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저녁 열린 언론광장(대표 김중배) 심포지엄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 설립법안이 통과되고 최시중 전 동아일보 정치부장이 위원장에 내정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언론운동 진영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처절한 반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언론연대 양문석 총장 “방송위의 헌상과 방송사의 투항”
그는 “방송위원들은 방송위를 이명박 정부에 헌상했고, 사무처 직원들은 자신들의 신분 문제에 혈안이 되어 투항했으며, 지상파 방송사 역시 비판적 보도나 프로그램을 내지 않으면서 그들이 방송의 독립을 열망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고 비판했다.
양 총장은 특히 시민사회의 대응과 관련해 “시민사회의 일관된 입장이었던 ‘무소속 독립기구로서의 위원회 구조’를 끝까지 밀고 갔어야 하는데 ‘독임제로서의 정보미디어부’를 막았다는 일정한 성취로 인한 안도감이 일을 그르치게 했다”고 되돌아봤다.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 “방송협회·KBS 어디에 있었나”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상재 위원장은 “언론노조 또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조직이 분열됐다”며 자성하는 한편, 밖으로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협의체인 방송협회와 KBS를 향해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그는 “적어도 지난 2주 동안은 방송협회가 전력을 기울였어야 한다. 강력한 경고를 무수히 보냈으나 방송협회는 그 자리에 없었다. 적어도 KBS는, 정연주 사장은 단순히 임기를 채우는 것이 정치적으로 독립하는 길이 아닌 만큼 방송위에 대해서도 강하게 의사표시를 했어야 한다. MBC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PD연합회 양승동 회장 “KBS 노조 결단해야”
그는 “방통위 문제를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구현할지 생각 못했는데 시사토론 프로그램의 분발이 필요한 것 같다”며 현업 PD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이 시점에서 KBS가 할 일이 많은데 내부 문제로 혼선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지난 5년 동안의 KBS에 대한 평가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디어비평가 백병규씨 “보수신문, 각기 다른 길 선택”
신문부분 발제를 맡은 미디어비평가 백병규씨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보수언론의 행태와 그 배경을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이명박 정권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사세 확장을 꾀하는 것으로, 조선일보는 범보수진영의 비판적 리더로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중앙일보의 경우에는 그 전략적 선택이 모호해 보이는데 홍석현 회장도 연루된 삼성그룹 비자금 문제가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선택이 어려운 처지”라고 지적했다.
백씨는 “이명박 정부는 보수언론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신문법 개정이나 방송신문 겸영허용 정책 등을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우려했다. 보수언론과 달리 개혁언론의 경우에는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돼 언론사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따라왔다.
기자협회 이희용 부회장 “치밀한 논리개발 필요”
한국기자협회 이희용 부회장은 기자협회 차원의 구체적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의견을 밝혔다. 그는 “정권이 바뀐 이후에는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인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들의 광범위한 공감과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의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KBS 정연주 사장은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아있음에도 언론에선 차기 사장 후보를 거론하고 방통위원장엔 관심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효과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원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바꿀 수 있을지 심각하게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전규찬 교수 “대중의 불만에 누가 먼저 접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