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백승기 칼럼] 새만금은 더 이상 간척지라는 기술적 성취에 머물러 있지 않다. 

이곳은 인류 문명의 새로운 가능성을 품은 대지이며 한민족의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평화의 상징지로 재탄생할 준비를 마쳤다. 지금 우리가 새만금에서 시작해야 할 일은 이 땅에 ‘세계평화공원’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비전을 실현하는 것이다. 

새만금개발 [연합뉴스]
새만금개발 [연합뉴스]

새만금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심장부에 위치하며 1,400여 년 전 백제 부흥군이 최후의 항전을 펼쳤던 백강전투의 현장이다. 백제의 유민들과 왜군이 신라·당 연합군에 맞서 싸운 이 역사는 영토분쟁 전투를 넘어 삼국 간의 외교와 군사 관계, 동아시아의 권력 지형을 뒤바꾼 대전환점이었다. 이처럼 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장소에 인류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것은 과거의 교훈을 미래의 나침반으로 삼겠다는 시대적 선언이다.

백강전투의 기억, 새만금에 피어날 평화

히로시마에 평화기념공원이 존재하듯, 새만금도 백강의 기억 위에 세계시민이 함께하는 평화의 정원을 조성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세계평화공원’이 들어서야 한다. 이 공간은 한국의 신라관·백제관, 중국 역사유산관, 일본 역사유산관이 공존하는 복합문화단지로 조성되어야 한다. 각국의 역사적 유산과 교류의 흔적을 통해, 상호 존중과 이해의 가치를 공유하는 교육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안중근 장군의‘동양 평화론’은 이 공원의 정신적 기초가 되어야 한다. 그는 이미 100여 년 전 동북아의 협력이 세계 평화의 초석이 될 것임을 역설하며 한국·중국·일본이 공동으로 은행, 교육, 군사적 상호신뢰체제를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만금은 이러한 철학이 현실로 구현되는 첫 무대가 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세계가 협력할 적기

지금 세계는 기후 위기, 무력 충돌, 지정학적 긴장, 자원 전쟁, 그리고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극단적 보호주의로 인해 깊은 혼란에 빠져 있다. 미국과 중국, 유렵과 러시아 등 강대국의 갈등 속에서 인류는 더 이상 분열의 시간에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한반도에서 세계를 향해 협력과 공존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절호의 시점이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세계평화공원은 도시공원으로 조성된 공원이 아니라, 동북아 공동체의 정신적 중심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은 물론, 동아시아의 역사적 화해와 미래 세대의 평화 교육을 책임지는 국제적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의 등재 가능성도 현실적으로 충분하며, 글로벌 관광·문화 중심지로의 발전 가능성 역시 무한하다.

새만금은 서울시 면적과 비슷한 290㎢의 광활한 공간으로, 그 안에는 자전거 도로, 레저 스포츠 인프라, 생태 체험 관광 등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자원이 준비되고 있다. 여기에 세계평화공원이 더해진다면, 새만금은 간척지 차원의 개발지를 넘어 동아시아 평화와 인류 공존의 출발점으로 우뚝 설 것이다. 

한 시대의 진정한 위대함은, 물리적 부나 군사력이 아니라 인류 전체를 위한 철학과 실천에서 비롯된다. 지금 새만금에서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수천 년 후 인류가 기억할 평화 문명의 서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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