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권오석 칼럼]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오래전부터 수차례 대선공약으로 등장해왔지만, 여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의 지방 이전 역시 법 개정 논의가 시작됐지만, 서울이라는 기존 권력의 중심은 쉽게 비워지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이전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 자원의 재배분과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대한 실천 여부다.

KDB산업은행 [연합뉴스 자료사진]
KDB산업은행 [연합뉴스 자료사진]

금융기관은 단순한 사무소가 아니다. 그것은 산업과 도시의 심장을 뛰게 하는 동력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싱가포르, 두바이 등은 모두 강력한 금융기관이 중심이 되어 국제적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이들은 금융 분권을 통해 지역 경쟁력을 키우고 국가 전체의 균형 발전을 이뤘다. 반면 우리는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된 비정상 구조 속에서 지역은 소멸하고, 수도권은 과잉 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시대는 새로운 기회를 열고 있다. 북극항로 개방은 부산을 세계 해양 물류의 전진기지로 만들고 있고, 산업은행은 이러한 국가 전략사업의 금융 허브가 되어야 한다. 산업은행이 부산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이유다.

전북 역시 전환의 중심에 서 있다. 새만금은 드넓은 농생명 용지를 기반으로 세계 식량 안보와 농업기후금융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전북 혁신도시로 이전하면 국민연금공단과 함께 글로벌 농업금융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다. 이는 K-푸드 100조 수출 시대를 앞당기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다.

새만금개발 [연합뉴스]
새만금개발 [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거대한 전환 앞에 늘 등장하는 장애물은 ‘내 자리를 잃기 싫다’는 집단 이기주의다. 농협 내부의 반대 목소리, 수도권 중심주의의 관성은 결국 모두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다. “나만 중요하다”는 생각은 국민 전체의 이익과 생존권을 침해하는 이기적 태도이며, 사회적 통합을 해치는 반공공적 태도다.

이제는 새로운 사회적 흐름이 필요하다.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국민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유기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연결되는 통합형 국가 모델을 실현할 때 우리는 진짜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과거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변화를 막고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공동체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다. 이제는 용기 있게 말해야 한다. 변화를 거부하는 자들이 전체를 망친다는 사실을.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 이상 서울에만 있지 않다. 금융의 분권, 기능의 재배치, 지역의 자율성은 우리가 진짜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지금이야말로 그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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