 보좌관의 말을 빌려 "김 씨의 의견은 당내 교리처럼 통한다"고 전했다.
민주당 한 보좌관은 "영향력은 분명하다. 의원들 대부분이 방송에 출연하려 한다. 어떤 의원은 20분 출연으로 후원금 4000만 원을 모았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한 광역의원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어도 당내에서 이에 대한 비판이 차단된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마치 신성불가침 영역처럼 굳어진 느낌"이라고 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김 씨가 정청래 후보를 밀었고, 그게 당선에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다. 김 씨가 다른 방식으로 정 후보를 설명했다면 정 후보가 그렇게 쉽게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인보다 강력하게 여론 좌우하는 그림자 정치"
'친명' 성향 방송인 이동형 작가는 8일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에서 곽 의원이 다음 경선에서 질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 작가는 "지금 각종 커뮤니티나 유튜브 댓글을 보라. 곽상언 안 된다, 대통령님이 사위 잘못 뒀다고 도배돼 있다"며 "곽상원 의원이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얘기한 것 아닌가. 이렇게 되면 국회의원들이 소신 발언을 못 한다. 더더욱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나는 꼼수다> 멤버였던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9일 유튜브 <김용민TV>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김어준 총수가 단순한 방송 진행자가 아니라 권력의 중간자처럼 작동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김 씨는) 정치인을 줄세우고 내부 비판을 공작이라고 몰아가며 시청자들에게는 '편하게 진영 논리에 몸을 실어라' 이런 메시지를 던진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최근 조국혁신당 성비위 논란 국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겉으로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조국은 잘못이 없다'라는 우회적 메시지를 냈다"며 "비판적 사고는 사라지고 내가 믿는 정치인, 내가 속한 진영은 결백하다라는 달콤한 확신을 주입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청자는 객관적 해설을 듣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개입을 소비하게 되는 것"이라며 "정치인이 직접 뛰는 것보다 더 강력하게 여론을 좌우하는 그림자 정치"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이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교조주의에 가까운 구조"라며 "곽상언 의원이 말했듯 과거 조선일보가 민주당 경선에 개입했던 것을 우리가 비판했다면 지금 유튜브 권력자의 행태도 똑같이 경계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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