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육아휴직 사용률과 급여, 출산 가구 대상 주택공급량 등을 높이기 위한 각종 지원책이 제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하지만 정부의 재원 마련 방안이 불분명하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정부는 부동산교부세 교부기준에 저출생 항목을 신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부동산교부세의 약 90%는 윤석열 정부가 폐지하겠다고 밝힌 종합부동산세(종부세)다.

19일 윤 대통령은 저고위 회의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치명적인 문제는 초저출생으로 인한 인구위기다. 대한민국의 존망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며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3대 핵심 분야'에 국가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육아휴직 급여 상한 월 250만 원(현 150만 원)으로 인상 ▲아빠 출산휴가 20일(현 10일)로 확대 ▲2주 단기 육아휴직 도입 ▲육아휴직 대상 연령 12세 이하(현 8세 이하)로 확대 ▲육아휴직 분할 사용 횟수 3회(현 2회)로 확대 ▲출산가구 대상 주택공급 연간 12만호(현 7만호)로 확대 등의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현재 6.8%인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임기 내에 50% 수준으로 대폭 높이고, 현재 70% 수준인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도 8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원 방안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해 예산 사전심의제를 도입하는 방안과 인구위기대응특별회계 신설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저출생 사업 예산에 대한 사전심의권은 기획재정부가 아닌 인구전략기획부가 갖도록 조정하고, 특별회계를 만들어 저출생 대응 예산으로 쓰겠다는 얘기다. 특별회계 규모와 재원은 정해지지 않았다.
아울러 정부는 지방교부세 교부기준을 저출생 대응이 보다 더 반영되도록 보완하겠다고 했다. 부동산교부세 교부기준에도 저출생 항목을 신설해 지자체의 저출생 대응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20일 기사 <폐지한다던 종부세로 저출생 대책?…재원부터 엇박자>에서 "재원 마련 방안은 지출 구조조정 등 윤석열 정부 재정 운용 기조를 답습하는 수준이었다"며 "특히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저출생 투자 유도를 위해 부동산교부세를 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는데, 부동산교부세의 주요 재원이 대통령실이 최근 폐지론을 띄운 종합부동산세라는 점에서 엇박자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2022년 전국 지자체 부동산교부세액 7조 5677억원 가운데 종부세 징수액은 89.8%(6조 7988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종부세가 폐지되면 부동산교부세를 통한 지원 방안은 어떻게 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종부세에 대한 논의가 최근 벌어졌고, 논의 향방을 예단할 수 없어 답변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사설 <‘비상사태 선언’ 무색한 저출생 대책, 청년 삶의 질 높여야>에서 "과감한 정책 전환이 보이지 않는 데는 재원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탓도 있다. 정부는 관계 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했지만 건전재정과 감세 기조가 지속되는 한 어느 정도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저출생 대응을 지원하려 부동산교부세의 교부 기준에 저출생 항목을 신설한다고 밝혔는데 부동산교부세의 재원인 종합부동산세는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국가 책임을 강화한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종부세·상속세 전면 개편 방침을 밝혔다. 성 실장은 "종부세는 지방 정부의 재원 목적으로 활용되는데 사실 재산세가 해당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재산세로 통합 관리하는 것이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종부세 전면 폐지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경향신문이 민주당 한병도 의원실로부터 입수해 보도한 행정안전부 '기초자치단체별 부동산교부세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 대폭 감면 결과 지방으로 가는 세수가 2조 6000억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감세 정책으로 이미 종부세 중과 제도는 무력화된 상황이다. 지난 10일 한겨레는 사설 <주택 종부세 ‘중과’ 이미 무력화, 감세 경쟁 중단해야>에서 "지난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중과’ 대상은 2597명으로, 2022년 48만3454명에서 99.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2022년 세제 개편으로 지난해부터 조정지역 2주택자가 중과 대상에서 빠진 데 이어, 3주택 이상 다주택자도 과세표준 12억원까지는 일반 세율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서울경제는 19일 기사 <육아휴직 급여 年 510만원 증액…재원 마련·국회 동의 과제>에서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안에 파격적인 대책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실질적인 예산과 조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며 "당장 육아휴직 급여 인상도 연간 1조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경제는 "육아휴직 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은 실업급여(구직급여)도 지출하는 구조인 탓에 기금은 예수금을 제외하면 약 3조 원 넘게 적자"라고 했다.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서울경제에 "이번 안에 어떤 사업을 줄일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모두 빠져 있다"며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언론에서는 정치적 성향을 불문하고 이번 정부 정책이 기존의 정책을 답습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청년, 비혼 출산, 장시간 노동, 불안정 노동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사회구조적 문제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20일 조선일보는 사설 <0~4세 인구가 북한보다 적다니, 국가 비상사태다>에서 "파격적인 내용이 보이지 않아 이 정도 대책으로 젊은 세대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대책에서 비혼 출산에 대한 정책이 빠진 것도 아쉬운 점이다. 우리나라 비혼 출산율은 2.5%에 불과하지만 OECD 평균 비혼 출산율은 42%에 이른다. 이미 저출생 추세가 수십 년 지속돼 저출생 사회에 적응하는 방안 마련도 중요한데 이에 대한 대책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한국일보는 사설 <아직도 결혼에만 묶여 있는 저출생 대책>에서 "출산 대책이 주거와 일로 확대된 정책 자체는 긍정적이나 초저출생을 반전시킬 정도의 것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비혼가구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여전히 ‘결혼’의 틀에만 맞춘 한계도 보인다"며 "직장인 설문조사에서 저출생 해법 1위로 꼽힌 ‘부부 모두의 육아휴직 의무화’와 같은 파급력 큰 대책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아쉽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 ‘선택과 집중’했지만 아직 복지 중심인 저출생 대책>에서 "저고위의 다짐처럼 이번 대책이 초저출생 추세의 반전 계기가 되기엔 부족한 점도 많은 게 사실"이라며 "실제 일터에선 출산과 육아휴가로 인한 공백을 인력 보충 없이 동료들이 나눠 부담하는 게 현실이다. 영세 기업과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 휴가 사각지대도 넓다"고 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선진국 최고 수준인 근로시간은 잘 줄지 않고, 가정에선 여전히 남성의 육아와 가사노동 분담이 세계 꼴찌"라며 "근본적으로 경쟁을 완화하고,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하는 것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여러 분야에서 수도권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지만 수도권 도시들의 출산율이 전국 최저 수준이라는 사실은 이미 통계를 통해 입증됐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인구 국가비상사태’ 선언에 못 미치는 저출생 찔끔 대책들>에서 "지원을 더 늘리면 나쁠 것이야 없겠지만, 이렇게 하던 대로식 ‘찔끔 정책’으로 추세 반전이 가능했다면 진작에 반전되지 않았겠는가"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출 확대 수준을 뛰어넘어야 한다. ‘지방 청년 일자리’를 확장해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해야 하고, 돌봄 지원은 휴직 기간 연장 정도가 아니라 장시간 노동 자체를 해결해야 한다"며 "아울러 비혼 출산 가정에도 기혼 가정과 같은 법적 지위를 부여해 정상가족 개념을 바꿔야 한다. 저출생 해결에는 성평등 사회가 핵심인 만큼, 여성가족부를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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