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감사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국가보안법(국보법) 관련 심의지원 업무를 부당하게 수행했다며 관련 직원에 대한 징계처분을 요구한 것을 두고 ‘방통심의위 독립성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언론노조 방통심의위지부와 21조넷은 27일 서울 목동 코바코 방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징계 요구 철회를 촉구했다. 감사원은 지난 13일 방통심의위가 국보법 위반 불법정보 심의 지원 업무를 부당 처리했다며 직원 2인에 대해 각각 문책과 주의를 요구하는 감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감사원이 북한 관광 사이트 ‘조선관광’과 민주노총 홈페이지 '북한 연대사’에 대한 심의를 문제 삼았다.

감사원은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가 지난해 4월 국정원이 접속차단을 요청한 ‘조선관광’ 심의 과정에서 KT·LG유플러스에서만 해당 사이트 유통 여부만 확인하고 ‘미유통’을 이유로 ‘각하’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방통심의위가 SK텔레콤에서 해당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나 국정원이 재심의를 요청한 지난 9월에서야 접속차단을 의결했다고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민주노총 북한 연대사’와 관련해 지난해 2월 경찰청과 국정원에서 접속차단 요청이 들어왔는데, 직원들이 통신소위 위원들에게 참고자료를 부실하게 제공했다. 당시 통신소위는 해당 정보에 대해 ‘해당없음’을 결정했으나 국정원은 지난해 10월 30일 재심의를 요청했다. 여권 우위 구도로 바뀐 통신소위는 해당 정보에 대해 ‘접속차단’을 의결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이 방통심의위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현재 해당 정보는 유통 중이다.
방통심의위지부는 감사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감사원의 직원 징계 요구는 방통심의위 '독립성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방통심의위지부는 ‘조선관광’ 심의의 경우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관계 중앙행정기관장의 요청’이 있을 시에만 심의에 나설 수 있다며, 국정원은 ‘각하’ 결정 이후 유선상으로 SK텔레콤 망에서 해당 사이트가 유통되고 있다고 전하고 별도로 심의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통심의위 지부는 국보법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자체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며 2008년 출범 이후 27,000여 건의 국보법 위반 심의 중 방통심의위가 자체적으로 안건을 상정해 심의한 사례는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또 방통심의위 지부는 ‘민주노총 북한 연대사’와 관련해 해당 게시물에 대한 ‘해당없음’ 의결 당시 ▲방통심의위 법무팀 자문 ▲통신자문특별위원회 ▲외부 법무법인 자문 등 다각도의 검토를 거쳤고, 통신소위 위원들도 이를 바탕으로 심의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통심의위 지부는 “감사원의 방통심의위 감사 실시 이후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 ‘민주노총 북한 연대사’ 시정요구 효력 집행정지 등 감사 관련 중요 사안이 발생했다”며 “공교롭게 이번 감사 결과에 이 같은 사안이 누락돼 있다. 감사원이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한 사무처 직원에 대한 징계처분으로 꼬리자르기 식 감사를 한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대법원은 국보법 적용 범위를 엄격하게 한정적으로 해석하는데, ‘조선관광’ 사이트가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하게 위해를 주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물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고, 연대사 역시 그런 내용을 찾기 어렵다"면서 "국보법 위반으로 볼 수 없는 정보에 대해 방통심의위 직원에 대해 징계 책임을 묻는 감사 결과는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손 변호사는 “국정원과 방심위에 합작에 의한 북한 관련 콘텐츠 검열이 우려를 낳고 있음에도, 이번 감사원 결정은 방통심의위 심의 기능의 독립성을 해할 뿐 아니라 북한 관련 콘텐츠에 대한 과잉 검열을 부추겨 시민의 알권리도 침해한다”면서 감사원의 재감사를 촉구했다.

명숙 인권원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감사원 결과는 방심위가 국정원의 의견은 무조건 수용하라는 것”이라면서 “국정원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한 결정만을 내리게 된다면 방심위의 독립성을 저해한다. 통일부의 승인을 확인한 축전조차 국정원이 문제 삼으면 무조건 불법정보가 되냐, 이것이야말로 독립성을 훼손하는 집행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명숙 활동가는 “국정원이 이적표현물이라고 판단하면 법원의 판단보다 우선시되는 것인가”라면서 “이미 2011년 UN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은 ‘방통심의위가 사후 검열기구로 기능하지 않도록 보장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방통심의위는 국제인권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며 부당하게 방통심의위 직원을 길들이려는 감사원 징계 요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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