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앞장섰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제자 논문 표절 의혹, 평화의 소녀상 철거 경고 논란, MB정부 4대강 사업 관련 민간위원 활동 등으로 민주당 내부에서 "어떻게 방어하라는 거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국민일보는 "감사원이 이진숙 교욱부 장관 후보자의 충남대 총장 시절 의대 증원 과정을 감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충남대는 전국 의대 가운데 최대 규모의 증원을 신청했던 곳"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이번 감사원의 감사는 민주당이 지난 2월 국회에서 의결한 '의대 정원 증원 추진과정에 대한 감사요구안'에 따른 후속조치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는 국회 교육위원회가 감사요구안을 제출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5월까지 감사 결과를 보고해야 했는데, 조사 대상이 많다는 이유 등으로 한 차례 조사 기간이 연장됐다"며 "감사 보고시한은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 사흘 전인 오는 13일까지"라고 전했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오는 16일 열린다.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5월 충남대 의대 증원 과정에 대한 감사에 착수, 충남대 내부 의사결정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충남대의 의대 정원은 110명이다. 이 후보자 총장 재직 시절인 2023년 11월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1차 의대 정원 수요조사에서 충남대는 410명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2차 수요조사에서는 300명안을 제출했다고 한다. 앞서 최대 45명 증원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대학본부에 전달한 충남대 의대 교수들은 수요조사 결과 산정 근거를 학교에 따져 물었다. 하지만 충남대는 정부에 제출한 의대 증원 규모와 산정 근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충남대 의대 A 교수는 국민일보에 "정부의 수요조사 당시 이 총장이 실제 의대가 제출한 내용에 ‘0’을 하나 더 붙인 수준으로 증원 규모를 제출했다”며 “아무런 근거도 없이 증원을 추진한 것은 윤석열 정권과 똑같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전국국공립교수연합회 소속 B교수는 "국공립대 총장들의 잘못된 수요조사 제출로 인해 실제와는 괴리가 있는 의대 증원 수요가 생성됐다”며 “이는 의료교육 현장의 돌이킬 수 없는 큰 혼란으로 이어졌고, 교육계에 미친 파장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9일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은 칼럼 <공 하나 더 붙이면 늘어나는 서울대?>에서 "의정갈등이 탈출구 없이 악화일로로 치닫게 된 요인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 중심엔 2000명이란 과격한 숫자가 있었다"며 "2023년 말 정부는 의대 증원 명분을 쌓으려고 전국 의대 수요 조사를 했다. '용산(대통령)이 큰 숫자를 원한다'는 보도에 발맞춰 가장 먼저 바람을 잡은 게 당시 이 후보자가 이끌던 충남대"라고 했다.
안 논설위원은 복수의 관계자 증언을 종합해 당시 이 후보자가 의대증원을 밀어붙였던 논리를 전했다. "예산하고 똑같아요. 이런 건 무조건 공(0) 하나 더 붙이는 거예요"라는 논리였다고 한다. 안 논설위원은 "교육 당사자인 학생·교수에 대한 고려는 일절 없는 정치적 결정이었다"며 "아무리 위상이 이전만 못 하다 해도 대학은 여전히 연구와 교육이 기본인데, 본분은 팽개친 듯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안 논설위원은 "충남대 교수회의 한 핵심 교수가 '내실보다 외형을 중시하고, 권력에 민감한 편'이라고 박한 평가를 하길래 사실 좀 지나치다 싶었다"며 "그런데 지난 정부 역점사업인 의대 증원에 앞장서다 지난 대선 땐 민주당 이재명 중앙선대위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장을 맡은 경력을 보고 있자니 이 평가가 그리 박하기만 한 건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안 논설위원은 이 후보자 논문 표절 의혹에 "김건희 여사의 어처구니 없는 '유지(Yuji)' 논문마저 떠오른다"고 했다. 8일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SNS에 공개한 이 후보자 논문 일부 내용을 보면, 이 후보자는 제자의 논문에서 '10m 정도'라고 적힌 것을 ' ‘10mwjd도'라고 작성했다. 한글 ‘정’을 영문으로 잘못 입력했다는 얘기다. 주 의원은 "급하게 베껴 쓰다가 오타가 났다. 표절 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장인 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이재명 정부의 장관 후보가 실수할 수도 잘못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자료를 제출하고 사과할 점이 있으면 사과하고 국민들께 평가를 받는 것이 옳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충남대 총장 임용 당시 연구 부정 행위가 없었다고 공식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자는 의혹과 논란이 이어지는 데 대해서는 "청문회 때 소명하겠다"고 했다.
9일 한국일보는 기사 <"방어 쉽지 않다"... 부글부글 민주당, 이진숙 엄호 '이상기류'>에서 "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 표절 정황에 더해 자녀 조기유학, 평화의 소녀상 철거 요구 등 각종 의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커지자 여권도 당혹한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특히 여권이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을 강하게 문제 삼았던 만큼, 교육 수장의 논문 관련 논란은 방어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민주당 내에서 이 후보자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을 '폭탄'으로 보고있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여론이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공정 이슈를 정면으로 건드릴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한국일보가 전한 민주당 분위기는 "내각 후보자 가운데 가장 취약한 후보", "이런 후보자를 어떻게 방어하라고 던져준 거냐", "교수로서는 몰라도 공직자로서 자기 관리는 부족했던 것 같다" 등이다.
한국일보는 이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과 연결된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민간위원으로 4년 동안 활동했고, 2022년 충남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추지된 교내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두고 철거를 경고했다며 "'진보 정부' 정체성과 걸맞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또 한국일보는 이 후보자에 대해 교육계 반발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재명 대통령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도 '이 후보자 임명을 진지하게 검토하길 정중하게 부탁드린다'는 글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정치적 성향을 불문하고 이 후보자에 대한 언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동아일보는 지난 7일 사설 <의혹 해명은 청문회로 미루기… ‘하루만 버티면 통과’ 안 된다>에서 "이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 17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일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연구부정, 부동산 투기, 편법 증여, 공직자 이해충돌 등 석연찮은 점이 많다"면서 "이 후보자가 2018년 발표한 두 개의 논문은 그 직후 나온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과 연구 설계·결론이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자 논문의 지도교수가 제자보다 먼저 발표할 수 없다'는 윤리 기준을 어긴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8일 사설 <교육수장 ‘논문 갑질’ 의혹까지, 장관 후보들 적극 소명해야>에서 "정부·여당은 국정 안정을 위해 초대 내각이 조속히 출범하기를 바라겠지만, 국무위원의 도덕성과 자질은 국민 눈높이에 부합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기 내각을 완성해야 민생 회복과 국정 과제를 속도감 있게 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렇다 해도 '낙마 없는 청문회'를 정해놓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진숙 장관 후보자, 교수 시절 논문 2편 ‘판박이’ 논란>(7월 4일), <이진숙 후보자, 제자 석사논문과 50% 유사…자신을 1저자로>(7월 5일),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 뒷받침 정부 기구 참여 논란>(7월 7일) 등의 기사를 썼다.
한겨레는 5일 기사에서 "앞선 정부에서 제자 논문 표절 의혹으로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에서 낙마한 사례도 있었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제자의 학위논문을 요약한 뒤 학술지에 자신을 제1저자로 게재하고 연구비 등을 챙겼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김병준 교육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제자가 논문에 쓴 설문조사 데이터를 자신의 논문에 그대로 써 ‘가로채기’ 의혹을 받았고, 임명 13일 만에 사퇴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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