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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최시중, 나카소네·세지마 류조최시중씨가 방통위원장이 될 수 없는 3가지 이유
신학림 기자 | 승인 2008.02.28 17:52

방송업무가 얼마나 복잡한지 최씨는 조창현 방송위원장에게 물어보라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통신 관련 업무를 통합해 새로 출범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으로 최시중 전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회장이 내정된 것으로 보도되자 언론·시민단체들이 반발하는 등 파문이 거세지고 있다.

기자가 최 씨의 방통위원장 임명에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후견인이자 스승이라 할 수 있다. 스승이나 후견인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 법이다.  

 

   
  ▲ 조선일보 2월27일자 8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 씨는 이 대통령과 고향도 같은 포항인데다 대통령의 형이자 국회부의장인 이상득 의원과 서울대학에도 1957년에 같이 입학한 절친한 친구라고 한다. 그래서 최씨가 이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 ‘고문 중의 고문’으로 불리는 모양이다. 달리 표현하면, 최시중씨는 이 대통령의 스승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누구에게나 스승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물며 나라를 다스리는 대통령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국가의 지도자에게 존경하고 두려워하는 스승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지도자의 후견인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 법이다

이명박과 최시중씨의 관계에 대한 보도를 보면서 1980년대 일본의 수상을 지낸 야스히로 나카소네와 그의 스승이자 일본 우익이 국사(國師)로 치켜 세우는 고 세지마 류조(瀨島龍三)가 떠올랐다.

일본 도야마(富山)현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일본 팽창주의 시절 육군사관학교 2등, 육군대학교를 수석 졸업한 뒤 일본군 총사령부인 대본영(大本營)에 배치돼 육군 참모, 해군 참모를 지내면서 옛 일본군의 중추에서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등 태평양 전쟁에 깊숙이 관여했다. 1945년 7월 만주 관동군 참모로 옮겼으며 패전 뒤 소련군에 붙잡혀 시베리아에서 11년간 포로로 억류됐다 56년 풀려났다.

작년에 작고한 세지마는 58년 이토추(伊藤忠) 상사에 입사, 항공기 등 군수사업, 석유사업 등을 맡아 20년 만에 회장에까지 오르면서 조그만 섬유수출회사에 불과하던 이토추를 일본 최대 종합상사로 성장시킨다. 역대 일본 수상과 정권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전후 일본 경제를 종합상사를 본 뜬 ‘주식회사 일본’으로 발전시키는데 기여한다. 그의 파란만장한 삶은 야마자키 도요코(山崎豊子)가 쓴 소설 ‘불모지대’에서 주인공으로 그려져 있다.

세지마 류조는 한일관계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의 스승 역할뿐만 아니라 고 이병철 삼성 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도 교류가 깊었던 인사다. 군 출신 세 사람이 대한민국을 30년씩이나 다스리는 동안 밀사로 숱하게 현해탄(玄海灘)을 오가며 한일관계의 크고 작은 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만주군 인맥을 등에 업고 쿠데타에 성공한 박정희가 가장 존경한 인물이라는 점과 이른바 일제의 한국 침략과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일본인들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후원자 중의 한사람이자 정신적 지도자로 우리에게는 음험함으로 다가오는 인물이다.

 

   
  ▲ 조선일보 2007년 9월5일자 34면.  
 

한국 사람 입장에서 세지마에 대한 냉엄한 평가는 별개로 하고, 그가 일본 역대 정부와 우익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전면에 나선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최 씨도 자신의 친구의 동생을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 된 것에 만족하고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이 대통령과 정부를 돕는 것이 본인이나 이 대통령 등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대통령을 만드는데 기여한 참모나 고문들 중에서 관직이나 공직을 맡지 않는 사람이 한 사람쯤 있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

70세 고령 인사가 맡기에 방송과 통신 업무가 너무 방대, 복잡

둘째, 생물학적인 나이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최 씨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따라 급변하는 방송과 통신 환경을 따라잡기에는 나이가 많은 편이다. 최씨는 음력으로 1937년 8월 4일생으로 우리나이로 치면 72세다. 20년 정도 젊은 기자가 보기에, 방송과 통신 업무는 일반 행정 업무와 다르기 때문에 72세의 고령으로 맡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데다, 복잡하고 방대한 업무를 따라가려다 보면 몸에 무리가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이 드신 분들은 무조건 관직이나 공직에 나서지 말라는 뜻은 아니므로 독자들께서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방송위원회는 기본적으로 방송정책에 관한 부분만 주로 다루고 전파관리와 채널 등 정보통신에 관한 업무는 정보통신부가 맡아왔다. 그러나 신설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두 기관이 담당하던 업무 대부분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업무 자체가 방대할 뿐만 아니라 복잡하기 짝이 없다.

방송과 통신 관련 업무의 성격상 오랫동안 다뤄오지 않으면 기술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업무가 한 둘이 아니다. 그래서 현업에 종사하는 방송인들도 불과 몇주일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새로 등장하고 발전하는 방송과 통신 기술과 관련 업무를 도저히 소화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기 일쑤다.

물론 방송통신위원장이 방송과 통신에 관한 모든 업무를 세세한 것까지 다 알 필요도 없고 다 아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수박 겉핡기 식으로 대강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상당히 이해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 28일 오전 10시 서울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최시중씨의 방통위원장 내정에 반대하는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곽상아  
 

따라서 방송과 통신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통신위원장은 나머지 방송위원들이나 사무처 혹은 청와대 등에서 올라온 의견에 따르기만 하는 사실상의 ‘거수기’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최 씨가 미심쩍으면 나이가 비슷한 조창현 방송위원장에게 방송업무 수행이 할 만한지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되기 전에 먼저 물어 볼 것을 권유한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이념과 정권의 문제를 벗어나

셋째, 방송은 기본적으로 언론이다. 통신의 발달과 방송과의 융합으로 인해 새로운 매체의 탄생 등으로 산업적 측면이 중요할 수도 있으나 여전히 방송은 언론이다. IPTV가 방송이듯이. 따라서 대통령의 스승이나 다름없는 최측근 후견인이 방송과 통신 정책을 관장하는 대통령 직속기구의 장이 되는 순간부터 이명박 정부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아니 그 이후까지 정치적 논란과 파문으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을 것이다.

방송과 언론의 자유와 독립은 어떤 특정한 이념이나 정권의 문제가 아니다. 정권이 일시적으로 방송을 장악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나, 결국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는 엄청난 부메랑이 되어 정권의 뒷통수를 치게 되어있다. 지난 87년 이후 20년 방송과 언론의 역사가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불과 1년 전에 노무현 정부가 이른바 취재선진화 방안이란 것을 무리하게 추진했을 때 우리 언론인과 언론사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되새겨 보기 바란다.

한나라당이 야당으로 있을 때 정부 각료 등의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과 논문 표절 의혹 등과 관련 엄격한 책임을 물어 많은 총리 후보와 각료 후보 등이 낙마한 바 있고, 이제 여당이 된 한나라당 정부가 그것을 되받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신문과 방송에 종사하는 언론인들은 이미 언론자유와 정치적 독립을 누려왔기 때문에 그것이 다시 침해당하는 것을 결코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어있다. 

기자의 고언을 믿지 않아도 좋다. 시행착오를 각오하면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걱정하는 것은, 방송 장악 논란이 벌어지면 이명박 정부가 정작 신경 써야 할 일자리 창출과 민생경제 활성화 등의 노력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에 뽑아 준 바로 그 임무를 저버리는 것이 된다.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최씨를 초대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하기로 마음을 굳히기 전 최씨, 이상득 부의장 등 측근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는 방송이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힘주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최씨가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에 가는 것은 어느 각도로 보나 적절치 않다. 나라를 위해 충심으로 하는 고언(苦言)이다. 이 대통령과 최씨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신학림 기자  mediash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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