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지역방송국 기능조정안을 2년 8개월 검토 끝에 반려했다. 방통위는 방송국 변경허가 신청을 접수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로 처리해야 한다.

방통위는 KBS 신청 이후 상당 시간이 흘러 당시 상황을 토대로 제출된 자료로 심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반려'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90일 이내 처리 기준과 관련해 관련법상 보완요청 기간은 심사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KBS에 9차례에 걸쳐 자료 보완을 요구했다.

KBS 지역국 (왼쪽부터) 충주, 순천, 목포, (중간) 포항, (오른쪽) 충주, 안동, 진주

방통위는 지난달 말 KBS에 공문을 보내 'KBS 지역방송국 변경허가 및 사업계획 변경승인 신청'을 반려한다고 통보했다. KBS는 지난 2020년 3월 방통위에 지역국 통합을 골자로 하는 기능조정안을 제출했다. 

양승동 사장 시절 KBS는 '지역활성화 경영혁신'의 일환으로 7개 지역국(진주·포항·안동·목포·순천·충주·원주)의 TV 제작·송출 기능을 5개 총국(창원·대구·광주·청주·춘천)에서 통합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KBS는 현재의 조직 체계와 인적 구조로는 지역성 구현과 분권 강화라는 공적 책무를 다할 수 없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역총국을 중심으로 보도기능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의 정보를 심층적으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일례로 KBS는 지역총국에서 '뉴스7'을 자체 제작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전까지 KBS 지역 뉴스는 중앙뉴스 후반부에 5분가량 방송되는 게 전부였다. 지역총국 '뉴스7'이 지역 자체제작 뉴스를 40분가량 송출하면서 시청률이 두 자릿수로 오르기도 했다.

방통위 민원처리기준표에 따르면 방송국 변경허가 신청은 잔파법에 따라 접수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처리돼야 하지만 '반려' 결정이 나오기까지 2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물론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KBS 지역국 통폐합이라며 반발한 사정이 없는 게 아니다.

방통위는 KBS가 자료 보완요청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으며, 신청 당시 상황과 2년여가 지난 현재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반려'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21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당시 신청한 내용으로는 심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려한 것"이라며 "KBS가 기능조정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다시 신청을 하면 검토를 진행할 수 있다. '반려'는 방통위가 불허한다는 그런 의사결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변경허가 신청이든 재허가 신청이든 변경된 이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제출하는 것"이라며 "2020년에 기반해 제출을 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이미 계획한 부분이 과거가 돼버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미디어스)

방통위 관계자는 "형식적인 면에서 보완요청에 대해 KBS의 자료보완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8차례 정도 보완요청이 있었고, 거기에 대해서는 자료제출이 이뤄졌지만 최종적으로 저희가 자료제출을 요청한 사항에 대해 KBS의 회신은 없었다"고 말했다.

방통위와 KBS는 총 8차례에 걸쳐 자료보완 요청과 회신을 주고 받았다. 지난해 10월 방통위는 9번째 자료보완을 요청했다. KBS는 9번째 자료제출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회신을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방통위가 최종적으로 요청한 자료는 UHD 구축 계획이다. 

방통위 민원처리기준상 심사 기한을 크게 벗어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방통위 관계자는 "법령상 1회 연장이 가능하고, 보완요청을 하는 경우에는 사업자가 자료를 제출할 때까지 처리기간 산정에서 제외가 된다"며 "방통위는 처리 기한을 넘기지 않았다"고 답했다. 

KBS 지역국 기능조정에 동의해 온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방통위가 결단하지 못하고 무책임한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강성원 KBS본부장은 "회사는 인력배치와 지원을 일정 정도 다 해놓은 상태여서 방통위로 공이 넘어갔던 상황"이라며 "정권이 바뀌었고 위원장 임기가 내년 7월까지지만 막판에 방통위가 해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본부장은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니까 뜨거운 감자를 던져버리듯 고민 없이 '반려'라는 결정을 내렸다. 공문 하나 보내고 책임을 회피해버린 것"이라며 "처리시한에도 불구하고 결정을 안 하면서 보완요청으로 시간을 끌다가 마무리지어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강 본부장은 "지역국 기능 조정이 어그러지면 지역방송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문제는 계속 따라오는 것"이라며 "KBS가 예산이 많아서, 중앙집중적 구조에서도 지역에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재원이 된다고 하면 지역에 방송국 더 짓는 것을 왜 못 하겠나. 그런데 그런 상황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KBS본부는 지역방송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써 광역제작·광역송출이라는 정책 기조에 동의를 했고, 여전히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며 "경영진은 기능조정안 문제에 더해 지역방송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방통위 조직 기능이 마비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지난 4일 한국경제는 기사 <[단독] 내년 인사도 올스톱, 청사는 세종시로…무기력한 방통위>에서 대통령실이 방통위와 일반적인 업무 협의도 하지 않고 있으며 국장급 인사를 멈춰 세웠다고 보도했다. 방통위 국장급 이상 인사는 대통령실과 협의 과정을 거쳐왔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한상혁 위원장 등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정무직 기관장에 대해 "현행법과 제도에 위배되는 방식으로 인사를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국경제에 "전임 정부가 임명한 위원장을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냐"며 "위원장이 바뀌지 않는 한 간부급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는 "국장급 인사가 멈춰서자 과장급 이하 실무진들은 눈치만 보고 있다. 한 위원장의 측근 인사로 찍히면 향후 인사에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퍼져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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