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최근까지 세대별 정치 성향을 분석할 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하나의 프레임이 있었다. 약간의 전제는 필요하겠지만 ‘청년세대는 진보, 기성세대는 보수’라는 전통적 세대론이 그것이다. 이 세대론은 해방 이후 최근까지 언론의 분석 기사나 학계의 연구 논문에서 별다른 이의 없이 수용됐다. 비단 국내뿐만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하나의 상식으로 통용되었다. 기존 질서를 전복하거나 개혁하려는 변혁운동 또는 사회운동의 주체는 대부분 청년세대였고, 청년세대의 노력과 헌신으로 진보적 의제가 채택되고 실현되었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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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경우 대표적 사례가 386으로 불린 80년대 청년세대의 진보적 사회운동이다. 권위주의 시기에 일어난 청년세대의 진보적 사회운동으로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는 더 공고화될 수 있었다. 모두가 동의할 수밖에 없던 이런 프레임에 최근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20대 청년에게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보수라는 형용어가 2000년 중반부터 청년세대를 수식하기 시작했다. 2004년 1월 2일 자 경향신문 연초 특집 기사 제목이 ‘20대 초반 보수화 ‘눈에 띄네’’이고, 문화일보 2006년 5월 12일 기사 제목은 ‘20대 정치 성향 ‘보수화’ 뚜렷’이다. 

2021년 가을에 나온 한겨레21 기사는 20대 보수화에 대해 좀 더 분석적으로 다루고 있다. ‘20대 보수화’는 트렌드인가, 일시적 현상인가’ 기사에서 20대가 진보 경향성은 약해지고, 보수 경향성은 강해졌다면서 이런 변화가 트렌드이기는 하지만 계속될지는 불확실하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그리고 최근 탄핵정국을 맞이해 2030세대의 세대관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에는 2030세대의 보수화가 아니라 2030 세대 남녀의 정치 성향에 관한 것이다. 같은 세대라도 성별 성향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 정례 조사 2월 2~4주 통합 분석을 보면 남성은 보수, 여성은 진보적 성향이 확인되고 있다.

2024년 12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및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관련 손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2024년 12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및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관련 손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당 지지도를 보면, 18~29세 남성은 더불어민주당 14% 국민의힘 36%이고, 18~29세 여성은 민주당 39% 국민의힘 14%로 나타나고 있다. 30대 남성의 경우 민주당 29% 국민의힘 36%, 30대 여성의 경우 민주당 48% 국민의힘 23%로 나타났다. 4-50대 남성의 국민의힘 지지도가 각각 27%, 32%이고 청년세대인 18~29세와 30대의 국민의힘 지지도가 동일하게 36%로 나타난 점을 감안하면 청년 남성 세대가 더 보수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적어도 이 조사에서 여성은 전통적 세대론으로 복귀한 것처럼 보이고 남성은 지난 20여 년간 변화의 흐름에 계속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정당 지지도를 근거로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데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한국의 정치 지형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왜 청년세대가, 그리고 그중에서도 남성이 보수화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청년세대의 보수화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논거를 찾기 힘들다. 국내의 경우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 비교하여 부동산, 일자리, 연금 등 여러 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오히려 저항적 태도를 보여야 하는데 현실은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기득권이 된 586에 대한 반발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보수화에 대해서는 적절한 설명이 안 된다. 단지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는 의견 정도가 유일하다.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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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세대 안에서 남녀 정치 성향이 다른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통용되는 주장들이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정치적 견해 차이가 그것이다. 여성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페미니즘에 친화적인 민주당에 우호적이고, 남성들은 여성보다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어 보수적인 국민의 힘에 친화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견해는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포스트 모던시대에 등장한 정체성 정치라는 측면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질문은 이런 분화가 왜 최근에 시작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설득력 있는 분석 중 하나는 매스미디어의 붕괴와 뉴미디어의 발전과 연관시켜 해석하는 것이다.  

매스미디어 시절에 중요한 것은 대중의 집단적 사고였지, 개인들의 특별한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어떤 정치적 사안이 발생하면 매스미디어에서는 특정 계급·계층의 반응과 대응을 보도했고, 대중은 자연스럽게 특정 계급·계층은 하나의 일관된 입장을 견지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매스미디어의 이런 보도 방식이 반복되면 개인들은 자신이 속한 세대의 일반적인 정치 성향을 내재화한다. 청년세대가 진보적이라는 세대관은 이런 메커니즘이 만든 일종의 사회적 구성물이다. 

반면 뉴미디어에서는 매스보다는 개인을 이야기한다. 개인들은 자기 정체성에 어울리는 플랫폼을 선택하고 같은 취향 또는 성향의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이 모여 특정 이슈에 관한 정치적 의사 표시를 하기도 한다. 이념이 아니라 이슈에 민감하다. 때문에 가변적이고 유동적이다. 매스미디어의 축소와 함께 세대별 정치 성향을 전통적 시각에서 보는 시대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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