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상파방송 경기방송이 초유의 폐업을 결의하면서 경기도민 청취권과 경기방송 구성원들의 고용안정이 흔들리고 있다. 경기방송은 오는 16일 주주총회를 열고 폐업여부를 결정한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는 11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에 경기도민 청취권 보호와 구성원 고용안정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는 11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에 경기도민 청취권 보호와 구성원 고용안정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

앞서 지난달 24일 경기방송 사측은 노조에 이사회가 폐업을 결정했고, 16일 주총을 열어 최종 폐업한다고 통보했다. 경기방송 사측은 정치적 언론탄압과 노조의 경영간섭을 폐업의 주된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경기방송의 폐업 결정은 각종 경영상의 문제와 점수 미달에도 경기지역 청취권을 고려해 방통위가 '조건부 재허가'를 내준 지 두달여만의 일이다. 지난해 방통위 재허가 과정에서 ▲재허가 요건 미충족 ▲개선계획 매우 미흡 ▲주주 과반 이상의 권한을 전무이사가 위임받아 경영권 지배(방송법 위반) ▲대표이사 경영권 제한 ▲부적절한 이사회 운영 ▲감사위원회 독립성 문제 ▲편성 독립성 문제 ▲협찬수익 과다 등의 문제점이 확인된 바 있다.

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는 기자회견문에서 "이사회는 방통위 개선요구는 무시하고, 방송발전을 위한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자는 노조의 제안도 걷어차 버렸다"면서 "방송 재허가 불발과 같은 위기 상황 속에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생각에 용기 내 목소리를 낸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방송지부는 "이사회의 주장처럼 지나친 경영개입을 하려한 것이 아니다. 방송국의 존립, 구성원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도와 달라', '같이 논의해보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갑자기 폐업이라니…"라고 토로했다.

장주영 경기방송지부장은 "'경영을 투명하게 하라' '편성독립성을 강화해라'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라', 방송사를 운영하는 경영진이 당연히 지켜야 할 법이 있지만 지금 대주주는 지키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 지부장은 "감독기관이 개선하라하니 직권남용이라고 한다. 노조와 같이 상의하자 했더니 경영간섭이라 한다. 급기야 그래서 폐업하겠다 한다"며 "지금 대주주는 법 위에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경기방송 홈페이지 캡처)

전대미문의 지상파 민영방송사 폐업 결의에 방통위는 난감한 상황에 처한 상태다. 방송법상 방송사업자는 폐업 시 방통위에 '신고'만 하도록 돼 있어 폐업을 결정하면 이를 막기 어렵다. 방송분쟁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방통위가 방송유지명령 등의 조치도 취할 수 없다.

지난달 26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스스로 폐업을 하고 방송사업권을 반납하겠다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청취권 보호를 위해 방송시설 매각금지나 다른 사업자 이전을 강제할 수 있나"라고 방송정책국에 대책 검토를 지시했다.

한 위원장은 "지금 당장 자의로 방송을 중단해버리면 사업자를 다시 선정할 때까지 상당기간이 걸리게 되고, 청취자들의 권리 침해는 자명하다"며 "경기방송의 경우 재허가 점수 미달에도 청취권 보호를 고려해 재허가를 했는데 이후 경영사정 악화, 정치적인 이유까지 소문을 내고 있는 듯 하다. 이 부분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경기방송은 방통위 재허가 과정에서 페이퍼컴퍼니, 주주 간 내부거래, 배임 등의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경기방송 재허가 당시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고발을 거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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