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정체불명의 여론조사' 업체를 특정한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일보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 성남시장 시절과 연관된 업체가 비명계 현역 의원을 빼고 친명 인사를 넣은 여론조사를 돌렸다고 보도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악의적 보도'라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악의적 보도'로 규정한 중앙일보 [단독] 보도 (중앙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더불어민주당이 '악의적 보도'로 규정한 중앙일보 [단독] 보도 (중앙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22일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출입기자단에 "한국인텔리서치가 13년도에 성남시 조사를 했다는 이유로 연 이틀 이재명 성남시 업체가 평가를 맡았다는 기사를 낸 언론의 악의적 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어제 공지를 통해 사실관계를 설명하였음에도 악의적인 제목으로 보도를 강행한 해당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다"고 공지했다. 

21일 민주당 공보국은 "평가위원회 업무를 수행한 KSOI 등의 여론조사기관이 성남시 관련 업체라는 언론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더구나 KSOI가 '민주당 당내 조사엔 잘 참여하지 않던 업체'라는 내용은 악의적"이라며 "또한 한국인텔리서치가 13년도에 한 번 성남시 조사를 했다는 이유로 평가위 업무 수행을 이재명 성남시 업체들이 주도했다는 주장을 편 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정정 보도를 요청한다"고 공지했다. 

중앙일보는 <홍영표 뺀 "정체불명 여론조사"...이재명 시장때 용역업체 작품>(2월 20일), <'비명학살' 하위 20% 평가…'이재명 성남시' 업체들 참여>(2월 21일), <'박용진 꼴찌' 근거 여론조사도 '이재명 성남시' 용역업체 담당>(2월 22일) 등의 기사를 보도했다. 중앙일보 취재원은 민주당 관계자다. 

중앙일보가 특정한 업체는 '한국인텔리서치'와 'KSOI'다. 중앙일보는 한국인텔리서치가 정체불명의 여론조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인텔리서치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 도전을 앞둔 2013년 '성남시 시민만족도 조사' 용역을 받아 수행했었다. 한국인텔리서치는 '리서치디앤에이'라는 업체의 옛 사명으로, 리서치디앤에이는 민주당 총선 경선 ARS투표 시행업체로 추가 선정된 업체다. 한국인텔리서치와 리서치디앤에이의 대표는 김 모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는 리서치디앤에이가 '하위 10%' 평가를 받은 박용진 의원 지역 평가를 담당했다고 보도했다. 박 의원이 꼴찌 평가를 받은 것은 현역 의원 평가에 최대 배점이 부여된 '지역활동평가' 여론조사 항목과 무관하지 않은데, 해당 조사를 수행한 게 '현역 배제 여론조사' 논란을 일으킨 리서치디앤에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민주당이 조사기관을 모집 중이던 지난해 10월 무렵 장형철 전 경기연구원 경영부원장이 KSOI 컨설팅본부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장 전 부원장은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비서관을 지낸 '성남 원년 멤버'로, 2021년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자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 함께 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을 지냈다"고 했다. KSOI는 민주당 지역활동 수행평가에 참여한 여론조사 업체 중 하나다.

민주당 지도부는 애초 정체불명의 여론조사에 대해 지도부나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실시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21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지도부는 당 차원의 여론조사가 맞다고 시인했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이 "당에서 한 조사가 맞다"고 인정했다. 조 사무총장은 '비명 학살용 여론조사'라는 당내 비판에 "파악해보겠다"고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도부로서 책임을 느낀다"며 "당이 (실시)한 것은 청구서가 날아오게 돼 있다.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밝히고 (이 같은 일이)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이날 의원총회에 이재명 대표는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입장하는 홍영표 의원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입장하는 홍영표 의원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인 정필모 의원은 21일 위원장직을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건강상의 이유'라고 밝혔지만 정체불명 여론조사의 여파가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정 의원은 리서치디앤에이가 시행업체로 추가 선정된 이유와 관련해 중앙일보에 "실무진에서 조사업체가 너무 적다고 해서 선관위 의결로 업체 숫자를 늘린 것이다.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자중지란은 정권심판론이 한창이던 2012년 이명박 정권 말기, 박근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에 과반 의석을 내줬던 사례와 유사하다는 언론 분석이 나온다. 한국일보는 22일 기사 <'비명횡사'에 묻힌 디올백... 민주당 엄습한 '2012 총선 포비아'>에서 "이대로 가다 2012년 때처럼 크게 질까 두렵습니다"라는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한국일보는 "2012년 총선 때도 MB심판론만 부르짖는 것 말고는, 선거 판을 장악할 어젠다는 부족했다. 계파별로 자기 사람 심기에 급급한 '패거리 공천'이 부각되며 몸살을 앓았다"며 "선거 전략도, 공천 원칙도, 인적 쇄신도 없이 친이재명(친명)계와 비이재명(비명)계의 '내전'으로만 치닫는 2024년 민주당 모습과 데칼코마니라는 평가다. 민주당이 공천 갈등 국면을 끊어낼 특단의 조치를 내놓지 못한다면 2012년 총선 결과(127석)보다 더 많이, 뼈아프게 패배할 것이란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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