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은 방송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한 악법이다. 앞으로 시행령을 비롯해 방통위원장과 방통위원 선임, 운영 과정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부분들이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정치지향적이고 권력지향적인 인사들을 방통위원으로 앉히려고 한다면 우리나라 미디어 시장의 혼란은 불보듯 뻔하고 무엇보다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오는 29일 국내 첫 방송통신융합 기구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언론계의 강한 반발 속에 순탄치 않은 길을 예고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미디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사회적 환경을 수용해 기존의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업무를 통합한 기구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어지면서 대통령과 정부 여당, 야당이 서로 자리를 나눠먹는 전형적인 정치권력의 하부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뜨겁다.

"대통령 직속 체제 방통위, 정치권력과 자본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될 것"

초대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된 최시중씨에 대해서도 방송과 통신의 비전문가라는 지적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라는 점에서 자격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방통위원장은 방송사 인허가, 방송계 임원 선출권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문효선 언론연대 집행위원장 ⓒ서정은
언론개혁시민연대 문효선 집행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 손아귀에 들어가면서 미디어 정책이 정치권력 향배에 따라 움직이게 되고, 직간접적인 수단을 통해 지상파 방송과 언론사를 흔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오게 될 것"이라며 "과거와 다르게 자본 영역이 정치와 결탁해 언론을 통제하고 있어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 집행위원장은 "앞으로 진행될 방송통신 관련법 제정 과정에서 우리나라 미디어 공공성 문제가 판가름나게 될 것"이라며 "5년, 1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운동적 관점에서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투쟁 역량을 모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크게 훼손했다며 언론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29일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향후 대응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앞으로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방통위 설치법의 문제점을 조금이나마 보완할 수는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당장은 방통위 운영과 위원 선임 과정, 인물에 대한 내용과 검증 등도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정치권에서 방통위 조직 안정화 등을 내세우며 급하게 처리하려고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공성이 크게 훼손된 내용들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또한 위원 선임이나 구성, 운영 등 구체적인 시행령 작업과 아울러 방송통신 관련 법안 논의가 곧 이뤄질텐데 아마도 정기국회 이전에 논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시민사회에서 이번 방통위 구성으로 방송 독립성과 공공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5년, 10년을 내다보는 운동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 방송통신 관련법 제정에 있어서 핵심은 무엇인가.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이 방송통신법 내용에 구체적으로 담기게 될 것이기 때문에 어떤 방향과 목표로 제정되느냐에 따라 향후 우리나라 미디어 공공성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철저하게 감시하고 대응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법 개정 방향의 물꼬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규제 완화와 시장 중심의 정책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시장 중심이 반드시 나쁘다는 뜻은 아니지만 미디어 공공성을 훼손하면서 대자본의 이익을 중심에 두는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규제 완화, 사유화, 신문방송 겸영과 그로 인한 여론독과점 우려 등이 방송통신법에서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나 인수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방송통신법에 녹아들면 미디어 공공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

"향후 미디어 공공성은 방송통신법에서 판가름 날 것"

현재의 국면은 방송의 공공성을 수호하기 위한 단순한 입법 활동 수준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공공성 지형을 새롭게 여는 하나의 분기점이다. 우리가 먼저 문제를 제기해 나갈 것이고, 반대만 하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시민들과 결합하면서 시민들 입장에서 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 방송통신법 제정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쟁점들,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서 우려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내세운 방안들을 보면 MBC 민영화와 KBS 2TV 분리, 수신료와 연동된 국가기간방송법 등 공영방송을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한데 이것을 방송통신법에 녹여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신문법 폐지에 따른 신문방송 겸영도 방송통신법에서 단초를 분명히 잡아낼 것이다. 재벌들의 언론사 소유 욕구가 방송통신법 내에서 어떻게든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 신문, 자기들을 지원한 보수신문을 중심으로 보은성 차원에서 이익을 분배하는 관점으로 이 문제를 접근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신문방송 겸영 폐지 논의는 지상파방송의 민영화, 그리고 종편PP와 보도PP의 전면적 개방을 주장하는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 문효선 언론연대 집행위원장 ⓒ서정은
한편으로는 한미 FTA 과정에서의 외국 시장 개방도 걱정스럽다. 한미 FTA 과정에서 PP가 열리고 쿼터제가 상당히 약화되는 등 특정 미국 미디어 산업이나 미국 금융자본이 우리나라 미디어 산업에 직접 개입해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방송통신법에서 찾아내려는 시도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방송통신 융합과 디지털화에 따른 미디어 환경 변화가 충분히 법안에 수용돼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디어의 공공성과 공익성 목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목표와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수단과 방법이 달라지는 것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를 충분히 수용하면서도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이 관련법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역량을 모아나가야 한다."

- 미디어 공공성 측면에서 이번 방통위원회 설치법을 평가한다면.

"지난 99년 방송개혁위원회를 통해 방송위원회를 설립했고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그 나라의 미디어 정책은 나름의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권력이 방송을 장악해서 도구로 활용하고 억압·통제하는 시스템이 갖고 있던 과거의 전례가 있다. 불과 10여년 전의 일이다.

과연 10여년 동안 정권의 방송통제가 완벽하게 해소됐는가? 그렇지 않다. 하다못해 노무현 정부에서도 삼성 X파일, 황우석 사태, 한미 FTA 반대 투쟁에서 나타난 언론과 정부의 갈등 관계, 압력·통제 관계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었다. 정치권력이 언론을 통제하고픈 욕망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소한 절차적 민주주의와 형식적 민주주의가 필요한데 여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송 미디어에 대한 정책을 짜고 규제하는 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해 대통령이 위원을 임명하고 그 위원들을 통제하고 직접 지휘·감독 할 수 있는 체제로 만드는 것이 현재에 과연 맞는 일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인식할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도 문제지만 방송 독립성과 공공성에 있어서 참여정부나 통합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취했던 애매모호한 태도가 이런 결과를 부르지 않았겠나. 그래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근본적으로 추진한 책임은 있지만 동조하고 방기한 통합민주당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번 방통위 설립과 향후 방송통신 관련법 제정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미디어 지형의 전반적인 재구성과 재규정, 공공성, 정치역학 관계의 재규정 등이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방통위원들, 권력지향적 인물이 대부분"

- 초대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된 최시중씨에 대해서도 자격 논란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원 선임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이는데.

▲ 조선일보 2월27일자 8면.
"최시중씨를 비롯해 방통위원장이나 방통위원으로 거론되는 사람들 면면을 보면 권력지향적, 정치지향적인 인물이 대부분이다. 일부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방송통신의 공공성 측면을 고민해온 사람도 소수 있지만 대부분이 정치·권력지향 인사들이어서 우려스럽다. 안그래도 구도 자체가 대통령 정치권력에 휘둘리는 상황인데 방통위원 선임까지 그렇게 되면 나타날 문제는 불 보듯 뻔하다. 우리나라 미디어 시장은 큰 혼란을 겪을 것이고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그로 인한 파행 사태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부를 것이고 문제를 촉발시킨 현 정부나 통합민주당도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방통위원 선임 문제는 아마도 한바탕 혼란을 겪어야 하지 않겠나 싶다."

- 이번 방통위 설치법에 대해 방송 독립성을 훼손한 '악법'이라는 비판은 높지만 지난 99년 방송위원회가 만들어질 당시처럼 언론현업단체를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저항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솔직히 이번 방통위 설치 과정에서는 성명서 몇번 내고 끝이었다. 현실적인 여건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지금의 노조 운동과 시민운동 진영의 여건을 볼 때 가능하지가 않았고 결국 방통위 설치법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막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시행령 제정과정에서 위원선임 구조를 최대한 제대로 정립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미디어 공공성과 독립성에 대한 이념적, 철학적 논의를 이끌어나가야 한다. 다양한 논의와 의견 수렴을 통해 도출돼야 하는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제 방송통신법 제정을 기화로 시민사회 진영이 본격적으로 연대하고 투쟁하는 방향으로 싸움이 전개되지 않겠는가.

1987년부터 10여년에 걸친 방송 민주화 투쟁 결과가 방송위원회였다면 지금은 2018년까지를 내다보면서 방송통신의 독립성, 공공성 문제를 바라봐야 할 때다. 향후 10여년을 또다른 새로운 투쟁의 영역, 새로운 논쟁의 영역, 활동 목표의 영역으로 가져간다면 그것 또한 의미있는 것이 아닌가.

"방송통신법 제정을 기화로 시민사회 진영 또한 본격적인 연대투쟁 방안 강구해야"

방통위 설치법의 문제점을 막아내지 못했다고 해서 그냥 손을 놓아 버리는 것은 문제 해결 방식이 아니다. 끊임없이 문제제기하고 감시하고 견제하는 활동들이 10여년 계속된다면 대통령 직속 기구의 심각성, 방통위원의 대통령 임명이 갖는 문제점, 독임제 기구 운영의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그 심각성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 방통위원회의 대통령 직속을 반대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방송통신 정책이 대통령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이다. 정치권력의 향배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과거처럼 직접적으로는 못하더라도 간접적 수단을 통해 지상파와 언론사를 흔들기 시작할 것이다. 친자본, 정언유착 관계들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신문방송 겸영 논의도 결국은 다 권언유착이 아닌가. 정권과 신문들이 서로 도와달라고 요구하며 정치적 이익과 자본 수익을 나누게 될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과거보다 더 위험한 이유는 자본 영역이 정치와 결탁해 언론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황우석 사태와 삼성 사태에서 드러난 광고 탄압이 대표적이다. 자본과 정치가 결탁하고 야합하는 상황에서는 언론통제 방식이 더 위험한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 특히 외국자본이 개방되면 정글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금융자본으로 인해 우리 미디어는 더 황폐화 될 우려가 크다."

-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이 점점 더 구체적으로 나타날텐데.

"새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 대한 전면적 투쟁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초대 장관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방통위원회에 투영될 문제점이 그대로 보인다. 어떤 방향으로 사람을 쓰는지, 그들이 갖고 있는 인재의 관점이 무엇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앞으로 각종 언론단체, 방송사 사장, KBS·방문진·EBS 이사 인선 등에도 이와 같은 문제점이 나타날 우려가 분명히 있다. 점잖게 충고해서 해결된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적어도 시민사회와의 전면적인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다. 쌓이고 쌓이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한바탕 충돌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 대한 전면적 투쟁은 불가피"

인사 문제도 그렇고 정책과 법안 마련에 있어서의 의견 수렴 과정이나 절차의 문제가 심각하다. 이명박 정부는 절차라는 것이 없다. 일례로 영어교육 관련 공청회를 하면서 반대 세력은 들여놓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절차를 거쳤다고 하는데 언론정책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그들만의 '21세기 미디어위원회'를 구성해놓고 의견을 수렴했다고 나올 것이다. 전면적인 파행과 투쟁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 시민단체와 언론현업단체의 의견 수렴 절차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가.

"새 정부의 '21세기 미디어위원회'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인사들로 균형있게 구성이 돼야 한다. 99%를 입맛대로 만들어놓고 진보적인 시민단체들을 들러리로 세운다면 참여할 수 없다. 정부 부처도 좋고, 여야 관계자도 좋고, 보수적인 단체들도 좋다. 참여한 인사들이 일정한 균형을 이뤄 논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런 상태에서 풍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공영방송 KBS를 예로 든다면 과연 KBS의 역할이 무엇이고 그 안에서 수신료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무조건 사람부터 줄이라는 식으로 간다면 수긍할 수 없다.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KBS 역할이 무엇인지부터 규정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인력과 조직, 재원규모를 정해서 수신료를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정파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관련 정책을 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