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기 레임덕이 바깥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앉힐 수가 없어요. 국회가 거부하고 여당도 거부하기 때문에."-17일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인터뷰 중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검토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국회와의 대화도 없이 거국내각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언론보도를 타자 여야 모두에서 비판이 일었다. 사실관계를 두고도 대통령실 내부에서 공식·비공식 라인 입장이 갈리면서 '비선 개입' 의혹이 부상했다. 보수언론에서 "정상적인 국정이 맞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오전 TV조선·YTN은 각각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여권 핵심 관계자'를 취재원으로 적시한 [단독] 보도로 내어 윤 대통령이 국무총리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비서살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TV조선 보도에는 "두 사람 모두 대통령실 제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는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이 담겼다. YTN은 신설될 정무특임장관에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도 이후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 공지를 통해 "박영선 전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인선은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에는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이 맞다"는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이 다시 보도됐다. 대통령실 인사·홍보라인이 공식적으로 부인한 인사를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검토한 게 맞다고 다시 확인하면서 '비선'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 내에서 공식라인 모르게 인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입각 가능성이 거론된 당사자들은 언론에 '불쾌하다' '황당하다' '소설'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여야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강원 강릉 당선자는 "당의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인사는 내정은 물론이고 검토조차 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박지원 민주당 전남 해남·완도·진도 당선자는 "야당 파괴 공작"이라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끔찍한 혼종"이라고 했다. 

18일 조선일보는 사설 <‘박영선 총리설’ 중대 인사, 대통령실 공식 조직은 몰랐다니>에서 "인사 검토는 폭넓게 하는 것이 옳다"면서 "문제는 대통령의 중대 인사가 공식 조직이 아니라 누군지 알 수 없고 권한도 없는 사람들에 의해 검토된다면 정상적인 국정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비서실장 등의 공조직과 다른, 실제 대통령실을 움직이는 비선 라인이 있다는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 (중략)비서실장이 모르는 인사가 있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중략)‘죄송하다’는 당연한 한마디조차 넣지 않은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작성한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했다. 지난 16일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총선 참패 관련해 "죄송"이라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 참모는 백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비공개 회의에서 "죄송하다" 말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4월 18일 사설 유튜브 썸네일 갈무리
조선일보 4월 18일 사설 유튜브 썸네일 갈무리

동아일보는 사설 <“총리 박영선, 비서실장 양정철 검토” 소동… 진원은 어디인가>에서 "총선 참패로 위기에 처한 대통령실이 야권 인사를 총리나 비서실장에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는 있다. 그러나 설령 협치 구상일지라도 일의 순서도 지키지 못했고 이들이 적임이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며 "여소야대 상황을 감안해 야당 견해를 국정에 반영하려면 대통령이 먼저 협치 의지를 밝히고, 야당 대표와 만나 국회의 총리 추천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게 순서 아닌가"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여기에 언론에 흘린 용산 참모들이 공식 인사-홍보라인이 아니라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만일 대통령 부부의 측근 그룹이 기획했다면 대통령실 내부의 업무 난맥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비공식 라인은 언론에 흘리고 대변인실은 공식 부인에 나서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기사 <'文의 사람' 박영선∙양정철 기용설까지…지금 용산에선 무슨 일이>에서 "박영선·양정철 기용설도 대통령실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는데, 일부 참모는 언론플레이를 하거나 아예 맞다고 하니 이것 자체가 비정상 아닌가. 공식선상과 다른 얘기가 얘기가 자꾸 흘러나오니 비선 라인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여권 핵심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여권 일각에선 최근 윤 대통령이 관저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관저 정치'라는 말까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협치의 출발점이 새 총리 인선…먼저 야당과 대화하길>에서 "협치 총리 인선은 당연히 민주당과 먼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중략)협치 총리는 언론 플레이를 통해 '간 보기'를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박 총리-양 실장’ 카드가 언론에 흘러나온 배경도 수상쩍다. 대통령실 공조직은 전부 금시초문이란 반응이어서 비선 라인이 가동됐다는 관측도 나온다"며 "이런 중대 사안이 어떻게 주요 참모들을 건너뛰고 보도됐는지 철저한 내부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기사 <대통령실 내부선 “박영선·양정철 유력 검토 맞다”···비선 개입 의혹>에서 "대통령실의 인사 난맥상, 특히 비선 라인의 인사 개입 정황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가능하다"며 "대통령실의 공식 라인도 모르게 비선 라인이 인사에 개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 '협치'에 야당 인사의 요직 기용 안 될 이유 있나>에서 야당과의 협치가 요구되는 시국에 야당 인사를 기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물론 윤 대통령이 이를 결단한다면 민주당에 이해를 구하는 게 먼저"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논란을 없애기 위해선 민주당 인사 기용만 아니라 영수회담 등 협치 환경이 조성돼야 진정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인적쇄신과 협치도 야당과 소통해야 가능하다>에서 "상대의 이해를 구하지 못하면 일방적인 통보일 뿐이다. 윤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소통과 협치의 상대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라며 "두 사람 간 소통이 난맥상으로 빠져드는 국정을 가장 빨리 수습하는 길"이라고 했다. 

한편, 17일 오후 윤 대통령이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새 비서실장으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단독] 보도가 다시 나왔다. 뉴스1은 <[단독]윤 대통령, 장제원 비서실장 기용 '결심'>이라는 기사를, 한겨레는 <[단독] 박영선·양정철 떠본 뒤…‘장제원 비서실장’ 유력 검토>라는 기사를 냈다. 장 의원은 대통령실로부터 비서실장 제안을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주변에서 장 의원을 설득 중이라고 한다. 

한겨레는 "대통령실이 야권 인물 기용에 대한 여야의 반대를 명분 삼아 또다시 인사 후보군을 윤 대통령 측근들로 좁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며 "실제로 여권 핵심부는 4·10 총선에 불출마한 장제원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총선 참패 이후 윤 대통령 측근 그룹 비서실장·국무총리 하마평이 이어져왔다. 비서실장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이상민 행안부 장관, 정진석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등이 거론됐다. 국무총리에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이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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