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실이 '국정과제 점검회의' 생중계가 리허설을 거쳐 진행됐다는 YTN '돌발영상' 보도에 법적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대통령실은 YTN이 '악의적 편집'을 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이 언론을 처벌 대상으로만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18일 쿠키뉴스는 <[단독]YTN, ‘尹 국정과제 점검회의’ 리허설 무단사용...사실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허가되지 않은 사전 리허설 장면 녹화에 더해 생방송 장면과 교차 편집해 마치 사전 각본에 따라서 생방송이 진행된 것처럼 왜곡시켰다는 게 대통령실의 주장으로 대통령실은 무단 녹화에 대한 법적 대응과 출입기자단 징계 요청 등 강력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는 "대통령 관련 생중계 행사전에 각 방송사별로 영상신호 점검을 위해 보내주는 현장 화면을 녹화해 방송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내부 회의를 통해 법적 조치 등을 포함한 고강도 대응을 위한 회의를 진행한 걸로 알려졌다"고 했다.

19일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과 장관이 국민께 정책 방향을 생생히 설명하는 자리를 폄훼하기 위해 YTN은 테스트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해 마치 사전에 기획된 행사인 양 악의적으로 편집했다"면서 "상응하는 법적·윤리적 책임을 묻기에 앞서 돌발영상 사태의 지휘 책임이 있는 분들은 스스로 언론인의 윤리에 부합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리허설'이 아닌 '사전 기술점검'이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 부대변인은 "2시간 반 넘는 생중계 행사에선 순서조정 등 사전 기술적 점검이 당연히 필요하다"며 "대통령은 원래 리허설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기술점검 때 나온 대통령의 예상 답변은 당연한 내용이다. 대통령의 평소 철학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의 '법적대응' 방침에 고한석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이게 대통령실에서 법적으로 대응할 문제인지 납득이 안 간다"며 "법적으로 무엇을 위반했다는 것인지부터 알아봐야 할 것 같다. 뭐만 하면 법적대응을 하는데, 언론을 형사소송법상 처벌 대상으로만 보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고 지부장은 "YTN은 '코리아 풀'이라고 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규칙을 위반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유튜브 등 인터넷에서 방송도 내리고 공지문도 띄웠다"며 "이것을 대통령실에서 법적으로 대응하면 무서워서 보도를 하겠나"라고 말했다. '코리아 풀'은 주요 방송사 중계 풀(공동취재)을 말한다. 앞서 YTN은 미디어스에 "'코리아 풀' 측의 내부 규약 위반이라는 문제 제기에 따라 방송이 보류됐다"고 설명했다. 

고 지부장은 "보도가 왜곡됐다는 게 대통령실 주장이라면 그런 걸 조정하라고 언론중재위원회 등의 장치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모든 것을 형사사건화 하겠다고 하니 난감하다. 어떤 내용이 왜곡이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은 "풀 중계 합의 조건이 '온에어' 시작 부분부터 끝날 때까지 방송을 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를 어긴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이나 풀단에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사안이다. (풀단)내부적인 제재 논의도 이해한다"면서도 "법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저널리즘에 대한 과도한 반응"이라고 말했다.

나 협회장은 과거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과 이진희 MBC 사장의 단독 인터뷰 미공개 영상이 추후 공개된 사례를 들며 "YTN이 방송을 결정했을 때 저널리즘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해 방송을 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저널리즘적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가 열리는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한 상인이 중계방송으로 회의를 시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가 열리는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한 상인이 중계방송으로 회의를 시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YTN '돌발영상'은 지난 16일 <'일부' 국민과의 대화>에서 생중계로 이뤄졌다던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가 실은 리허설을 거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실은 이번 국정과제 점검회의가 '생중계'로 진행될 예정이며 이에 참여할 국민 패널은 각 정부부처가 '엄선'해 초청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리허설 영상에 '대통령 대역'이 준비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읽는가 하면 국민패널의 준비된 질문에 각 부처 장관들이 준비된 답변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준비된 국민패널 질문에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부정적 의견 ▲'강성 노조' 비판 ▲주52시간제 비판 등 정부정책에 우호적인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리허설 방송 내용은 실제 생중계 방송과 대동소이하다.  

이에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하던 소통인가"라며 "국민은 없는 천박한 쇼"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리허설과 본 방송 내용이 일치하는 것을 보며 속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며 "지난 정부 국민과의 대화를 '쇼통' '천박한 쇼'라고 비판했던 국민의힘에 묻는다. 지금 '천박한 쇼'는 누가 하고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한편, YTN은 19일 '대통령실이 법적대응·징계요청 등의 입장을 보내왔느냐'는 질문에 "확인된 바 없다"고 답했다. 다만 YTN은 '코리아 풀' 내부 규약 위반과 관련해 "시청자와 대통령실 등 유관기관에 혼선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며 "방송사고대책위원회 등 내부 절차를 통해 영상 활용 시스템을 점검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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