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참여연대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채널A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아이폰 잠금을 해제하고 검증받을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피의자의 권리 행사와 법무행정 최고책임자로서 갖춰야 할 도덕성은 다르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3일 한 후보자에게 직무수행 공정성 확보와 이해충돌 해소방안, 법무행정·인권·민생 정책, 검찰개혁 등 3대 분야 24개 항목의 정책질의서를 발송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15일 오전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검언유착 피의자의 방어권이 이제는 도덕성 잣대로

참여연대는 우선 '채널A 기자 취재원 강요미수 사건'에 연루된 한 후보자에게 수사 과정에서 핵심 증거물로 지목된 휴대전화(아이폰11)의 비밀번호를 해제하고, 검증받을 의향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참여연대는 "자신의 핸드폰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것은 피의자로서 방어권을 행사한 일로서 형사사건에서는 당연한 권리"라면서 "하지만 법무부 장관 직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가에 관련해서는 달리 판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해당 사건은 검찰권력과 언론권력과의 유착에 관한 것으로 검찰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뒤흔든 것이다. 법무부 장관은 법무행정의 책임자이자 검찰을 지휘하는 권한을 가진 자리"라며 "장관직 수행을 위한 도덕성과 국민과 조직 구성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사와는 별개로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국민들에게 해명하고 검증받아 이를 해소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검언유착' 의혹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한 후보자와 공모해 수감 중인 전직 벨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이철 씨로부터 유시민 전 이사장의 비위 혐의를 캐내려 했다는 내용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달 6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강요미수 혐의 등으로 한 후보자 등을 고발한 사건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 수사팀은 설명자료를 통해 한 후보자가 사용했던 아이폰 포렌식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0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한 후보자)휴대폰 문제는 인사청문회 때 해결해야 된다"며 "지금까지 수사과정에서는 자기부죄금지 원칙(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진술을 거부할 권리)에 의해 보호를 받았다. 그러나 적어도 공직 후보자가 돼 공직을 맡으려고 하는 순간에는 모든 의혹들을 풀어야 될 책임이 후보자에게 있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이 되면 '채널A 사건 수사·감찰 방해' 등의 사유로 징계에 처해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행정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징계처분 취소 소송 1심 재판에서 패소한 윤 당선자는 항소를 진행 중이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자와 막역한 관계일 뿐더러 징계사유에 관련되어 있어 이해충돌이 불가피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윤 당선자와 한 후보자와의 관계를 '직연 등 지속적인 친분 관계가 있어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수 있는 관계'라고 판단했다. 참여연대는 한 후보자에게 "본인이 연루된 징계 사유의 정당성 등을 다투는 재판과 관련해 이해충돌을 회피할 방안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또한 참여연대는 한 후보자 배우자가 미국 뉴욕주 변호사로서 김앤장에 소속돼 일하고 있는 점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법무부는 산하에 국제분쟁대응과를 두고 투자자-국가 분쟁해결 대응 업무를 하고 있다. 후보자 배우자가 대리하는 외국 기업 또는 기관과 대한민국이 분쟁이 발생할 경우 후보자 배우자는 직무관련자이자 사적 이해관계자가 되어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해소방안을 질의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 발표하는 모습. 오른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공수처 통신조회는 "정상 아냐"…공약은 '당사자 통지'

참여연대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수집에 대한 제도개선 필요성에 대해 한 후보자의 견해를 밝혀 달라고 질의했다.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하면서 한 후보자를 비롯해 기자, 정치인 등의 통신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찰'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한 후보자는 입장문을 내어 "정상적인 수사 방식이 아니다"라며 "공수처의 민간인, 언론인, 정치인 사찰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자는 고발사주 의혹 피의자다.

시민사회는 그동안 수사기관의 저인망식 통신조회를 비판하며 제도개선을 요구해 왔다. 공수처뿐만 아니라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의 법원 통제 없는 통신자료 확보가 횡행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윤석열 검찰총장 재직시절 (2019년 7월~2021년 3월) 검찰의 '통신자료' 조회는 282만 5668건, 법원 허가를 받아 조회한 '통신사실확인자료'는 총 17만 8588건에 달한다. 참여연대는 "통신자료를 수집하고자 할 때 법원의 통제를 받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견해를 밝혀달라"고 질의했다.

앞서 공수처 통신조회와 관련해 "미친 사람들"이라고 말했던 윤 당선자는 수사기관의 통신조회 사실을 당사자에게 통지하는 수준의 공약을 발표하는 '내로남불' 태도를 보였다. 지난 1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동통신사가 수사기관에 개인 통신자료를 제공할 때, 자료가 조회된 당사자에게 문자 등을 통해 조회사실을 알리는 '본인알림 의무화' 공약을 발표했다. 또 수사보안 등의 이유로 필요한 경우에는 최대 6개월까지 통보를 유예하는 단서까지 달았다.

한편, 오는 4일로 예정됐던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연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후보자 청문회 증인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자료 제출도 부실해 청문회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추후 간사 협의를 통해 다음주 중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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