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법원이 경인방송 방송법 위반 의혹의 증거인 '주주 간 비밀계약서'의 효력을 인정했다. 경인방송이 주주 지분율을 꾸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로부터 최대주주 변경승인과 재허가를 받았다는 의혹을 인정한 셈이다. 경인방송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912단독 반정우 부장판사는 "피고 조동성(경인방송 회장)은 원고 권혁철(경인방송 전 대표이사)에게 별지1 목록 기재 주식에 관하여 양도의 의사 표시를 하고, 주식회사 경인방송에 기재 주식을 원고에게 양도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라"고 선고했다.

경인방송 주주 비밀계약서 의혹은 지난 2021년 조동성 회장, 권혁철 대표, 민천기 부회장이 경인방송을 인수하면서 주주 지분율을 거짓으로 꾸며 방통위 최다액주주 변경승인 심사를 통과했다는 것을 말한다.
방송법 제8조 제2항에 따르면 지상파방송사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지분이 40%를 넘어서는 안 된다. 경인방송은 방통위 최대주주 변경승인 심사 당시 조동성 회장 38.05%, 민천기 부회장 32.99%, 권혁철 대표 1.46% 지분율로 승인받았다. 그러나 강원모 전 경인방송 대표 직무대행의 폭로로 조동성·민천기·권혁철 세 사람이 작성한 '주주간 추가합의서'(비밀계약서)의 내용이 공개되면서 방송법 위반 의혹이 대두됐다.
비밀계약서에 따르면 조동성 회장 지분은 36.25%, 민천기 부회장 20.14%, 권혁철 대표는 16.11%다. 특수관계인 권혁철 대표와 최대주주 조동성 회장 지분은 52.36%로 방송법상 기준인 40%를 초과한다.
비밀계약서에 방통위 심사를 통과한 이후 권혁철 대표의 실제 지분을 복원시킬 계획이 적시됐다. 조동성 회장의 지분 1.8%, 민천기 부회장의 지분 12.85%를 권혁철 대표에게 무상으로 양도하는 내용이다. 이번 소송은 권혁철 전 대표가 비밀계약서에 따라 요청한 주식 이전을 조동성 회장이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경인방송 재허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방통위는 지난해 2월 경인방송에 재허가를 내주면서 2021년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당시 주주 간 계약과 관련해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재허가를 취소한다'는 조건을 명시했다.
방통위는 소송 결과를 보고 경인방송 재허가에 대한 입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경인방송 주주간 비밀계약서 의혹 등을 거론하며 "그런데도 방통위는 재허가를 내줬다.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지금 (주주 간)소송이 계속 중인 걸로 알고 있고, 고소·고발도 진행 중인 상태"라며 재판 결과나 수사기관 결론이 나오게 되면 엄정하게 판단하겠다고 했다.

조동성 회장은 경인방송을 통해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동성 회장 변호인은 "주식양도 소송과 관련한 주주간계약서와 주주간 추가합의서는 기망에 의한 의심이 짙다"며 "항소심에서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재허가 문제가 달린 경인방송은 해당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방송법 위반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인방송 관계자는 "1심에서 판결한 지분은 조동성 회장이 소유한 주식 38.05%중 1.8%에 불과하다"며 "권혁철 전 대표의 경인방송 주식지분율은 1심 판결을 반영하더라도 3.3%로, 방송법 위반 소지는 없다. 재허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권혁철 전 대표 측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혁철 전 대표 측은 민천기 부회장의 지분 12.85%를 양도받기로 합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애초 조동성·민천기 두 사람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후 민천기 부회장이 권혁철 전 대표에게 계약서대로 지분을 양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민천기 부회장에 대한 소를 취하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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