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노하연 기자] 시민사회단체와 세월호·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통령 기록물 지정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기록물을 봉인 없이 온전히 이관하라”고 촉구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로 비상계엄 관련 문건 등이 봉인될 경우, 윤 전 대통령 내란 진상 규명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면 해당 기록은 최대 15년간 공개되지 않는다. 사생활 관련 기록은 최대 30년까지 비공개 된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가기록원은 권한대행도 지정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16연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등 8개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기본소득당은 2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권한대행의 대통령기록물 지정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 권한대행이 윤석열 재임 시기 대통령기록물을 무더기로 지정한다면, 12·3 비상계엄, 채 상병 수사 외압, 10·29 이태원 참사 등에 관련된 기록들도 모두 짧게는 15년 길게는 30년까지 봉인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지상준 군의 어머니 강지은 씨는 “왜 (세월호 당일) 구하지 않았는지 알고 싶어서 11년째 싸우고 있다. 대통령 기록물 지정이라는 이유로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기록을 지정기록물로 봉인했다.
강 씨는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되어 진실이 봉인된 경우, 10·29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수사 외압 등 실제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가 존재하는 경우, 남겨진 가족들은 그 진실을 알기 위해 투쟁이 길어지는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피해자로서 증언한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의 이유가 되는 기록물, 민주주의를 심하게 훼손시킨 이유와 관련 기록물, 피해자의 가족이 들끓는 마음으로 참사 관련 기록물 공개를 원한다”며 “같은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난 참사, 국가폭력, 국가범죄의 기록들은 전부 공개되어야 한다”고 했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유연주 양의 아버지 유형우 씨(유가족협의회 부운영위원장)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오만함과 독선은 결국 내란으로 이어졌고, 정의를 외치는 국민의 뜻에 따라 탄핵됐다”며 “그러나 지금도 우리는 또 다른 심각한 우려를 거둘 수가 없다. 바로 참사 대응과 관련된 핵심 기록들이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돼 봉인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민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박근혜의 탄핵으로 드러난 대통령 기록관리의 법률적 미비사항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현행 대통령기록물법에서는 대통령 궐위 시 누가 지정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며 “이러한 법적 공백 상태에서 권한대행이 기록물을 봉인하려는 시도는 법적으로도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대통령 기록물들이, 또 대통령실에서 만들어졌던 여러 자료들이 공개돼야 한다. 그래야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슷한 일이 재발되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서둘러 입법을 해, 이 제도를 악용해서 자신의 잘못과 치부를 덮으려고 하는 시도를 막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25일 대통령 탄핵 시 주요 기록물을 ‘정보 은폐’ 목적으로 지정·봉인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기록은 진실을 밝히는 힘이자, 민주주의를 지키는 첫걸음”이라며 한덕수 권한대행을 향해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중단 ▲12·3 내란 및 참사 관련 기록 이관 ▲내란 기록물 은폐·폐기 금지 및 진상규명 협조를 요구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