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은 다소 이른 시점에 2회 연장을 확정지었다. 더 할 이야기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물 들어왔을 때 노 젓자는 것이라면 실망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리고 그 우려는 어느 정도 현실이 되었다. 30일 방영된, 참 많은 사람들이 애타게 기다렸던 <또 오해영> 9회는 연장의 여파 때문인지 지루한 감을 주었다. 특히 건강진단 후의 회식은 중복의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좋아서 <또 오해영>을 이렇게나 띄워놨으니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부작용이라 할 것이다. 또한 그 대신 로코의 본능에 충실한 몇 개의 장면을 건졌으니 지루하고 또 중복된 부분을 빼고도 남는 것이 더 많은 회차였다고 평가할 수밖에는 없다. 그렇지만 좀 더 조밀한 제작을 통해 연장의 이유에 대해 설득력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9회에는 마침내 서현진과 에릭의 키스신이 등장했다. 이들의 키스신은 여느 로코와는 많이 달랐다. 현실에서는 금지된, 오직 드라마에서만 가능한 기습키스였으나 그 과정과 결과도 달랐다. 정말 많이 달랐다. 격렬했고 야했다.

둘은 싸웠다. 표면적으로는 서현진이 이재윤을 만났다는 것이었지만, 진짜 이유는 에릭이 서현진에게 느끼는 질투가 무엇인지에 대한 거부에서 비롯된 부조리한 상태에 있다. 옛 남자를 만나는 서현진을 타박하고 있지만 왜 그것에 화가 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것이다. 거기에 직진본능 서현진이 돌직구를 날린다.

“난 지금 아무라도 필요해. 날 버리고 간 사람이라도 필요해. 벽 뚫고 들어가 널 덮치지 않고 버티려면. 사람 헷갈리게 이랬다저랬다 하는 너 때문에 심장 터져 죽지 않으려면”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그 말에 에릭은 뜨끔했는지 성큼 앞서 간다. 가만히 있을 서현진이 아니다. 아니 덮치고 싶을 정도로 좋아한다는 여자의 말에 등을 보이는 건 비겁한 것이다. 뒤쫓아 가 핸드백을 돌돌 말아 에릭의 등짝을 후려친다. 분명히 맞을 짓을 했다. 그리고는 골목 안에서 치고 박고 싸운다. 이 장면을 찍으면서 실제로 좀 다쳤을 것도 같다. 그러더니 에릭이 서현진의 두 팔을 벽에 밀쳐 제압한다. 잠시 서로를 뜨겁게 응시하더니 에릭이 서현진에게 키스를 한다.

보통 기습 키스에 대한 모든 드라마의 리액션은 통일되어 있다. 여자는 눈을 크게 뜨고 놀라는 척하다가 서서히 눈을 감고 결국엔 팔로 남자를 감는 것. 참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지루한 클리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달랐다. 아니 서현진의 오해영이라 달랐다. 에릭이 그러자 서현진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팔로 에릭의 목을 감고 더 적극적으로 탐닉했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이 장면을 더 묘사하면 야설이 될 것만 같은 그런 격렬하고 야한,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전쟁 같은 키스신이 휙 지나가 버렸다. 에릭은 ‘이게 아닌데’하는 표정을 짓고 자리를 피했고, 서현진은 그런 에릭을 무섭게 노려봤다. 그렇게 키스신도 끝나고 9회도 끝났지만 키스신이 지나고 갑자기 웃음이 픽 터졌다. 앞서 서현진의 대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서현진이 같은 집에서 산다는 사실을 모르는 예지원 때문에 과음으로 인사불성이 된 서현진을 차에 태우고 동네를 몇 바퀴 돌다가 할 수 없이 호텔에 내려놓은 에릭이었다. 에릭이 잠시 나가 전혜빈을 만나고, 그 사이 정신이 든 서현진은 결국 술김에 뭔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닌가 멘붕에 빠졌다. 그러나 에릭이 들어오자 이내 안심하는 모습이었는데 정신이 들었으면 나가자는 에릭에게 또 장난기가 도졌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서현진 “우리 잤니?” 에릭 “안 잤어, 일어나” 서현진 “자려구 온 거 아닌가?” 에릭 “일어나라구” 서현진 “비싼 돈 주고 왜 그냥 나가” 에릭 “맞고 일어날래 그냥 일어날래” 서현진 “때리면 흥분하나?”

진작에 서현진은 소개팅 자리에서 남자에게 “일주일 안에 자빠뜨린다”는 말도 해내는 돌직구녀였지만 이렇게까지 과감할 줄은 몰랐다. 너무 웃겼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무도 귀여운 장면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키스신보다 더 설레는 대사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여전히 참 야하다. 그러나 이처럼 위험한 대사마저도 차지게 소화해내는 서현진이 거듭 놀라울 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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