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국민의 방송이오~ 최시중 방통위원장 퇴진하시오!"

다음 아고라의 누리꾼들이 12일 밤 9시 현재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주위를 둘러싸는 촛불 인간띠 잇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저녁 6시 반부터 KBS 본관 앞에 촛불을 밝히기 시작한 누리꾼들은 "KBS 표적감사 반대" "정연주 사장 사퇴 압력 반대" "언론탄압 중단" "최시중 방통위원장 퇴진" 등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이명박 정부의 언론 탄압에 항의하고 있다.

▲ 다음 아고라의 누리꾼들이 12일 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주위를 둘러싸는 촛불 인간띠 잇기를 진행하고 있다. ⓒKBS
"감사원의 KBS 특감 철회와 언론탄압 중지를 위해 KBS로 모이자"는 글이 아고라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11일 100여 명의 누리꾼이 촛불을 밝혔던 KBS 본관 앞은 12일 밤 9시 현재 300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주위를 감싸고 있다.

한때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면서 잠시 비를 피해 있던 누리꾼들은 KBS 직원들이 즉석에서 돈을 걷어 마련한 비옷을 입고 다시 촛불 인간띠 잇기를 진행했다.

직장인 곽영진(30)씨는 "국민의 방송이 정권의 탄압으로 통제되는 일을 막기 위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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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박화진(27)씨는 "중립을 지켜야하는 방송인데 이명박이 자기 사람을 심어 편파방송을 하려고 하니 이를 막으려고 참여하게 됐다"며 "방송이 촛불집회에서 다친 시민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바꿔야겠다, 국민이 무서운 것을 알려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평소에는 언론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내가 나서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됐다"며 "쓰레기 언론의 문제가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사실을 괴담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서 심각성을 깨달았고 더구나 신문은 선택이지만 방송은 누구나 보기 때문에 영향력이 더 크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이 'KBS를 지키자'는 촛불집회를 아고라 게시판을 통해 자발적으로 열게 된 데는 KBS PD협회에서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실은 광고도 한 몫을 했다.

KBS PD협회 소속 505명의 PD들은 지난 11일 한겨레 5면과 경향신문 3면에 '촛불'이라는 제목으로 "시대의 어둠을 밝히며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언론까지 바꾸는 힘입니다. 그 진정한 뜻을 '방송'에 담아내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문구의 광고를 실었다. 이들은 "수많은 촛불들이 공영방송 KBS를 지켜줄 것으로 믿는 KBS프로듀서협회 소속 PD들이 뜻을 함께 합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남기영(44)씨는 "경향신문에서 어제(11일) 광고를 보고 아고라를 검색해 KBS 표적감사 등의 문제를 알게 됐다"며 "KBS가 국민의 방송인데 정연주 사장이 물러난다고 한들 중립적인 인사가 온다는 보장이 없다. 이같은 사실을 시민들도 다 알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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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설치한 '정연주 퇴진하라' 만장을 가리키며 "마치 우리가 정연주 퇴진에 동조해서 여기에 앉아있는 것처럼 보여 관계자들에게 치워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며 "KBS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지 정연주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 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주영(24)씨도 "신문 광고를 보고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솔직히 촛불집회를 다루는 방송 보도에 실망했지만 알고 보니 고충이 있더라. YTN 사장도 이명박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 됐고, MBC 민영화 이야기도 있는데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언론을 만드려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KBS 직원들도 일부 나와 누리꾼들의 촛불 인간띠 잇기 행렬을 지켜보고 있으며 누리꾼들이 앉아있는 바닥에 '다음 아고라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KBS'라는 내용을 붙여놓기도 했다.

KBS 한 기자는 "누리꾼들의 이런 힘들이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방송장악 음모를 분쇄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KBS가 사주했다는 소리가 나올까봐 현장에 나오고 싶어도 못나오는 구성원들이 많다. 같이 참여하지는 못해도 심정적으로는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밤 10시 현재 KBS 앞 촛불집회에 참여한 누리꾼들은 500여 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이들은 촛불을 들고 KBS 주위를 행진한 뒤 본관 앞 계단에 모여 앉아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의도를 비판하는 자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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