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미디어정책을 ‘좌지우지할’ 방송통신위원장에 이명박 대통령 정치특보를 지낸 최시중씨(전 한국갤럽 회장)가 사실상 내정됐다. 세간의 평가는 어떨까. 시민사회단체와 언론계 일각에서 일고 있는 평은 이렇다. 최시중 방통위원장 ‘절대불가’.

이유가 있다. 오늘자(28일) 경향신문이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초대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최시중씨는 한나라당 선대위 상임고문을 지낸, 정치적 중립이나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인사”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정치특보를 지낸 경력의 최시중씨가 방통위원장에 내정됐으니 당연히(!)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논란이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 동아일보 2월27일자 1면.
한나라당 선대위 상임고문이 방통위원장으로?

방통위원장이 뭐 그리 대단한 자리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을 위해 오늘자(28일) 한겨레 사설 가운데 일부를 인용한다. 한번 읽어보시라. 방통위원장이라는 자리, 대단한 자리인 것은 분명하다.

"방통위는 한국방송공사(KBS) 이사를 선임하고,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임원 임명권을 갖는다. 정책과 규제를 통해서도 방송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구다. 그런 막강한 권한을 가진 방통위가 대통령 직속기구가 됐고, 위원장 한 명과 위원 한 명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됐다. 여당이 추천하는 한 명을 합치면 다섯 명의 위원 가운데 세 명을 정부·여당이 선임한다.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방통위를 이용해 방송을 움직일 수 있는 구조다."

▲ 한겨레 2월28일자 사설.
언론시민단체들이 이명박 정부가 방송장악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를 방통위원장 자리에 임명하려는 것에 대한 우려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읽으면 된다.

혹자는 이렇게 되물을 법도 하다. 역대 정부 다 그렇게 하지 않았냐고. 맞다. 역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일단 권력을 잡으면 측근 인사를 언론사 사장에 ‘앉히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하지만 한겨레 사설의 표현처럼 “그래도 이렇게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캠프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KBS 사장에서 물러난 서동구 전 사장

서동구 전 KBS사장이 지난 2003년 취임 8일만에 물러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언론시민단체들은 “대통령 후보의 (언론)고문이든 아니면 다른 직책을 맡았든,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사람이 KBS 사장이 되는 순간부터 공영방송 KBS는 정치적 편파 논란으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면서 격렬히 반발했고, 결국 서동구 사장은 KBS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서동구 당시 사장은 2002년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노무현 대통령 ‘언론고문’이란 직책을 맡은 바 있다.

사실 비중 면에서 보면 서동구 전 사장과 최시중씨의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한나라당 선대위 상임고문에 이명박 대통령 정치특보라는 최씨의 경력이 서 전 사장에 비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언론계 입장’에서 최씨의 방통위원장 ‘내정 소식’을 더더욱 받아들일 수가 없다.

대통령 직속체제로 된 방통위 체제에서 방통위원장마저 대통령 최측근이다? 이건 그냥 방송을 청와대 직할체제로 두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나 다름 없다.

보수신문 일제히 침묵 … 노무현 정부 때 ‘언론자유’ 부르짖던 언론은 어디로

▲ 동아일보 2003년 4월3일자 5면.
그런데 이른바 ‘조중동’과 같은 보수신문들은 이 문제에 대해선 일제히 침묵이다. 조선일보가 지난 27일자 8면에서 “방송·통신 전문가도 아니고 행정 경험도 없는 최 내정자가 '공룡 조직'으로 불리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면서 우회적으로 비판한 정도다.

지난 2003년 서동구 전 KBS 사장 취임을 전후로 보여준 이들 신문의 ‘융단폭격’과는 상당히 온도차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특히 기자실 이전 문제는 물론이고 노무현 정부 내내 ‘언론자유 사수’를 외쳐댔던 많은 언론들이 이 대통령 최측근 인사의 방통위원장 내정 소식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보기가 영 그렇다. ‘언론자유 사수’를 외치던 그 많은 언론들과 언론인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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