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도영 방송' 우려를 낳고 있는 '경기도 공영방송 설치·운영 조례안'이 경기도의회 상임위위원회 통과 이후 방송 독립성 측면에서 더욱 후퇴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기도지사의 방송운영 권한이 더 커진 안으로 29일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기도형 공영방송 설립추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상임위를 통과한 조례안을 보니, 사무의 위임 규정이 전부 빠져 있고 '도지사는 필요한 경우 방송운영규정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아예 조례에 '공영방송 대표'라는 용어가 사라졌다"며 "상임위 논의과정에서 조례에 '공영방송 대표'를 두지 않은 것이다. 경기도(청) 내 과장이나 실장이 주무부처가 되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기도형 공영방송 설립추진을 위한 정책토론회' (경기도의회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조례안 초안은 경기도 공영방송의 권한 상당부분을 경기도지사에게 부여하고 있다. 조례안에 따르면 도지사는 방송편성책임자 임명, 방송편성규약 제정, 방송광고, 협찬고지 등의 업무권한을 갖고 있다. 도지사는 경기도 공영방송의 효율성·전문성·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재단법인으로 전환해 운영할 수 있고, 재단법인 전환 전이라도 공영방송 사무 일부를 방송 전문기관에 위탁해 운영할 수 있다. 재원은 도지사의 '공영방송운영 특별회계'설치 권한으로 충당된다. 아울러 조례안은 도지사의 권한을 경기도 공영방송 대표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하고, 경기도 공영방송 대표가 방송운영규정을 정할 때 도지사 승인을 받도록 규정했다.

이들 조항이 방송의 독립성 보장과는 거리가 멀어 '도영 방송' 논란이 일었는데, 상임위 의결 과정에서 공영방송 대표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조항이 빠져 독립성이 더 후퇴했다는 게 김 실장 지적이다. 김 실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도지사는 필요한 경우 방송운영규정을 정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관련 조항이 바뀌어버렸다"며 "변경된 조항이 치명적이라고 보는 의견이 있다. 위임규정을 삭제하면서 재단 설립 전까지 도지사가 공영방송 대표에게 전권을 준다는 선언이라도 할 수 있던 근거조차 없애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비판에 조례를 발의한 국중범 경기도의원은 "도지사에게 방송운영규정을 미리 승인받아야 한다는 규정 등이 '도지사가 쥐락펴락하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어 최소한의 것만 담은 것"이라며 "이것조차 더 논의가 필요하다면 계속해서 조례 개정을 위한 자리를 만들도록 하겠다. 개정 의지가 있다"고 해명했다.

(왼쪽부터)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 국중범 경기도의회 의원 (경기도의회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이날 토론회에서는 조례안 제정과정이 불투명했다는 점, 조례안이 방송 독립성과 경기방송 구성원 고용승계를 담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 경기도만의 특성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하지만 국 의원은 향후 공청회와 세미나 등을 통해 조례안 '개정'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실장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구자 개인으로서, 언론노조 공식입장으로서 이번 조례안에 반대한다.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TBS 재단법인화 작업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늘 정치권이 그렇지만 현재의 대통령, 의회구성, 지자체장만 보고 근시안적 조례를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김 실장은 도지사 '특별회계'로 경기도 공영방송의 재원이 충당되는 데 대해 "도지사와 의회구성에 따라 언제든지 회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장 내년 6월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어 김 실장은 '특별회계'로 재원이 규정되면 방송 구성원들의 '경제적 동기부여'가 상실될 수 있다고 봤다. 구성원들이 지자체장과 지방의회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면서 '사고 안 치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지사가 방송사업을 위탁할 경우 현재 해직상태인 구 경기방송 구성원들의 고용승계와 방송 독립성 훼손 우려가 제기된다. 김 실장은 "방송사업 위탁을 맡기면 저희 조합원들은 위탁사업자 계약직으로 들어가거나 기간제로 들어가게 된다"면서 "현재 경기도 내 방송인력은 없다. (재단법인 전환 이전)TBS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임기제 공무원 200명과 각종 비정규직 인력 250명을 데리고 사업소로 운영돼왔는데,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김 실장은 "조례가 만들어지는 동안 한 번도 공개적인 공청회나 세미나 등의 검토 기회가 없었다.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지, 시민참여는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상상력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실장은 "아무리 지방의회가 지역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다고 해도 기본적인 공적 플랫폼에 대한 고민이 없다"며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이 조례안은 절대 유효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경기방송 사옥 전경 (사진=경기방송)

발제를 맡은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는 조례안에 대해 "경기도민의 커뮤니케이션권리에 대해 구체적이고 맥락적인 부분 필요하다"며 "설립취지와 목적이 굉장히 선언적이고 관념적이다. 경기도의 맥락이 반영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눈덩어리가 던져져 있는데 어디로 굴러가야 하는지, 덩어리 안에는 뭐가 들어있는지가 불투명한 상태"라며 설립취지, 운영체계, 독립성 장치, 재정자립 등과 관련한 내용이 전반적으로 빈약하다고 진단했다.

장주영 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장은 "정치·경제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중요한 만큼, 경기도 공영방송은 도지사 권한에서 얼마나 편성독립성이 잘 지켜지는가가 척도가 될 것"이라며 현재 조례안에 임의규정으로 돼 있는 독립재단 법인화를 의무규정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장 지부장은 시청자위원회 내실화, 노동이사제 도입 등 내부 독립성 장치를 구체화하고 지자체로부터의 재정적 독립을 위한 재원 다양성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진영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조례를 개정·보완하겠다고 했지만 내년에는 선거가 두 번이나 있다. 실질적으로 경기도 의원들은 하반기부터 이런 활동은 못하게 될 것이고, 경기도 담당부서 역시 일이 많아질 것"이라며 "숙의를 거쳐 법안을 잘 만들어도 누더기법이 되는 현실에서 '열심히 보완하겠다'는 답으로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민 사무처장은 "이번 조례는 완성형이 아닌 시작"이라며 지자체 차원에서 조례를 보완·숙의할 수 있는 별도의 팀을 꾸려 의견수렴 절차를 갖는 방안을 제안했다.

플로어석에 있던 민주당 소속 박옥분 경기도의원도 경기도 공영방송의 '관변화'를 우려했다. 박 의원은 "경기도 공영방송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타 방송과 얼마만큼의 차별성이 있을 것인지, 시민의 목소리를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며 "자칫 관변화 돼 '탑다운' 방식으로 운영되는 게 아닌지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 의원은 "조례 개정을 위한 후속논의를 공식적으로 말씀드린다"며 "경기도의회 운영위원들은 재단설립을 통해 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사업자 공모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논의 내용의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실질적으로 재단이 설립되는 준비단계에 들어서면 독립성 부분이 명확하게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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