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이것이 ‘뉴노멀’인가? 이번에는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서 안철수 의원이 당 대표로 부적절한 인사라는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나경원 사태 역풍도 있고 하니 여기까지 오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순진한 생각이었다. ‘뉴노멀’이 하루가 다르게 업데이트 되니 따라가기 벅찰 정도다.

대통령실의 논리를 잘 들여다 보면 유치하다는 생각부터 든다. ‘안철수는 안 된다’, ‘안철수는 싫다’는 투의 주장만 있지 당대표가 되지 말아야 할 제대로 된 근거는 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의 주장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은 ‘윤심’은 거론할 수 있지만 ‘윤안연대’를 말해선 안 된다. 이유는 불명확한데, ‘설’은 여러가지다. 첫째, 대통령과 당권주자는 같은 ‘급’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건 일종의 ‘의전’ 문제라는 거고 누구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건데, ‘제왕적 대통령’이 연상된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이렇게 설명을 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사람도 아닌 안철수 의원이 ‘윤안연대’를 말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다. 인수위원장 때도 인사 문제로 24시간 ‘가출’한 바 있고, 대통령이 모처럼 국무총리, 보건복지부 장관, 교육부 장관 등을 제안했으나 거부하더니 결국 보궐선거 출마라는 편한 길로 가더라는 거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연합뉴스 자료 사진 

심지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TV조선을 통해 안철수 의원이 과거 신영복 선생 조문을 가서 덕담을 한 것까지 거론하면서 “미리 알았다면 단일화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자기들끼리 색깔론을 씌우는 광경에 말문이 막힌다. 하여간 대통령과 신뢰관계가 없는데 ‘윤안연대’라는 표현은 어불성설이라는 건데, 뒤집어 말하면 ‘윤안연대’는 대통령과 가까우면 할 수도 있는 표현이라는 뜻이 된다. 이런 문제라면 안철수 의원은 ‘윤심’을 말해도 문제일 것이다.

대통령실의 직접적 입장 표명이라는 것은 명분이 그럴듯해야 하고 의미가 명료해야 한다. 대통령의 권력이 큰 만큼 파장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핵심관계자, 그냥 관계자 등의 언론 코멘트에선 그에 맞는 격을 갖추기 위한 신중한 고려가 느껴지지 않는다. 참모들이 큰 잘못을 하고 있는 걸까?

그런데 만일 대통령의 뜻과 다른 얘기를 이런 식으로 언론에 했다면 그 참모는 옷을 벗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다들 고개를 끄덕끄덕 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는 것은 대통령실의 안철수라는 ‘적’을 향한 이러한 ‘난사’가 심지어 참모의 어떤 전략조차도 아니란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실의 비서들은 대통령의 뜻을 언론에 전달하는 최소한의 자기 역할만을 한 것이다(최근 언론인 출신 부대변인이 떠난 것을 볼 때 그걸 넘는 역할을 하려면 직을 걸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한다). 즉, 최근 언론에 등장한 ‘대통령실 코멘트’는 대통령 본인의 의사에 가장 가까운, 한없이 ‘투명한’ 성격의 것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명료한 것이다.

대통령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김기현 의원의 후원회장이라는 신평 변호사의 ‘천기누설’은 이 사태의 어떤 본질을 보여준다. 신평 변호사는 안철수 의원이 대표가 되면 대통령이 탈당을 하고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며 ‘윤석열표 열린우리당’이라는 오래된 떡밥(?)을 다시 꺼내들었다. 이 분은 지금까지 여러차례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과 ‘통하는’ 사이라는 것을 과시하였는데 단 한 번도 대통령실이 나서지 않는 것을 보면 대통령의 생각과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대표’ 체제는 대통령이 딴 살림을 차려야 할 정도로 큰 문제인 것일까? 아니다.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가 ‘전권’을 쥐지 않는 여당은 어떤 경우든 용인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최근 대통령에게 “차라리 총재 시절로 돌아가라”는 비판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바로 그게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일 거다. 총재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데 그럴수가 없으니 사실상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는 대리인을 내세우겠다는 거다.

‘전권’을 쥔 대통령은 여당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지금은 많이들 잊어버렸지만 과거 열린우리당은 지역주의에 기댄 기성 정당들로는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졌다. 지금 와서 보면 그 실험은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열린우리당 창당의 명분은 지역주의 타파를 목표로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행적에서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그런 것도 없다. 별다른 정치적 맥락도 없이 하는 신당 창당은 어불성설이다. 더군다나 대통령은 ‘대리인’이 대표가 될 경우 신당창당 없이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는 거 아닌가? 결국 ‘공천’을 자기 위주로 하겠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어려운 거다.

물갈이식 공천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것으로 ‘기성정치인은 썩었다’는 인식을 명분으로 한다. 새롭게 참신한 인사들을 공천하겠다는 다짐이 그래서 등장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런 마음으로 물갈이 공천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면 그나마 이 난리통의 끝에도 해피엔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그것도 따져볼 일이다.

대개 국민들이 그렇듯 직업공무원들도 여의도 정치인들을 아주 얕잡아 보는 경우가 많다.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 회고록을 읽어보면 나라를 위해서 필요한 정책을 자신들이 추진하려 했는데 국회의 정치권 이해관계에 희생돼 이도 저도 아닌 결과가 됐다는 식의 서술이 종종 등장한다. 여기서 일반 국민의 정치 혐오와는 다른 차원의 인식이 나온다. 국민들의 바람은 ‘물갈이’를 원하는 것에서 대개 멈추지만, 직업공무원적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면 바람직한 뭔가를 정치권의 방해없이 추진하고 싶다는 결론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여의도 정치인을 얕잡아 보기로는 직업공무원 중에서도 제일이었을 특수부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도 이 생각을 할 거다.

그렇다면 ‘윤석열 체제’에서 공천을 받는 ‘참신한 인사’란 누구겠는가? 결국 대통령의 관심사인 ‘바람직한 무언가’를 가장 잘 추진할 사람들이 되는 거다. 그게 어떤 사람들인지는 이 정부 인사를 보면 예상 가능하다. 검사장 출신 법무부 장관은 충격적이었지만 있을 수도 있는 일 같다. 검사 출신 금융감독원장은 어떤가? 요즘 하는 행태를 보면 외환위기 당시 비상경제대책위원장 같기도 하고 한국은행 총재 같기도 하다. 이런 일을 많이 보게 될 거라는 예감이 생긴다.

그런 거라면, 이게 맞는 길인지 국민의 판단부터 듣는 게 필요하다. 이 난리를 칠 게 아니라, 아예 대통령이 향후 정국 구상을 밝히고 그 연장선에서 ‘대리인’을 맡을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을 하시라. 대통령도 당원의 한 사람이니 전당대회 관련 사실을 명확히 하는 의견을 밝힐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인데, 그게 이것과 뭐 다르겠나. 나라면 이건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답할 텐데, 다른 사람들도 답을 할 기회를 한 번 줘보시라. 반헌법적이고 현행법령 위반이라는 답도 상당수 나올 거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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