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하는 ‘1인 1표제’에 대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면 ‘정청래 재선용 룰’이라는 혼선만 가중된다”는 언론의 지적이 나온다. 

24일 민주당 당무위원회에서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안이 통과됐다. 해당 개정안은 현행 대의원-권리당원 20대 1 비율을 ‘1대 1로’ 줄이는 내용이다. 다만 민주당은 당헌·당규 개정의 마지막 절차인 중앙위원회 소집을 당초 28일에서 다음 달 5일로 연기하고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무위에서 1인 1표제에 대해 ‘정청래 연임용’ ‘경북 등 소외지역 보완책 미비’ 등의 비판과 함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고 한다. 정 대표 측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추진됐던 개혁 방안이라는 입장이다.(관련기사 ▶이언주 "왜 이 대통령 순방 중 '1인 1표제' 밀어붙이나")

경향신문은 25일 사설 <‘정청래 룰’ 내분, 정당민주주의·전국정당 퇴행 우려 새겨야>에서 민주당 지도부의 ‘1인 1표제’ 속도전과 관련해 “2023년 이재명 대표 시절 대의원제 축소를 처음 제기했을 때 ‘20 대 1’ 절충안 확정까지 7개월이 걸린 것에 견줘도, 이번엔 밀어붙이기·과속 성격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구·경북은 2%, 영남 전체도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며 “당세 약한 지역의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 그간 대의원제가 지역균형·전국정당의 보완재 역할을 해온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청래 룰’이 도입되면 취약지역의 정치적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고, 당원이 많은 지역이 과대 대표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도로 호남당’ ‘대의민주주의 붕괴’를 걱정하는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당원 권한이 3배 강화되는 ‘정청래 룰’ 도입 후 팬덤·강성 당원의 목소리가 커지면 ‘강 대 강’ 정치가 심화하고, 중도층과 민심으로부터 당은 더 멀어질 수도 있다”며 “정 대표는 이번 룰 논란이 정당민주주의와 리더십의 시험대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공론화·숙의·보완책 강구 없이 1인1표제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면, ‘정청래 재선용 룰’이라는 혼선만 가중될 뿐”이라며 “당원교육 시스템과 내부 소통을 강화하고, 전국정당을 지향하며, 당심·민심이 균형 잡힌 집권당의 길을 먼저 제시하길 바란다”고 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사설 <이견 무시하고 강행하다 제동 걸린 여당 ‘1인 1표제’>에서 “(1인 1표제‘를 두고) 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한 반대파들은 권리당원 지지가 강한 정 대표의 연임 포석이라고 주장해 왔다”며 “지난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대의원(46.91%)보다 권리당원(66.48%) 득표가 훨씬 높았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룰을 바꾸려 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1인 1표제 논의는 개개인의 유불리를 떠나 바람직한 정당 민주주의 차원에서 숙고해야 할 사안”이라며 “대의원제는 호남 지지가 강한 민주당이 세가 약한 영남 지역의 의견을 반영해 전국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기여해 왔다, 치밀한 보완책 없이 대의원 비중을 확 떨어뜨리면 민주당은 특정 지역 혹은 강경 지지층에 좌우되는 정당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민주당은 일정 연기로 확보한 시간을 대의원제 취지가 퇴색하지 않도록 하는 보완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뚜렷한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정 대표 재선을 위한 개정이라는 의심만 사는 무리한 속도전을 멈추는 게 바람직하”고 했다. 

중앙일보는 “당내 의사결정 구조가 강성 지지층에 과도하게 기울어지는 문제는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내년 지방선거 후보 경선에서 당원 투표 비중을 현행 50%에서 70%로 높이고, 여론조사 반영 비율은 30%로 낮추기로 했다. 중앙일보는 “계엄 사태의 책임을 통감해야 할 정당이 국민 여론 반영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극렬 지지층에 더 의존하는 꼴”이라며 “건전한 중도층의 지지를 얻지 못한 정당에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채널 '고발뉴스TV' 영상 갈무리 
유튜브 채널 '고발뉴스TV' 영상 갈무리 

한편 이상호 기자는 24일 자신의 유튜브채널 <고발뉴스TV>에서 “정 대표가 저에게 연락을 했다”며 “지난주에 ‘(민주당이)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취지로 방송을 하지 않았나. 그랬더니 (정 대표가)막 설명을 하더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정 대표가)‘이재명 대표 때도 1인 1투표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면서 “그런데 이재명 대표가 당시 했던 얘기는 ‘장기적으로는 1인 1투표가 맞지만, 이건 대단히 당의 시스템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이니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뒤에(숙의에) 방점이 찍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기자는 “(정 대표에게) ‘왜 그렇게 무리하게 추진하느냐’고 했더니 (정 대표가) ‘언론 자기의 진정성을 의심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정 대표가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은 자기 책임”이라며 “지난 선거(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표도 1등하고 권리당원 표도 1등 했으면 의심을 안 받을 것”이라며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무리하게 추진하니까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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