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가 지역뉴스 강화를 위해 <뉴스7>을 전국 9개 총국으로 확대한 지 1년이 넘었다. KBS 지역국 기자들은 <뉴스7> 목적과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많았다. 인력 부족 문제가 화두였다.

26일 유종원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KBS 지역국 기자 243명이 참여한 <뉴스7>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지역국 기자들은 데일리 전환 이후 <뉴스7>의 심층성·다양성·출입처 평판 등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26일 KBS아트홀에서 KBS전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지역 중심 <뉴스7>의 지속가능 조건은?'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또 ‘지역 현안 다양한 의견제시’, ‘지역 사회 영향력’, ‘지역 현안 정확한 정보제공’, ‘지역 현안 해결책 제시’, ‘지역 사회에 대한 비판과 감시’ 등의 역할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답했다. 지역국 뉴스의 포털사이트 송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출입처) 현장취재가 부족해졌다‘, ’심층취재가 힘들어졌다‘, ’하루 뉴스 분량에 적당한 뉴스거리를 찾아 맞추려는 경향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업무량 증가는 주로 1~4년 차 기자들에서 많이 나타났다. 뉴스 출연과 디지털 뉴스 제작의 경우 입사 연차 구분 없이 모든 집단에서 75% 이상 증가했다. 기자들은 <뉴스7> 체제 전환 이후 ’재난 보도 시 취재에 따른 부담이 늘었다‘, ’지역화 전환 이후 업무량이 크게 늘어났다‘고 답했다.

박진영 대구방송총국 기자는 “뉴스7이 생겼을 때 막내 기자들의 기대가 컸다. 기존 1분 30초 리포트에서 벗어나 심층 리포트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점에서”라며 “1년 동안 지켜보니 심층 뉴스를 못한다. 본사 '뉴스9'에 납품해야 하는 뉴스와 뉴스7 리포트를 만들다 보니 기존 형식에서 벗어난 리포트 제작이 어렵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뉴스7과 뉴스9의 성격을 재정립하면 뉴스7에서도 심층 보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하초희 춘천총국 기자는 “모든 총국에서 인력난을 호소하지만, 춘천총국은 춘천, 원주, 강릉으로 나뉘어 있어 의사소통과 업무분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강원도는 수해나 산불이 불시에 발생한다. 실제 취재에 투입되는 기자들은 춘천 11명, 원주 13명”이라고 말했다. 하 기자는 “뉴스7을 시작하며 경력 취재·촬영기자 각각 2명씩 합류했는데 밀착취재나 심층취재를 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지역뉴스 특성을 살리기 위해 세부 토크 코너를 제작하지만 당장 리포트에 투입되는 기자들이 부족해 이 코너를 편집부장 혼자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종원 전남대 언론홍보학과 교수가 KBS전국기자협회 소속 기자 24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고성호 제주총국 기자는 “전반적인 평가가 좋은 제주지역 역시 뉴스를 제작하는데 위축돼 있다. 사람이 없어서 전담으로 진행하던 기획물 ’영상K’ 제작을 중단했고 더 많은 리포트를 제작하기 위해 심층취재를 포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고 기자는 “얼마 전에는 열정 있는 후배 기자에게 미안하다고 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뉴스7이 지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시스템의 문제도 거론됐다. 설비 부족으로 인해 여전히 테이프로 변환시켜 보도하는 총국이 있다. 대전총국 PD는 “본사에서 만드는 ‘7시 뉴스’를 지역뉴스에 트는 건 모험에 가깝다”며 “본사가 파일 기반으로 올리면 우리는 이를 테이프로 떠서 방송하기에 보도 시간을 정해두고 그 안에 전환이 안 되면 방송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KBS는 지난해 <뉴스7> 제작비용으로 각 총국에 4억 9000만 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평균 61% 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지역총국 기자들은 ‘예산 사용 권한을 본사가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재훈 부산총국 보도국장은 “지역총국에 예산 사용 권한도 줘야한다”며 “뉴스7 제작비용으로 노트북을 살 수 없고, 유튜브 지원비로 쓸 수 없다. 인력비로 사용하기 위해 사람을 뽑으려면 본사 소관이라 어렵다”고 말했다.

류성호 전국기자협회장은 “유례없는 예산을 총국별로 받았지만, 대부분 인력 충당 비용으로 들어갔다. 취재업무를 보조해주는 작가, AD, VJ에게 촬영을 맡긴 비용”이라며 “취재가 아닌 코너 운영 인력에 비용이 들어가 본질적으로 기자 업무량 증가를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류 협회장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심층취재가 힘들어졌다’ 51.3%, ‘기자들 업무량이 늘었다’ 81%, 뉴스 출연과 디지털 뉴스 생산량이 뉴스7 이전에 비해 5배가 늘었다”며 “인력 문제가 심각하다. 본사가 예산 사용 자율권을 각 지역국에 줘야한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뉴스7> 이후 ‘네트워크 취재현장’ 형식으로 편성된 을지국 보도 양과 질 모두에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을지국 인력 적정성에 대해 높은 불만을 갖고 있었다. KBS지역방송국은 광역시 등을 중심으로 포진한 9개 지역총국과 중소도시에 있는 9개 지역국(을지국) 체제로 나뉜다.

최재훈 부산총국 보도국장은 “뉴스7을 제작하며 을지국 뉴스는 소멸됐다.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며 “을지국 시청자들도 서울 시청자들과 똑같은 수신료 2500원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정연주 사장 당시 수신료 인상 전략 중 하나가 지역 광역화였고, 자구노력방안으로 을지국을 없애자는 전략이었다”며 “지금도 같은 전략을 쓰면 실패할 수 있다. 다채널 시대에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는 지역성 강화”라고 말했다.

김연식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역 기자들이 가장 원하는 건 인력충원”이라며 “열정페이만으로는 뉴스7의 퀄리티가 무한히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견 기자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현장 취재에 적극성을 보일 수 있게 인력 재배치를 통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국에 대한 재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뉴스7의 출발 정신은 지방 분권화로 본사에 쏠린 권한을 나눠주자는 취지였다”며 “본사의 편성 권한을 나눠주고 본사에 집중된 예산, 장비, 인력을 나누는 과정으로 뉴스7 플랫폼은 출발점에 서있다”고 말했다.

김 보도본부장은 “지역마다 속도가 다를 거다. 9개 총국 중에는 을지국이 있는 총국과 없는 총국, 비교적 자원이 집중되어있는 총국 등 형태가 다양하기에 자체적으로 지역 특성에 맞게 개발해나가야 할 숙제가 있다”고 말했다.

을지국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면 을지국을 키울 때가 올 거라고 본다”며 “우선 9개 권역 단위를 거점삼아 뉴스7을 시작했다. 회사의 여건이 나아지면 총국 단위가 아닌 을지국을 키워나갈 때가 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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