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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해영’, 울다 놀고 다시 울고 이 짠한 가족을 어쩌나[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6.05.25 10:42

적반하장이었다. 박도경은 오해영 집 앞에서 한태진(이재윤)을 발견하고는 마치 형사물의 도로 추격전을 방불케 하는 실력으로 뒤를 쫓아 급기야 차 뒤를 심하게 들이박고 말았다. 그리고는 미안하다는 말은 없이 “그때 망하게 한 건 실수였고, 지금 이건 고의”라고 했다. 이건 대놓고 한판 붙자는 선전포고였다. 그나마 양심(?)은 있었는지 열 대 맞고 한 대만 때리자고 한다.

도대체 박도경은 뭘 하는 것인가? 왜 그런지는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망해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 말해”라고 했다.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다는 말에 분노했다는 의미인데 상대방은 여전히 알 수 없는 말일 뿐이다. 설혹 안다고 하더라도 세상에 이런 오지랖이 없다. 가족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이 장면만 놓고 본다면 지금까지 사건과 감정을 빈틈없이 짜온 작가의 무리수처럼 보인다.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고 하더라도 신호대기 중인 차를 뒤에서 전속력으로 추돌하는 폭력적인 장면은 시쳇말로 쉴드 불가의 행동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박도경의 동기를 최대한으로 이해한다면 왜 그런 말을 했냐는 말보다는 왜 헤어졌느냐는 원망까지 확대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이 장면에 대해서는 의문스럽다. 이쁜 오해영과 결혼하는 걸로 오해해서 한태진을 망하게 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한태진 앞에 나타나지 않은 소심한 성격의 박도경이 아니던가. 부모까지 싸잡아 “헛다리짚는 게 집안내력이냐”는 막말에 이어 박도경의 감정과 행동이 상식을 계속 벗어나고 있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그러면서도 그냥 오해영을 찾아 한강까지 가는 정성도 또한 이해 못할 모순적 행동이다. 그것은 박도경이 자주 겪는 데자뷰만큼이나 불가사의한 것이다. 그렇지만 신경 쓰인다는 박도경의 말에 보고 싶다고 말해보라는 오해영의 말이 사실은 정답이다.

물론 박도경은 그냥 오해영에게서 동병상련을 느낀다. 게다가 자꾸 오해영이 위험해지는 미래영상까지 보게 되니 관심을 끊을 수는 없다. 그것이 혹시 좋아하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 의심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오해영이 파혼하게 된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그 감정을 스스로 부정할 수밖에는 없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아무튼 한태진까지 등장하면서 더욱 복잡해진 상황에서의 박도경의 폭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게 박도경이 흔들리는 동안 또 오해영의 8회는 오해영의 엄마 김미경의 눈물이 대신해서 시청자들의 정서를 지탱해주었다.

한태진이 출소한 이후 그의 엄마가 오해영의 집을 찾았다. 결론은 두 사람을 재결합시키자는 것이었다. 오해영 부모 입장에서는 선뜻 받아드리기에는 한태진에 대한 괘씸함이 너무도 크지만, 한편으로 보자면 한태진과의 재결합이 괜한 트집 잡히지 않고 살 것이라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결국 엄마는 오해영에게 둘이 다시 잘해보라고 설득하려 하자 오해영은 파혼의 전말을 털어놓게 된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엄마는 할 말을 잃었다. 지금까지 내 딸이 그런 줄로만 알고 온갖 구박을 해댔던 것들이 떠오른다. 그렇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한 번도 내색하지 않았던 딸의 심정이 어땠는지를 너무도 잘 알 수 있는 엄마이기에 가슴을 치고, 방을 뒹굴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실감이 나던지 연기가 아닌 실제처럼 아팠다.

그런 엄마가 정작 딸을 위로한다면서 간 곳은 노래방이었다. 뭔가 어처구니없으면서도 동시에 짠했다. 평범한 가정에서 가족을 위로하는 방법이 딱히 뭐가 있겠는가. 술 아니면 유흥이다. 최선일 수 없는 엉뚱한 방법으로 서로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야 하는 가난한 가족의 짠한 뒤풀이였다. 왠지 방에서 뒹굴던 모습보다 딸과 함께 노래 부르고 쉴 때 울고 다시 노래 부르는 이 가족의 모습이 너무도 슬펐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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