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대통령실이 특정 사안에 대해 선택적으로 입장을 내놓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악재가 될 만한 사안은 설명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7일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소득·고용 통계 수치를 왜곡하는 등의 불법 행위를 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국가의 기본 정책 통계마저 조작해 국민을 기망한 정부”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통계 조작의) 책임을 묻지 않고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도 회계 조작의 공범이 되는 것”이라며 “국가의 장래를 위해 '주식회사 대한민국 회계 조작 사건'을 엄정하게 다스리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당일에도 대통령실은 “충격적인 국기문란의 실체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18일째에 들어서자 관련 입장을 처음으로 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7일 동아일보에 “누가 (단식 중단을 하지 못하게) 막았느냐. 아니면 누가 (단식을) 하라고 했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의 한덕수 총리 해임 건의에 대해 “대통령이 경제 외교를 위한 순방을 앞둔 마당에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막장 투쟁만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뉴스타파 '윤석열 수사무마 의혹 보도'를 '허위'로 단정짓고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5일 익명으로 성명을 내어 “'대장동 사건 몸통'을 이재명에서 윤석열로 뒤바꾸려 한 정치공작적 행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며 “김대업 정치 공작, 기양건설 로비 가짜 폭로 등의 계보를 잇는 2022년 대선의 최대 정치 공작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익명으로 성명을 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반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평가받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대통령은 지금까지 이 문제와 관련해서 본인의 생각을 얘기한 적 없다”며 거리를 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흉상 이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대통령실은 “이 문제는 대통령실이 나서지 않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직 대통령이 지나치게 나서는 게 문제”라고 곧장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이달 초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MBC의 ‘윤석열 대통령 욕설 논란’ 보도와 관련해 시위를 요청했다는 통화 녹음이 공개된 것과 관련된 언론 질문에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MBC <뉴스데스크>는 5일 인터넷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가 공개한 강승규 수석과 A 씨의 전화통화 내용을 보도했다. 통화 시점은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 논란’ 때이며 강 수석은 MBC의 보도를 ‘매국언론’이라고 비난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대선 국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당직자 간의 통화 녹음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더탐사가 공개한 통화 내용에서 윤 대통령은 “이준석이 아무리 까불어봤자 3개월짜리(당대표)” "만약에 이놈 XX들 가서 '개판'치면 당 완전히 '뽀개' 버리고” “저는 정권교체하러 나온 사람이지 대통령 하러 나온 사람이 아니다” “저는 대통령도, 저는 그런 자리 자체가 귀찮다”고 발언했다.
이 같은 음성파일이 공개되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시기에 그런 보도를 했다는 자체가 김만배-신학림의 대선 공작을 물타기 하려고 하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그리고 그 사안은 저희 당에 입당하기 전에 사적인 발언에 가까운 이야기를 이렇게 보도하는 것이 극히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지난 7월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국토부에서 알아서 해야할 문제”라며 “향후 어떻게 될지도 당 쪽에서 여야가 논의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천 제방 유실에 대해 이도운 대변인은 “관리 비용은 중앙정부가 부담하지만, 하천에 대한 유지 보수 책임은 충청북도에 위임됐다”고 말했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18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대통령실이 모든 사안에 대해 입장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만, 어떠한 의혹이 제기되면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기본적인 것은 국민들에게 설명을 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보통 설명을 아예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핵심적인 것을 비껴서 이야기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시사평론가는 “또 전 정권이나 지난 대선과 관련한 사안을 언급할 때 대통령실은 신중해야 함에도 오히려 앞장서서 사건의 성격을 규정해 버린다”며 “이렇게 되면 대통령실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인식을 준다. 대통령실이 무엇을 이야기해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시사평론가는 “대통령실도 이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왜 이렇게 대응할까를 생각해 보면 ‘대통령의 뜻이 그렇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라며 “대통령의 뜻에 대해 아무도 바로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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