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전 MBC 사장)과 고대영 전 KBS 사장이 고소한 '민주당 방송장악 문건'이 검찰에서 '혐의없음' 결론이 났다. 이들은 문건 작성자인 민주당 관계자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방송장악 문건'으로 보기 어렵고, 공모 관계를 확인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2023년 8월 김장겸 전 MBC 사장과 고대영 전 KBS 사장은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방송장악 문건' 관계자를 고소했다. 피고소인은 안정상 전 민주당 정보통신·방송미디어 수석전문위원(현 중앙대 겸염교수)이다.

안정상 전 수석이 작성한 문건은 2017년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실이 당 워크숍에서 배포한 것으로 당시 민주당에서 공식적으로 해온 이야기와 시민사회의 움직임을 정리한 문건이다. 하지만 2017년 9월 8일 조선일보 <[단독]與 "KBS·MBC 野측 이사 비리 부각시키고, 시민단체로 압박"> 기사를 통해 보수진영에서 '방송장악 문건'으로 불려왔다. 국민의힘 미디어국이 성명을 통해 '방송장악 문건'이라고 문제삼은 횟수는 13차례에 달한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월 20일 안정상 전 수석을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고대영 전 사장의 고소를 '증거 불충분 혐의없음'으로, 김장겸 의원의 고소는 공소시효 만료로 판단했다. 김장겸 의원은 MBC 사장에서 지난 2017년 11월 13일 해임돼 7년의 공소시효가 종료됐다.
검찰의 불기소결정서에 따르면 '민주당 방송장악 문건'이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검찰은 "문건은 총 20쪽 분량으로, 고대영 전 사장 측이 주장하는 언론장악 관련 내용은 3쪽에 불과하고 나머지 17쪽 정도는 '방통위 추진 방송미디어발전위원회 설치 검토', '방송시장 변화에 따른 법·제도 개선', '과기정통부 소관 정보통신분야 정책방안', '통신비 등 논의기구 구성' 등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며 "당내 정책방안 회의자료였다는 안정상 전 수석의 주장이 명백하게 허위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문건 1쪽에 안정상 전 수석의 이름, 소속, 휴대전화번호와 같은 개인정보가 기재되어 있어 회의·보고 자료의 외형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사건 문건의 주요 내용은 2017년 8월 25일 민주당 워크숍 이전에 발간된 언론보도, 민주당 공보자료, 방통위 업무보고자료 등에서 이미 언급된 것으로 안정상 전 수석이 전적으로 창작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면서 "문건 작성 지시자, 문건 전파 대상, 문건이 고대영 전 사장의 해임 과정에 미친 영향, 안정상 전 수석 외 다른 공무원의 관여 여부, 안정상 전 수석과 제3자 간의 공모관계 등을 확인할 만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안정상 전 수석이 공영방송 사장 교체에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했다.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검찰은 "국회 정책연구위원은 별정직공무원으로서 소속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지휘·감독을 받아 의원의 입법 활동을 보좌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보일 뿐, KBS 사장의 해임 절차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지위나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판례에 따르면 KBS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권한은 KBS 이사회가, 해임권한은 대통령이 각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대영 전 사장은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 성재호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 파업에 가담한 KBS 직원들, KBS 이사들이 안정상 전 수석과 순차적으로 공모해 자신의 해임에 관여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증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검찰은 "'성재호' 'KBS 직원들' 'KBS 이사들'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었으므로 직권남용죄의 주체가 될 수 없고, 당시 공무원 신분이었던 '신경민'과 '이효성'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KBS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권한 또는 해임재가권한이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부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어떤 권한을 어떻게 남용한 것인지 확인할 만한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해임처분 과정에서 고대영 전 사장의 일부 책임 사유가 확인된 점 등에 비추어보면 직권남용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거나 범의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고대영 전 사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해임된 후 해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 지난 2023년 6월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해임사유 중 ▲KBS 신뢰도·영향력 하락 ▲조건부 재허가 판정 ▲파업사태 초래 및 직무수행능력 상실 등에 대해 고대영 전 사장의 책임이 인정되지만 해임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판결했다. 김장겸 의원의 경우 MBC 재직 시절 부당노동행위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MBC를 상대로 부당해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한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0월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서 안정상 전 수석을 '민주당 방송장악 문건 작성자'로 지목한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박충권 의원은 "안정상 전 수석에 대해 '민주당 방송장악 문건을 작성한 사람'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가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정정 말씀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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