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각종 경영상의 문제로 최근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경기방송이 편법을 통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부과한 조건을 회피하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방통위는 검찰수사 의뢰를 논의하는 한편, 경기방송이 경영 투명성 제고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허가를 취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분회(이하 경기방송분회)는 2일과 3일 연달아 성명을 내어 경영진에 방통위 재허가 조건을 명확하고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30일 경기방송에 '조건부 재허가' 결정을 내렸다. 허가 요건에 미달되지만 경기지역 청취권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방통위 검토결과 현재 경기방송에는 ▲재허가 요건 미충족 ▲개선계획 매우 미흡 ▲주주 과반이상의 권한을 전무이사가 위임받아 경영권 지배(방송법 위반) ▲대표이사 경영권 제한 ▲부적절한 이사회 운영 ▲감사위원회 독립성 문제 ▲편성 독립성 문제 ▲협찬수익 과다 등의 문제가 불거져 있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자'를 방송사 경영에서 배제할 것 ▲재허가 후 3개월 이내 책임경영을 위한 대표이사 선임 절차 마련하고 주요주주와 특수관계자가 아닌 사람을 사내이사로, 공모를 거쳐 사외이사와 감사를 선임할 것 ▲이사회 구성 이후 경영투명성 제고와 편성 독립성 강화를 위한 경영개선 계획을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 이행계획을 제출할 것 등의 재허가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2일 경기방송은 방통위 조건에 따라 경영에서 배제해야 할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자'인 현준호 전무이사를 '신사업추진단'이라는 부서를 만들어 단장으로 인사발령했다.

2일 경기방송은 방통위 조건에 따라 경영에서 배제해야 할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자'인 현준호 전무이사를 '신사업추진단'이라는 부서를 만들어 단장으로 인사발령했다. (전국언론노조 경기방송분회 제공)

현준호 전무이사는 회사 지분을 보유한 주주이며 경기방송 대주주를 포함한 주주들로부터 약 70% 지분에 해당하는 권한을 위임 받았다. 방송법상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자'로 방통위에 변경승인 신청절차를 밟아야하지만 경기방송은 방송법 위반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현준호 전무이사가 경영권을 지배하기 때문에 대표이사의 경영권은 제한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경기방송분회는 "경영진은 있지도 않은 신사업추진단을 한 사람을 위해 하루아침에 뚝딱 신설했다. '눈 가리고 아웅'식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회사의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기방송분회는 "더군다나 신사업추진단의 해외사업과 자회사 업무는 경기방송 보도·제작 업무와 절대적으로 연관돼 있다"며 "이 같은 꼼수 인사를 묵인하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대표이사 역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질타했다. 경기방송분회는 현재 현준호 전무이사, 정수열 대표이사의 사퇴와 재허가 조건 이행 조치를 노조와 상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도 경기방송에는 방통위가 검토결과로 내놓은 문제 외에 페이퍼컴퍼니, 주주 간 내부거래, 배임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이에 방통위는 부과한 조건과는 별개로 경기방송에 대한 검찰수사 의뢰를 논의 중이다.

경기방송은 방통위에 자료를 제출하면서 2대주주가 이사회와 주주총회 회의에 참석했다는 회의록을 제출했지만, 실제 출입국 기록 확인 결과 2대주주는 일본에 체류하고 있었다. 허위자료를 제출한 것이다.

이에 대해 허욱 방통위 상임위원은 "장부상 소유지분이 실제 지분과 동일한지, 주요 주주간 내부거래 여부, 일본에 거주하는 (2대)주주의 배당, 배임문제 등을 깊이있게 들여다봐야 한다"며 검찰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방통위 상임위원 대부분이 검찰수사 의뢰에 공감하고 있어 내부 법적 검토를 마치면 실제 수사의뢰를 할 가능성이 높게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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