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실이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장관 김현숙)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두 기관 중에서도 방통위는 최우선 이전 검토 대상이다. 대통령실은 돌연 분산된 미디어 정책 기구의 재편 필요성을 거론하며 방통위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정부조직 개편을 추진하지 않겠다면서 향후 공청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미디어 정책과 거버넌스 개편을 위해 설치하겠다고 공약한 사회적 논의기구 성격의 '미디어혁신위원회'는 논의가 증발된 상태다.

16일 동아일보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행정수도 세종 완성'이라는 국정과제 명분에 따라 서울·과천에 남아있는 정부부처·위원회의 추가 이전을 검토하고 있으며, 방통위와 여가부를 우선 순위에 올렸다.
대통령실은 방통위와 여가부를 이전하면 이미 세종시로 옮겨 간 관계 부처와 협업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향후 미디어 정책 틀을 재편하기 위해서는 방통위가 세종시에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와 긴밀한 협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폐지를 추진 중인 여가부는 보건복지부·교육부·법무부 등과 함께 업무·기능 재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윤석열 정부는 향후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방통위와 과기정통부, 문체부의 역할을 놓고 통합적인 재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달라진 방송통신 환경에서 미디어 정책을 관장하는 조직도 혁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를 감안하면 방통위도 과기정통부, 문체부와 함께 세종시에 자리 잡아야 할 필요성이 뚜렷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실이 특히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과거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상혁 위원장이 지난해 8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미디어 정책 부처가 분산되어 있는 구조로는 제대로 된 규제·진흥 정책이 이뤄질 수 없다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이에 방통위에서는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주요 현안 업무 진행도 원활하지 않아 내부에서 불만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부에서 '이러다가 세종시로 내려가는 것 아니냐'는 말이 이미 나온 적이 있다. 세종시로 이전하면 직원들의 이탈로 업무 공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한상혁 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방통위, 과기정통부, 문체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분산되어 있는 미디어 거버넌스는 방송·통신 융합환경에 부합하지 않고, 부처 간 권한 다툼을 불러 일으키는 등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문가, 업계, 시민사회에 이르기까지 미디어 부처 통합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만 국정동력이 가장 큰 시점인 인수위 단계에서 정부조직 개편을 사실상 포기한 윤석열 정부가 돌연 방통위 이전 이슈로 미디어 부처 통합 개편 논의를 띄우면서 부처 간 이해관계 조정, 야당 설득, 전문가·시민사회 의견수렴 등의 과정이 생략된 모양새다.
지난 4월 안철수 인수위원장(현 국민의힘 의원)은 "인수위는 정부 조직개편 문제는 조급하게 추진하기보다 국내·외 경제문제, 외교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현안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새 정부는 공청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야당 의견도 충분히 경청해 차분하고 심도있게 정부 조직개편안을 만들고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현 경제부총리)도 "조직개편 문제는 인수위에서 그림 그리지 않는다"며 "각계 의견과 타 정당 의견을 충분히 들어가면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단 입장"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미디어의 진흥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담당할 '미디어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며 "정부·기업·학계·시민사회를 포함시킨 거버넌스를 모색하고, 미디어산업 경쟁력 제고 방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이후 관련 논의는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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