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승우 칼럼] 오늘날 선거는 미디어 선거라 할 만큼 선거는 정보화 사회와의 긴밀한 상호작용 속에서 이뤄진다. 이는 미디어 정보의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유권자들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양한 플랫폼과 포털, SNS가 대중화되기 이전의 선거는 신문, 방송이라는 대중매체가 막중한 변수였다. 하지만 오늘날 대중매체도 전체 미디어 구조속의 일부가 되면서 미디어 시장은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선거 제도가 과거의 사회적 속성을 반영하고 있고 대중매체도 그에 익숙한 측면이 있다는 점은 여전히 주목되는 부분이다. 즉 기존 정치권과 대중매체의 관계로 좁혀 보면 대중매체가 정치와 맺고 있는 관계는 간단치 않고 상황에 따라서는 선거가 대중매체에 의해 좌우되기도 했다. 오늘날 이런 관계가 변화하고 있다 해도 4월 총선에서 대중매체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할 것이다. 이런 점을 중시하면서 4월 총선에 대한 특성과 그 제도의 문제점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4월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과 언론이 올인하는 총선의 결과는 과연 어떻게 나올까? 가까운 미래라 해도 그 예상이 쉽지 않고 섣불리 넘겨짚는 것 자체가 부적절할 수 있다. 선거는 막판까지 돌발변수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정치는 현실이고 유권자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투표를 행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추세는 설명이 가능하리라 본다.

공약남발 민생토론회?‥
공약남발 민생토론회?‥"여당 선대본부장이냐" (2024.03.07./뉴스데스크/MBC)

개꼬리가 몸통 흔드는 정치 

우선 이번 선거는 우리 사회의 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의 정치가 외형적으로 선진화된 것은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87년 6월 항쟁, 2017년 촛불 혁명 등으로 민중이 피와 땀을 흘리면서 투쟁한 결과라는 점이다. 정치권력이 민중만큼 적극적으로 정치적 민주화를 도입한 적은 거의 없었고 민중이 궐기한 이후 정치 공백기에 다시 집권해 과실을 즐기는 정도의 일을 반복해 왔다.

이번 선거도 지배층이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4년 전과 마찬가지로 거대 양당이 정파적 이기주의를 앞세워 앞다퉈 위성정당을 만드는 기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만든 제도가 악용되어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 변질시키면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 이런 시도는 개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 하겠다. 이런 편법은 청산되고 모두가 인정하는 상식과 원칙이 실천되어야 할 것이다. 

여야를 포함한 정치권력은 민의의 심판을 두려워해야 한다. 지배세력이 마지못해 시늉만 내던 사이비 정치 민주화에 대해서 민중은 선거로 심판해 왔고, 정보화 환경이 급변하는 오늘날 그 템포가 빨라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7년 촛불혁명은 SNS의 대중화 속에서 전국적으로 수많은 시민의 동참 속에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켰는데 이는 수구 보수세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의 성격이었다. 

이어 2020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주었지만 민주당 정권은 무능과 무기력 속에 이렇다 할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고 2022년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수구 보수세력은 2022년 대선을 통해 기사회생했지만 자신들이 키워온 전통적인 수구 보수세력의 대표를 대선후보로 내지는 못했다. 유권자가 그것까지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당선자 윤석열은 민주당이 발탁한 인물이었고 수구 보수세력에 편입되어 최고 권력자가 되었다. 

유권자는 문재인 정권의 미숙하고 무소신인 정치와 달리, 검사출신 윤석열이 정치 문외한이지만 최소한 법치만큼은 흠잡을 데 없을 것이란 기대가 커 그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지난 2년간 철저히 배신당했다. 검사 출신 대통령의 법치는 상식, 원칙과 거리가 너무 멀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를 맴돌고 한 달 전만 해도 이번 총선은 그에 대한 심판이 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윤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민생토론이라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선거운동을 하면서 법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천잡음 속에서 집권당 견제에 손을 놓고 있는 허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세력은 의대생 정원 증원 문제, 틱톡 화법 한동훈의 등장 속에 수구 보수정당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의대생 증원이 의료계의 복잡다단한 난맥상을 해결할 최선책으로 보고 앞뒤 가리지 않고 2,000명 증원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군사작전하는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대입시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킬러문항을 공공의 적으로 내걸고 올인했던 모습과 흡사하다. 윤 정권은 의대생, 의사들의 집단 반발에 검·경을 동원하거나 간호인력을 대체 투입하는 식의 땜질 처방을 내놓는 등 갈팡질팡하면서 결과적으로 환자들이 큰 고통을 겪게 만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성남중앙공설시장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성남중앙공설시장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의대생 증원 강행, 대입 킬러문항 올인 닮아

법무장관에서 여당 선봉장으로 투입된 한동훈은 정치를 검사가 범법자를 가려내듯 일도양단식 원맨쇼를 하고 있다. 그는 정당한 정치행위를 종북세력의 의회 진입 시도라는 메카시즘을 유포하고, 운동권 청산 등의 구호를 앞세우는 시대착오적 정치적 메시지를 남발하고 있다. 그가 강조하는 정치는 편 가르기, 증오하기, 차별하기를 심화시키는 것으로 그렇지 않아도 양극화, 진영화 등이 심각한 사회의 부정적 현상에 기름을 붓는 짓과 같아 크게 우려된다. 

선거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미디어 선거라는 특성도 있어 대중매체의 적절한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대중매체는 공정성, 정확성,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정치적 이슈, 후보자들의 정책, 선거 과정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 유권자들이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정부와 정치인들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권력의 남용을 예방하고, 선거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다양한 관점과 의견이 공유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대중매체는 일부 정치권에 편중되거나 그 프레임에 갇히지 않도록 스스로를 살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선거가 진행되는 발밑만을 주시하는 데서 벗어나 정당들이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향상시킬 중장기적 개선책을 정강정책으로 내걸도록 견인하는 작업도 겸해야 할 것이다.  

우선 이번 선거는 진정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제도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현행 정당법, 공직선거법이 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독소조항이 있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수개월 전 합헌을 결정했다. 정당법은 정당 설립의 조건을 까다롭게 해놓았는데 정치 선진국에서는 1인 정당 설립도 가능하다는 점에 비춰 문제가 심각하다. 공직선거법은 이미 선출된 공직자의 기득권을 지나치게 인정하는 반면 공직 도전 신인의 정치 행위를 제한하고 있어 불공평하고 후진적이다. 이는 총체적으로 국민을 국가의 주권자가 아닌 개돼지로 보는 제도인데도 시정되지 않은 채 이번 총선에도 적용되고 있다. 

다음으로 공천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머슴이라서 지역구 유권자들이 그 후보를 정하는 제도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당 대표나 그런 위치에 있는 인사가 공천권을 쥐락펴락하는 것이다. 공천권이 당 대표에게 있다 보니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은 당선된 뒤에도 당이나 당 대표의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입법 활동을 한다. 당 대표를 군대로 비유하면 지휘관 국회의원은 졸병과 같은 관계다. 이는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 시절 정당을 통제하기 쉬운 구조로 만들기 위해 도입한 반민주적 제도였다. 

4·10 총선 (PG)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4·10 총선 (PG)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21대 국회, 국보법 개폐 다뤄 사상의 자유 정상화 시켜야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원내 활동을 보면 그 주인인 국민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공천권을 행사하는 권력자에게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이런 기이한 모습은 국회의원이 받는 특혜와 특권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의원 당선은 로또복권 당첨에 비유될 정도로 혜택이 크다는 점 때문에 ‘국회의원 중독증’과 같은 현상이 목격된다는 것이다. 

최근 공천에서 탈락한 3, 4선 의원들이 탈당 하거나 라이벌 당으로 옮겨 가는 것은 유권자, 정당을 우선하는 태도로 보기 어렵다. 공천 과정이 부당해서 억울하기 그지없다 해도 과거 오랫동안 소속 정당의 간판으로 출마해서 의정활동을 했다면 하루아침에 정치적 철학이나 소신을 바꾸는 행동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는 국회의원을 공인이라는 점보다 개인적 직업이라고 잘못 인식한 결과가 빚어내는 기현상이라 하겠다. 

4월 총선은 그 결과에 따라 정치의 형태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선거가 제대로 이뤄져 민의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대중매체가 선거에서 '사회의 감시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중매체가 권력을 견제하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통해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면서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국민의 법적 머슴을 뽑는 4월 총선이 임박했지만 남북한의 험한 분위기에 대해 어느 정당, 정치인도 진지하게 그 해법을 말하는 것을 보기 힘들다. 북한은 핵무력 정책을 최고의 법인 헌법에 명시한 데 이어 남한에 대해서도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며 '통일 성사 불가'를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도 핵무기 만들려면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안 한다”라거나 국장장관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정권 종말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할 수위가 높아졌다고 해외에서 불안해하는데 정작 국내 정치권은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정착시킬 방안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언론도 오십보백보이다. 이는 국가보안법 때문인 것은 물론이다. 이런 점을 주목할 때 여야가 국보법의 개폐 문제를 21대 최종 회기에 다루기로 합의한 사항이 긍정적으로 이행되어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21세기에 걸맞은 수준으로 정상화될 수 있도록 대중매체가 노력해야 한다. 

대중매체의 미래 설계는, 언론인이 국보법을 의식해 수십 년간 침묵 속에 반복해온 자기검열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국제 경쟁력을 지닐 것이다. 한류, K팝이 세계인을 즐겁고 행복하게 하듯 언론도 그런 수준으로 가려면 상상의 자유를 향유하는 것이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