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부 출범 당시 우리가 물려받은 경제를 봤을 때 저는 '우리나라가 망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절실하게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2024년 7월 4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역동 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 중)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56조 원의 역대 최대규모 '세수 펑크'를 낸 데 이어 올해도 30조 원의 대규모 세수 결손을 낼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가 강조해 온 '상저하고'(경기가 상반기에 나빴다가 하반기에 좋아진다)는 허구로 드러났다. 정부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장밋빛' 경제 전망을 했다가 일반 가정의 가계부만도 못한 예산 운용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보수언론에서 제기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 참석, 한덕수 국무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 참석, 한덕수 국무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기획재정부(장관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올해 세수를 재추계한 결과, 국세 수입이 337조 7000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예산안 발표 당시 추산했던 국세 수입보다 29조 6000억 원이 덜 걷힐 것이라고 계산한 것이다. 지난해 56조 4000억 원의 세수 결손을 합치면 2년 동안 86조 원의 '세수 펑크'가 난 것이다. 

정부는 세수 부족분을 기금에서 끌어다 메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지난해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을 끌어다 쓰는 방식으로 세수 부족 사태에 대응했다. 올해 세수 펑크와 관련해서는 어느 기금에서 얼마의 돈을 동원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30조 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대응책을 설명해달라'는 기자들 질문에 "국회 결산에서 ‘정부가 국회와 소통을 적게 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며 "정부가 세수 추계를 하고 일방적으로 대응 방안을 만들어내는 게 어려워졌다. 일단 오늘은 세수 추계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국회와 소통을 적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는 정부가 세수 펑크에 우체국보험적립금을 빌려 쓰는 등의 결정을 하면서 국회와 소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은 편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상목 부총리는 "세수결손만을 위한 추경에는 부정적"이라고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부족 대응을 위해 추경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 질문에 "국채 추가발행을 통한 편성은 미래세대 부담 가중, 대외신인도 악화, 물가·금리 상승 등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9월 27일 사설 갈무리 (빅카인즈)
동아일보 9월 27일 사설 갈무리 (빅카인즈)

27일 동아일보는 사설<4년째 세수 오차에 2년 연속 펑크… 가계부도 이렇게 안 쓸 것>에서 "정부의 세수 예측이 또다시 수십조 원 규모로 빗나가면서 나라살림을 주먹구구로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일반 가정도 예상 수입을 꼼꼼히 따져가며 지출 계획을 세우는데, 엉터리 세수 전망을 반복하는 기재부에 나라살림을 맡겨도 되나 싶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올해 세수 펑크는 경기 침체와 반도체 업황 둔화 등의 여파로 법인세가 잘 걷히지 않는 데다 부동산 거래 부진으로 양도소득세 등 자산 세수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며 "하지만 기업 실적 부진이나 자산시장 위축 등이 예견됐던 일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장밋빛 경제 전망을 고집하며 세수 추계의 기본인 경기 예측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2년 연속 세수 펑크에도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이 없다는 방침만 되풀이할 뿐 세수 구멍을 메울 재원 마련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환율 안정을 위해 쌓아둔 외국환평형기금을 끌어다 쓴 것처럼 결국 기금 돌려막기를 하거나 계획된 지출을 줄이는 ‘예산 불용’ 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는커녕 계획된 예산 집행도 제대로 못 하면서 내수 부진을 더 부채질할까 우려된다"고 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사설 <2년간 80조원 세수 펑크, 재정 역할 제대로 할 수 있겠나>에서 "김영삼 정부 이후 30년간 5% 이상의 대규모 세수 오차가 발생한 해는 올해까지 모두 14개 연도인데 이 중 세수 결손 오차가 발생한 7개 연도는 모두 보수 정부 때고, 초과 세수 오차는 7개 연도 가운데 여섯 번이 진보 정부 때"라고 짚었다.

중앙일보는 "세수 부족은 경제나 세수를 낙관적으로 예측해서, 초과 세수는 너무 비관적으로 예측한 결과다. 기재부가 보수 정부 때는 감세 기조를 지원하기 위해 낙관적 세수 추계를, 진보 정부 때는 재정 확대를 견제하려고 비관적 세수 추계를 한 것 아니냐고 의심받기도 한다"며 "물론 당국은 부인하지만 실수가 반복되면 기재부의 실력 부족이나 정치적 의도로 의심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2년 연속 역대급 세수펑크, 재정 역할 저하 어찌할 건가>에서 "정부가 추경편성 없이 가용재원을 활용한다지만 세수 부족을 메울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건 직무유기"라며 "세수 결손이 정부의 안이한 경제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 감세 속도조절 고려해야>에서 꼼수가 아닌 '정공법'이 필요한 때라며 "집권 3년차를 맞아 현 정부 정책의 기조인 감세가 기대한 낙수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내수 부진과 세수 부족 부작용을 가져오지 않았는지를 냉정히 평가할 때가 됐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정정훈 세제실장(왼쪽 네 번째)이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대응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 정정훈 세제실장(왼쪽 네 번째)이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대응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은 정부가 '부자감세'를 거론하지 않고 유감만 표명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2년 새 86조 세수 결손, 부총리 유감 표명으로 끝낼 일인가>에서 "나라살림이 결딴나고 있는데도 기재부는 여전히 부자감세에 골몰하고 있다. 상속·증여세 인하를 올해 세제개편안에 포함시켰고, 주식투자자 1%를 위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주창하고 있다"며 "최 부총리에게 묻는다. 기재부의 무능과 무책임, 이로 인해 2년간 발생한 86조원의 세수 결손과 재정 파탄을 이렇게 말로 퉁칠 일인가"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추경을 편성 않고 기금 운용과 예산 불용을 언급한 정부에 "경기가 최악인데 정부 지출을 더 줄이면 내수는 어찌 되고, 취약계층 삶은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자영업자 4명 중 3명은 월소득이 100만원에도 못 미치고, 지난해 폐업 신고한 자영업자가 100만명에 근접했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일도 않고 구직 활동도 않는 대졸자가 400만명이 넘는다"고 따져 물었다. 

한겨레는 정부가 감세정책으로 인한 세수 감소 효과를 과소평가하고, 지난해 3분기 기업 실적 자료를 반영해 세수 재추계를 하지 않은 것이 대규모 세수 결손의 대표적 원인이라는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을 전했다. 

한겨레는 사설 <또 대규모 세수 펑크, 편법 말고 국회와 협의해야>에서 "기재부는 2022년 세제개편 때 5년간 감세효과가 60조2천억원이라고 밝혔으나, 국회예산정책처는 73조7천억원으로 추산했다. 감세효과를 예산안에 축소해서 반영하면 세수 결손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실제로 국세수입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경상성장률과 상관관계가 높은데, 경상성장률은 3~5% 성장하는데 국세수입 실적은 2023년 51조9천억원 감소에 이어, 2024년에도 6조4천억원 줄어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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